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뉴스레터

      뉴스레터      

인디다큐페스티발2017 Daily 03_ [포럼스케치] 두 번째 영화, 찍을 수 있을까?

  • 작성일2017.03.25
  • 조회수4,178




[포럼스케치] 두 번째 영화, 찍을 수 있을까?


“두 번째 영화, 찍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두고 신진 여성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모였다. 신진여성감독들에겐 자연스러운 고민이다. 첫 영화를 찍고 그만두는 감독들, 특히 여성감독들이 주변에 실제로, 이야기로도 너무나 많았을 터다. 두 번째 영화, 찍을 수 있을까? 하는 감독들의 말에서는 필연적으로 두 번째 영화를 찍고 싶은데, 라는 말이 들린다. 다큐멘터리를 계속 하고 싶음에도 타의로 그 가능여부를 놓고 고민해온 여성신진감독들은 이것이 비단 자신만의 일이 아님을 확인했고, 정말로 두 번째 영화를 찍기 위해 있어야 할 수많은 논의의 마중물을 자처했다. 3월 24일, 포럼 <두 번째 영화, 찍을 수 있을까?>는 윤가현·정수은·남순아·명소희·마민지 감독이 차례로 자신의 경험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진행되었다.



먼저 윤가현 감독(이하 ‘윤감독’)이 <가현이들>을 제작하며 느꼈던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 환경의 어려움을 말하며 포럼을 시작했다. 윤감독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게 어렵고 힘들어 두 번째 영화는 찍지 않겠다고 마음먹을 정도였다. 그런데 영화를 마무리하고 관객들을 만나며 느낀 행복감에 두 번째 영화를 생각하게 되더라”며, 두 번째 영화는 더 나은 제작환경에서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한 포럼을 두고 “지금껏 겪었던 불편함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필요성을 느껴 만든 자리”라며, 다양한 논의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정수은 감독(이하 ‘정감독’)은 사적 다큐멘터리에 대한 편견, 특히나 여성감독이 ‘사적인’ 영화를 만들 때의 편견, 나아가 여성감독이 만드는 다큐멘터리가 특히나 ‘사적인 것’으로 분류되는 현실까지를 가감없이 비판했다. 사적 다큐멘터리가 쉽게 폄하되어 온 것을 지적하며 ‘사적영역’, ‘공적영역’의 구분은 누구의 기준에 따른 것이며, 다큐멘터리를 평가함에 있어 공적인 것이 사적인 것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은 또 누구의 판단을 따르는 것인지를 물었다. 공적 영화와 대비되는 개념으로서의 사적 영화라는 구분 자체가 사적 다큐멘터리를 ‘작은 것’,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게 한다는 문제의식이었다.


이어서 정감독은 사적 다큐멘터리를 ‘쉽게 만들어진 것’으로 여기는 시선도 지적했다. 사적 다큐멘터리는 다만 주변을 새롭게 발견하고, 그 의미를 찾으려 애쓰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세계관을 드러내는 영화라는 것이다.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을 구분하며 사적인 것을 정치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으려는 사회가 있다면 사적 다큐멘터리는 그 경계를 무너트리려는 시도라며 그 정치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더하여 “‘사적 다큐멘터리’들은 굉장한 유동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 분류 안에서만 해석하는, 그 분류 안에 작품을 가둬두는 시선으로 인해 충분히 다양하게 읽히지 못하는 점”에 대한 아쉬움을 거듭 드러내며, “작품들이 존중 받으며 비평받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윤가현·정수은·남순아·명소희·마민지 감독, 정수은 감독이 발언중이다


남순아 감독(이하 ‘남감독’)은 “감독은 언제부터 감독이 되는가”를 생각해보게 된다고 입을 열었다. 어떤 감독들은 경력이나 나이, 성별로 인해 감독으로서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껴진다는, 다큐멘터리 씬의 위계질서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취지였다. “선후배 문화 안에서 신진감독들은 기성감독들과 동등한 감독으로 여겨지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때로 기성감독들은 신진감독의 작품을 습작 취급마저 하는 경우도 있다”며 위계질서로 인해 발생한 수많은 문제를 꼽았다.


남감독은 극영화계와 비교하며 다큐멘터리 씬의 보다 공고한 선후배 문화를 드러냈다. 멘토-멘티 시스템의 미숙함과 악영향들도 지적했다. “멘토가 멘티의 작품에 어디까지 관여해도 되는지 가이드라인이 정해진 바 없다. 연출권을 침해받는 일 뿐 아니라 멘토와의 문제가 생기더라도 다양한 이유로 멘티가 참고 넘어갈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남감독은 위계질서문화를 강하게 비판함에 이어 이 자리 이후 씬을 구성하는 모두가 함께 내부의 문화에 대해 돌아보고 고민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며 포럼 이후의 다큐멘터리계에 기대를 표했다.


발언중인 남순아 감독


명소희 감독(이하 ‘명감독’)은 “신진이며 육아를 하는 내가 두 번째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문제제기로 신진 다큐멘터리 감독의 ‘잠재적·실질적 육아 담당자’로서 이중으로 겪는 고충을 공유했다. 사람들에게 이중으로 겪는 고충에 대해 토로하는 경우, 안타까워하면서도 개인적인 문제로 받아들일 뿐, 해결을 위해 고민해주는 경우는 많지 않았고, 아예 ‘더 견디라’는 식의 이야기를 듣거나 ‘아이 핑계’로 만들어버리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명감독은 결혼, 출산과 육아의 이유로 다음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 뿐이 아님에도, 이들이 씬을 떠나지 않도록, 혹은 돌아올 수 있도록 할 방안에 대한 고민이 어떻게 여태껏 없을 수 있었는지 의문을 나타냈다. 이어서 영화 만드는 일을 타의로 놓게 되는 여성감독들이 돌아올 방안에 대해서 함께 논의하게 되기를 바란다며 “나는 여전히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일이 즐겁다. 많은 여성감독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수많은 여성감독들에게 연대감을 표했다.


마지막으로 마민지 감독(이하 ‘마감독’)이 씨네21에서의 인터뷰(“[스페셜] 영화계 내 성폭력 여섯 번째 대담”)를 언급하며 그저 폭로를 하기에 그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이냐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하고 싶다는 의사를 확실히 했다. 특히나 여성감독이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젠더 관점에서 본 현장 윤리에 관한 고민”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는 사람들이 ‘현장윤리’에 대한 고민은 하더라도 ‘젠더관점에서의 현장윤리’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의미였다.


이는 첫째, 여성감독들 스스로 ‘여성’감독으로서의 현장 경험을 공유하여 ‘여성’감독으로서의 현장 대처 방안에 대한 고민들이 모여야 하며, 결국에는 ‘여성’감독으로서의 현장 대처 매뉴얼 등을 만들고 익힐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남성감독들의 현장경험과 여성감독의 현장경험은 분명 다를 것이기 때문에 이는 분명 주지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여성 감독 스스로 현장에서의 윤리를 고민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동료 제작자들 역시도 젠더관점에서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게 두 번째 주장이었다. 앞의 것이 ‘여성’감독으로서의 사회적 특수성에 대한 고민이었다면, 이는 여성‘감독’으로, 남성감독과의 동등함에 대한 고민이다. 어떻게 동료 제작자들이 여성감독을 ‘여성’이 아니라 동료 ‘감독’으로 여기도록 할 것인가, 하는 아주 기본적인 수준의 고민인 셈이다. 마감독은 방안은 추후에도 계속 이어질 논의를 통해 찾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발제를 마무리했다.



포럼을 시작하며 “두 번째 영화, 찍을 수 있을까?”하는 질문에서 “두 번째 영화, 찍고 싶다”라는 말이 들린다고 했었다. 포럼을 진행해 나가는 동안, 이것이 “두 번째 영화를 찍게 될 거야, 그것도 잘”이라는 의지적인 낙관으로 자리잡아나가는 것을 보았다. 다만 깊었던 고민들이 순간순간 드러났고, 그때마다 그 어려웠을 시간들이 전해졌다. 반복되던 ‘우리끼리 있을 때에는 더 신나서 얘기했는데, 막상 발제를 하려고 보니 어떻게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할 지, 참 어렵다’는 말, 말을 고르고 골라서 적었을 버릴 말 하나 없는 열두 페이지의 발제문, 이 자리의 소중함 혹은 이 자리가 이어져야 할 필요성의 거듭된 강조, 이 모든 것들을 통해 그 깊고도 길었을 고민을 알 수 있었다.


여성·신진·다큐멘터리 감독들에게 연대의 뜻을 전한다. 페미니즘은 현재 가장 많은 것을 뒤흔드는, 가장 역동적인 힘이다. 이미 많은 것을 바꾸어 왔으며 계속해서 바꿀 것이어서, 수많은 논의는 이어지고, 더 나은 환경을 분명 만나게 될 것이다. 감독들의 다음 작품을 손꼽아 기다리겠다.


글/ 데일리팀 이은빈
사진/ 행사기록팀 김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