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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다큐페스티발2017 Daily 05_ [GV] 멀리있는 그대와 가까이 있는 당신에게

  • 작성일2017.03.27
  • 조회수2,975




[GV] <멀리 있는 그대와 가까이 있는 당신에게>



25일 토요일 오전 11, <멀리 있는 그대와 가까이 있는 당신에게>의 첫 상영이 있었다. 영화는 가족에 대한 감독의 고민으로 가득했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해왔고, 어머니는 가정폭력을 견뎠다. 가정이 해체되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아들 역시 가족의 해체는 가족의 행복이 아니라고 생각해온 듯 하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있으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생각의 변화가 느껴진다. 가족에 대한 생각, 가족의 행복에 대한 생각,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생각, 그리고 본인 스스로에 대한 생각이 차츰 달라지고, 가족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 <멀리 있는 그대와 가까이 있는 당신에게> 상영 이후에 진행된 GV의 사회는 김수연(()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정책기획실장)이 맡았으며, GV는 안현준 감독이 영화를 소개하며 시작되었다.


왼쪽 김수연 사회, 오른쪽 안현준 감독


사회: 영화를 만든 계기가 어떻게 되는지.

안현준 감독(이하감독’): 고등학교 때부터 카메라를 들었다. 그때부터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했다. 그러던 중에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먼저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머니만을 대상으로 해서 <히로인>이라는 제목의 단편을 찍었던 것이 처음이었고, 여기까지 왔다.

: ‘봄 프로젝트(인디다큐페스티발의 다큐멘터리 신진작가 제작지원 프로젝트)’ 때 봤었는데, 그 뒤로 많은 변화가 보인다.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 제목은 어떤 의미인지 말해달라.

감독: 제작 지원작으로 선정된 이후로 가족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페미니즘을 접하면서 많은 공부를 했다. 그리고 이 영화를 어떻게 다른 가정폭력을 다룬 영화들과 차별화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나는 이 가족에서 아들이지만, 잠재적 가해자였고, 방관자였음을 생각하며 많은 자책도 했다. 왜 이제 와서, 이 사태가 있고 나서야 이 이야기를 하게 됐을까 하는 자책이다. 찍으면서는 우리 가족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고자 했다. 제목은 처음에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나>였고, 1년간 가제였다. 카탈로그 제작 직전에 지금 제목으로 바꿨다. 제목이 중의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어머니, 아버지, , 그리고 나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는 것 같아 최종적으로 이 제목으로 결정했다.

사회: 어떤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는지.

감독: 자료조사를 하는데, 가정폭력이 일어난 가정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부모를 분리시키는 작업이라고 하더라. 우리 가족은 그렇게 하지 못한 채 지내다가, 이제서야 해결방법을 찾아나가는 중이다. 영화 마지막 부분을 보면, 어머니가 이혼이 결정된 지 좀 지났는데 어떠냐고 물었을 때모르겠다고 하신다. 그 뒤로 계속 생각을 해보아도, 실제적인 해결책은 정말 생각이 나지를 않더라. 사회에서 제안되는 해결책은 있지만 아픔과 고통을 직접적으로 겪는 가정에게 그게 항상 해결책이 되지는 않는다. 타겟 관객층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지는 않았다. 다만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나 제도권 안팎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참고하는 용도로 이 영화를 보아준다면 좋겠다.


관객이 질문을 하고 있다


관객: 어렵고 힘든 이야기를 꺼내신 점, 존경스럽다. 어머니 아버지께서 이 영화를 봤는지 궁금하다. 두 번째로는, 가정폭력이 있던 집안에서 자란 사람은, 저 역시도, 너무나 싫어하고 벗어나고 싶었던 모습이 어느 순간 자신에게서 발견될 때 가장 저주스럽고 절망스럽더라. 본인도 그랬는지 궁금하다. 폭력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가부장성이 문제인 것 같다. 감독 본인에게도 가부장성이 분명 녹아나 있을 것 같고, 그것을 얼마나 인식하고 있고 극복할 의지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영화를 보고 생각이 많아져 질문이 많다.

감독: 첫번째로,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겠다고 말씀드렸을 때, 아버지는 반대하지 않으셨고 어머니는 주저하셨다. 아버지는 가해자이고 어머니는 피해자인데. 그래서 고민이 더 많이 됐다. 물론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두 분의 결혼생활에 대해 내가 왈가왈부할 수 있을까 싶었다. 이 이야기를 공론화하고 영화로 만들 때, 지금까지도 가장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다. 어머니가 어떻게 생각하실까, 두 분의 마음이 어떨까. 두 번째, 가정폭력은 대물림 된다. 사회적으로도, 가정 내에서도. 나 역시 애정결핍이 있고 분노조절장애가 있다. 스스로가 무서울 때가 있다. 정말 그렇게 되고 싶지 않은데 그런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자괴감도 많이 든다. 영화를 만들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지 않겠다고. 노력하겠다고. 그 싸움의 과정이 될 것 같다. 내 안에서 그런 모습들이 계속해서 나타날 텐데, 그럴 때마다 이 영화를 생각하게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우리 집은 상당히 보수적인 집안이다. 물론 그를 인식하지 못한 채로 자랐다. 올해 스물 여섯인데, 스물 셋 쯤에야 내 가치관이 조금은이상함을 자각하게 되었다. 보수적인 게 이상하다는 의미는 물론 아니고,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가해자일 수 있음을 깨달았다는 의미이다. 작품을 진행하는 동안 변화의 필요를 많이 느꼈고, 그래서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했고 또 지금도 계속 하고 있다.

사회: 영화를 보기 전에 우려스러웠던 게 있다. 가정 내 폭력에 대한 서사 중 아버지의악마성에 집중하게 되는 서사가 많지 않나. 감독도 아버지의 캐릭터를 서술하고 표현함에 있어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감독: 나는 절대 아버지를 용서하고 있지 않다. 다만 이해는 하게 되더라. 영화를 보면 폭력적인 소스가 많지는 않다. 일련의 모습들을 통해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그와 별개로, 오히려 아버지의 인간적인 모습이 많고, 그런 소스를 많이 썼다. 아버지가 가해자이지만, 동시에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버지의 잘못이 용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이제 와서는 아버지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좀 든다. 그래서 어머니 곁에도 있고, 아버지 곁에도 있으려고 많이 한다. 아직 스스로도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끊임없이 부딪히게 될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내 태도가 어떻게 변화하게 될 지 나도 궁금하다.

사회: 극 후반으로 갈 수록 가족을 대하는 표정이나 태도가 편안해지는 게 보였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어머니가 오늘 오셨다고 했는데, 한 마디 들어볼 수 있을지.

어머니: 가정사를 드러내는 게, 더군다나 이런 계기를 통해 드러난다는 게 사실 주저스러웠다. 어쨌든 사회적인 면에서는 폭력에 따르는 대가가 얼마나 큰지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가정사를 낱낱이 드러낸다는 건 부끄러웠지만, 이를 통해 가정폭력이 더 공론화 되어서 사람들이 가정폭력에 대한 적극적인 생각을 가지고 도움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정폭력을 경험하면서 공적인 분야에 도움을 요청할 때, 가부장적인 요소들로 인해 좌절을 많이 경험했다. 여러 곳에서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사람들이 가정폭력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 좋겠다. 영화를 한다는 얘기만 들었지, 제목도 여기 와서 알았다. 집에서 보자는 얘기를 한 적도 없다. 이 자리에 못 오게 될까봐, 보지 않다가 여기 와서 봤다. 제 이야기이고, 죽은 자녀가 나오고 하니 울면서 보았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어렵다”.

어머니의 발언이 끝나자 박수가 쏟아졌고,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안현준 감독이 관객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관객: 아버지의 말을 통해서 아버지의 답답한 마음을 볼 수 있었다. 그 답답함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감독: 저는 아버지 또한 이해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가 하시는 일도 사람을 만나는 일이 아니라, 혼자 하는 일이다. 가족들과 가깝지도 않고 하니 이야기를 하고 이해 받을 수가 없었던 거다. 그 답답함이 폭력성이 되어 나타났던 것 같다. 지금은 아버지가 먼저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무언가 말씀하시려고 많이 하신다. 나는 많이 들으려고 하고 있다.

관객: Thanks to에 하나님이 있더라. 종교에 대한 감독의 생각이 궁금하다. 그리고 영화를 오래 찍어서 그런지 가족들이 카메라를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혹시 촬영하면서 간단한 디렉팅을 한 적은 없는지 궁금하다.

감독: 나는 기독교도이다. 한국사회에서 교회는 보수적인 곳이고, 그 영향도 많이 받았다. 인식하지 못하는 보수적인 모습이 많았다. 그래서 내 자신의 생각의 틀을 깨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영화를 찍으며 이 이야기를 담을 거야, 하는 마음으로 카메라를 든 게 아니라, 카메라를 놓고 이야기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디렉팅을 하지도 않았다. 촬영기간이 2년 반이 넘어가다 보니, 편하게 말씀해주시더라.


사회: 영화를 제작하면서 감독과 가족의 일원 사이에서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어디서 위안을 받고 어떤 조언을 받아 반영했는지 궁금하다.

감독: 영화를 만들면서 어머니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 어머니가 가장 힘들었을 테다. 30년간 이어진 아버지의 폭력, 저나 형의 외면, 그 속에서 고통받으셨을 것이다. 어머니가 가장 많이 위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잠시 침묵) 힘들 때에 프로그래머분이 정말 많이 챙겨주셨다. 자기 일처럼 신경써주셨다. 프로그래머분과 주변 지인들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사회: 다음 작업 계획이 궁금하다.

감독: 영화제 출품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럼 더 많은 분들이 보게 되지 않나. 부모님의 동의 없이는 진행하지 않을 것이다. 허락하신다면 공동체 상영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극영화도 하고 싶다. 이후로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는 일을 계속 할 것 같다. 가족 문제 뿐 아니라, 다양한 문제의식을 꺼내게 되지 않을까. 토요일 오전인데 많이 와주셔서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영화를 찍는 데에 가장 많은 도움을 주신 어머니께 감사드린다.


짧은 시간 진행된 GV였지만, 이야기가 밀도 있게 오갔다. <멀리 있는 그대와 가까이 있는 당신에게> 3 27일 월요일 오후 8시에 한 번 더 상영된다.


/ 데일리팀 이은빈

사진/ 행사기록팀 김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