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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다큐페스티발2017 Daily 03_ [리뷰] 국내신작전9 그 날

  • 작성일2017.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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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아픈 기억 만으로도


한국 전쟁에 참전하는 등 몸으로 직접 겪은 사람들은 이제 노년이 되었다. 휴전선으로 인해 지금도 한국에 남아있는 이데올로기 갈등은 그들을 설명하기 위한 좋은 소재이다. 하지만 개개인에 대한 접근을 어떤 집단의 상징처럼 확대하려는 경향은 지나치게 단순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태극기 집회에 나오는 노인들은 그들 세대를 전체를 대변하지 않는다. 이러한 관점은 한 세대가 겪은 역사에 대한 이해를 막는다.


장황한 서론의 이유는, 영화 <그 날>은 다르기 때문이다. 감독은 인민군으로 전쟁에 참전한 동시에 스스로 세상에서 사라진 외할아버지에게 질문을 던진다. 거대한 역사가 아닌 개인에 온전히 집중적으로 접근을 하면서 감독은 소멸된 역사를 기억의 터로 불러낸다.


사진 / <그 날> 스틸 컷


당장 좁혀지지 않는 거리를 극복하기 위하여 감독은 외할아버지와 비슷한 상황을 겪은 사람들을 찾는다. 외할아버지는 한국전쟁 시기에 포로수용소에서 어느 쪽에 남을 건지 선택이 필요했다. 당장 서로 다른 수용소로 건너가려고 담장을 넘으면 그 즉시 죽음에 처한다. 그 선택에 따라 다음으로 이송되는 장소가 변화하고 삶도 완전히 달라진다. 같은 길로 가더라도 내면은 다시 두 갈래로 나뉜다. 후회하거나, 후회하지 않거나. 이승만 대통령이 반공포로를 풀어준 역사적 사건만이 그들의 삶을 결정짓는 요소가 아니다. 외할아버지는 후회하는 사람이었다. 감독의 어머니는 그 날 이후 자신의 아버지가 마음으로는 이미 죽었을 거라 짐작한다. 그리고 카메라를 든 딸을 원망한다. 왜 이 고통스러운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는지 묻는다. 누구에게나 죽음에 이유를 묻는 일은 고통스럽다. 만약 그것이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라면 더욱 아득하다.


감독에게도 감정적으로 쉽지 않은 질문이다. 홈비디오를 비롯해서 외할아버지의 모습은 자신의 기억 속에 선명하다. 왜 당신은 세상을 그렇게 떠났는지 알기 위해서 감독은 역사적 기록에 의존하지 않는다. 대신 여전히 외할아버지가 죽은 지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 죽음을 전한다. 그리고 외할아버지가 수용소에서 겪은 상황을 어머니에게 말한다. 그 날 외할아버지에게는 북한, 남한, 그리고 중립국으로 들어가는 세 개의 문이 주어졌다. 가족을 두고 남쪽으로 남기로 결정한 당신의 죽음은 이북에서는 전혀 알지 못하고 이남에서는 아직도 고통이 아물지 않았다. 성실하게 외할아버지가 선택한 죽음에 대한 답을 찾던 <그 날>은 결국 감독 자신의 기억에 도착한다. 과거 어린 나이에 카메라를 들었던 '나'에게 외할아버지는 무슨 말을 남긴다. 많은 시간이 지난 뒤에 외할아버지를 만난 감독은 비로소 자신의 안부를 전한다.



글 / 데일리팀 이해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