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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다큐페스티발2017 Daily 04_ [인터뷰] 국내신작전18, 불균질과 분방을 응원하며

  • 작성일2017.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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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내신작전18, 불균질과 분방을 응원하며


25일 토요일 13시,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에서 국내신작전18, “불균질과 분방을 응원하며” 섹션이 처음으로 상영되었다. 박정도 감독의 <이른 아침의 아담처럼>, 이푸른 감독의 <춤춰브라>, 양주희 감독의 <HONDA, BEAT> 상영에 이어 GV까지 관심 속에 마무리 된 후, <미디어카페 후>에서 세 감독의 합동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신진감독들의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한 고민이 밝은 분위기 속에서 오갔고, 감독들의 서로의 영화에 대한 생각까지 들어볼 수 있었다.


왼쪽부터 양주희, 이푸른, 박정도 감독


Q. 오늘 첫 상영이었다. 어땠는지?
이푸른(이하 ‘푸른’): 사실 제 경우는 세 번째 상영이다. 페미니스트 단체에서 상영한 적이 두 번 있었고, 이런 영화제에서는 처음이다. 오랜 고민이 있었는데, 과연 페미니스트임을 드러내고, 작품 역시 ‘본격 페미 영화’로 만들어도 먹고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영화제에서 이렇게 찾아주고 상영하니 좋다.
양주희(이하 ‘주희’): 저는 상영하는 것 자체는 재미있었는데, 상영 전에는 걱정이 많이 됐다. 개막식 날 와서 보니까 생각보다 스크린이 너무 크더라. 내 영화는 시종일관 내 얼굴이 나오는데, 민낯이며 그런 게 저렇게 크게 보일 생각을 하니. (웃음) 그런데 그렇게 화질이 선명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박정도(이하 ‘정도’): 처음 영화관에서 작품을 상영하고, 앉아서 보고 있으니 좀 더 관객의 입장에서 보게 되더라. 그러면서 다음에 찍을 때에는 이렇게 찍어야겠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보았다. 내가 찍은 게 극장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실감을 좀 하는 경험이었다. 아주 좋았다.


Q. 감독님 세 분의 작품이 국내신작전18 섹션으로 묶였는데, 아까 GV때 프로그래머분이 이 섹션을 “와일드카드 섹션”이라고 하더라. 알고 있었나? 어떤 말로 들렸는지.
주희: 개막식 때 그렇게 부르는 것을 처음 들었다. 이미 그분께 와일드카드 섹션이라는 말이 좋았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각각 누구의 강한 추천이 있었는지도 들었다. 작품에 점수를 매기자는 것은 아니지만, 프로그래머님의 말씀대로 모두가 적당히 선택할만한 70점짜리 작품 보다는 누군가에게 완전 마음에 드는 작품, 누군가에게는 100점짜리 작품이라는 말로 들렸다. 그런 느낌에 “와일드카드”라는 말이 더 마음에 들었다.
푸른: 와일드카드 섹션이라는 말, 개막식에 가지 않아 오늘 처음 들었다. 내 영화는 다큐멘터리 형식에 딱 맞는 영화도 아니고, 실험적인 느낌이다. 본전공이 미술이고, 다큐멘터리 작업은 처음 하는 거였기에 자신감이 많이 부족했는데, 한 사람이 아주 많이 좋게 보았다는 취지의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자신감도 찾을 수 있었다. 영화의 형식에 대해 잘 모르는 부분이 있었는데, 안심되는 측면이 있었다.
정도: 글쎄, 좋기도 하면서 씁쓸하기도 했다. ‘와일드카드’라는 게,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는 말 아닌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저 사람을 와일드카드로 뽑는다고 엄청난 것인 양 말해도 결국 그 사람은 떨어진다. 정말 영화가 좋으면 굳이 와일드카드라는 말을 하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 그 말을 너무 여러 번. (웃음) 그래서 좋으면서도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이른 아침의 아담처럼>의 박정도 감독


Q. 그렇다면 좋았던 건 어떤 이유인지. 다른 두 감독님과 같은 맥락인가.
정도: 다른 의미이다. 어쨌든 ‘살아남긴 했구나’하는 다행감 같은 것. 작품이 시기와 잘 맞아 건드리는 것이 있었건, 취향의 문제이건, 단순히 운이 좋았건, 그래도 살아남았음이 좋은 부분 아니겠나.


Q. 각자 이번 영화를 만드시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정도: 영화를 찍고는 싶은데, 찍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돈도 없고, 친구도 없고. 그래서 방구석에서 나를 찍어보자, 싶었다. 자화상을 찍어보자. 자화상은 화가들이 훈련을 하는 방법 아닌가. 솔직하고, 때론 자아도취적이기도 하고, 그렇게 여러가지 훈련을 하자는 이유도 있었고. 1년의 스케치를 찍어보자, 그런 이유도 있었다.
푸른: 구체적인 사건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 친구가 있었다. 그 사실을 안 자체만으로도 새로운 선택지가 생긴 기분이었고, 무조건 해야 하는 것으로 알 때랑, 선택이 되었을 때랑은 전혀 다른 상태가 된다. 당신만 이 고민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주희: 자전적인 영화를 처음부터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다. 우선 바이크에 관심이 많아 바이크에 대한 영화를 찍고 싶었고, 그중 여성 바이커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하고 싶었다. 다만 그것을 인터뷰를 계속해서 하지 않는 이상, 가시적으로 장면들을 포착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더라. 많은 조언과 회의를 거쳐서 자전적인 이야기를 찍게 되었다.


<HONDA, BEAT>의 양주희 감독


Q. 특별히 각자의 영화를 봤으면 싶은 대상이나 사람들이 있는지? 있다면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영화를 보기 바라나.
정도: 인디다큐페스티발 홈페이지에서 내 영화 소개를 보니, ‘청년’ ‘노동’ ‘영화’, 분류를 이렇게 뽑아 놓았더라. 그렇게 규정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청년도 아니다. 서른 일곱이고, 혼자 살고 있고, 가난하지만 태평하게 잘 살고 있다. 영화에서 드러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성소수자이고, 영화를 좋아하며, 노동자이지만, 특정 단어들에 함몰되지 않는 저에 대한 모습들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창문을 통해 보여지는 풍경들을 봐주셔도 좋겠다. 화면이 불균질하기는 하지만, 창 밖과 나를 연결시키려고 애썼다. 그것을 보아주셨으면 좋겠다.
푸른: 두 종류의 생각이 있다. 코르셋을 벗기 어려운 여성분들이 영화를 보고 그 억압을 깨기 위해 이 영화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하나, 그리고 급진적인 페미니스트들이 보고 비판해주었으면 싶은 마음이 다른 하나다. 영화를 만들며 이게 너무 온건한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주희: 저는 우선 또래의 친구들이 가장 재밌게 공감하며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또래의 친구들이 봐주면 좋겠다. 그리고 어떤 분이 얘기해주셔서 공감했는데, 윗세대가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제 부모님들만 해도 월세 30이라고 하면 놀라시더라. 월세 물가를 모르시는 거다. 아무래도 윗세대 사람들은 청년들의 현실에 익숙하지 않으니, 좀 더 아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Q. 세 분 감독님이 서로의 영화를 어떻게 보았는지 들어보고 싶다. 이 영화, 이거 하나는 진짜 좋더라, 이런 거 하나씩을 꼽아줄 수 있겠는지.
정도: <춤춰브라>의 색감이 너무 좋았다. 색감 자체의 밝고 화사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아까 급진과 온건 사이에서의 고민을 말씀하셨는데, 조금 더 밀고 나가셔도 나는 좋을 것 같다. 페미니즘 운동 중에서도 저 앞에 있을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드는 영화였다. <HONDA, BEAT>를 보면서는 와 정말 나와는 영혼이 다르구나, 싶었다. (일동 웃음) 나는 집 안에 조용히 있는 게 절대적으로 중요한 사람이다. 사람들과 왕래하고 뭐 이런 거 안 좋아하고. 그래서 를 보면서 정말 새로웠다. 무엇보다 이 두 영화와 함께 묶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우리 모두 결국엔 자유에 대한 얘기를 하는 중이지 않나.

푸른: 박정도 감독님의 영화, 너무 재미있게 보았고, 정말 다른 세계를 본 것 같았다. 노동하는 장면의 임팩트가 특히 강했다. 돌고래가 유영하는 장면과 청소하시는 장면이 겹쳐질 때, ‘심쿵’했고, 집에 홀로 있는 것과 일도 홀로 하는 것이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분절된 형식의 편집은 볼 때는 어렵지만, 보고 나서 퍼즐을 맞추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영화를 내가 아주 좋아한다. <HONDA, BEAT>는 일단 공감이 많이 되었다. 알바 구하는 일, 알바 하는 일, 그런 것들이. 가지고 있는 것 중에 가장 가치있는 것을 팔고자 하는 행동도 너무 공감이 되었고. 친구랑 같이 얘기하는 것 같은 기분이 좋았다.

주희: <춤춰브라>는 예고를 봤을 때부터 저 작품 재밌겠다, 싶었는데, 정말 너무 재미있게 보았다. 리듬감 있는 편집이 좋았다. 다큐멘터리를 처음 해보신다고 했는데, 그래서 더 재치있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박정도 감독님과 마찬가지로, 더 가도 될 것 같을 정도로 좋았다. 박정도 감독님의 영화는, 저도 정말 와 나랑 반대구나, (웃음) 하는 지점을 많이 느꼈다. 대단하다고 느꼈던 게, 카메라가 자기를 향할 때 거리끼시지를 않더라. 저는 극영화를 했어서인지 카메라가 나를 향하면 이게 괜찮은가 싶고 그랬다. 옥탑방 창문 밖의 외관들을 비추는 것도 좋았다. 나도 옥탑방에 살았었는데, 이 집만이 내 공간이 아니라 그 외관까지 내 것인 것 같았다. 이 영화를 보면서도 그런 내 생각들이 났다. 또 저는 극영화만 하다 보니 다큐멘터리의 형식 자체에 무지해서 오히려 새로운 시도들을 못했던 것 같다. 박정도 감독님의 작품이 디졸브되고 중첩되거나 하는 게 너무나 자유로워서, 형식적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춤춰브라>의 이푸른 감독


Q. 마지막으로, 세 분 감독의 다음 영화가 너무나 기다려진다. 다음 작품 구상, 앞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말해달라.

정도: 저는 또 나를 찍는 영화를 찍게 될 것 같다. 스케치 영상이 아니라, 더 집중력 있게, 더 내밀하게, 어쩌면 더 역겹게, 더 극단적으로. (웃음) 지금 두 번째 영화를 찍는 중이다. 나만 찍으니 재미가 없더라. 더 파고 들고 싶다. 한 사람을 찍고 싶고, 극영화도 찍고 싶고…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영화 찍는 게 너무 좋다. 관찰하고 하는 것들을 계속해서 찍게 될 것 같다.

푸른: 저는 이번에는 미술 작업을 할 것 같다. 비디오 아트를 하고 있다. 내러티브가 많은 작업은 아니다. 미술은 플랫폼이 갤러리, 전시관, 영화관 뿐인데, 플랫폼을 ‘중고나라’로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중고나라에 가면 내 작품을 볼 수 있는 식으로. 그런데 생계로 인해 바빠서 그게 언제가 될 지는 미지수다.
주희: 하고 싶은 건 저도 너무 많다. (일동 웃음) 학생이라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는 않다. <HONDA, BEAT>랑 같은 주제로 극영화단편을 찍었었다. 그 영화도 내용상으로 보면 스쿠터 타고 집을 찾는 얘기였다. 내가 쓰는 시나리오들은 늘 온전한 집을 찾는 이야기로 흐르더라. 이 이야기를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은 이 작품을 완성하고, 촬영하고 하다 보면 당분간은 바쁠 것 같다.


인터뷰는 한 시간 가량 진행됐다. 다 옮기지는 못했지만, 세 감독은 서로의 고민에 계속해서 공감하며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뷰의 말미에는 생계와 영화를 함께 하는 일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왔다. 다양한 고민과 어려움에도 모두가 다큐멘터리 작업, 영화 작업을 얼마나 애정하는지, 즐겁게 하고 있는지를 매순간 알 수 있었다. 인디다큐페스티발2017의 ‘와일드 카드’들인 <이른 아침의 아담처럼>, <춤춰브라>, <HONDA, BEAT>는 3월 28일 화요일, 15:30에 한 번 더 상영된다.



글/ 데일리팀 이은빈
사진/ 행사기록팀 김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