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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다큐페스티발2018 Daily_01 [리뷰] 개막작 <관찰과 기억>, <퀴어의 방>

  • 작성일2018.03.22
  • 조회수1,033

너와 나의 기억과 존재에 관하여




<관찰과 기억> 이솜이 Somyi Lee | 2017 | 11min 23sec | 한글, 영어자막


‘성추행을 당했다 8년이 지나자 증거는 없고 기억만 남았다.’

화면 속 여자는 숱한 무거운 한숨을 뱉고, 지독하리만큼 덤덤하게 말을 이어간다. 어쩌면 도저히 읽어낼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구름은 바람에 몸을 맡겨 흘러 가지만 우리는 흘러가는 시간 속에 올라타 있다. 저항 할 수 없는 기억을 안은 채. 앞을 알 수 없는 풀숲을 헤쳐 나간다. 사실 헤메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둠 속 끝을 알 수 없지만 쉼 없이 앞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그 끝의 어두움과 마주 했을 때 나는 다시 차라리 알 수 없는 풀숲의 품을 애타게 찾았다.

얼굴에는 삶의 흔적이 있다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지나온 시간들과 감정이 얼굴 곳곳에 피어난다. 좋은 시간은 물론, 나쁜 감정마저 야속하게 느껴지지만 여과 없이 하나의 내가 된다. 무엇이 그녀의 형태에 더하고 감해 만들어냈을까. 시간을 흘러 이 하나의 기억을 지극히 개인적으로 만들었고, 불공평한 기억 속 누군가에게 는 전화한통으로 안부를 묻는 일이 된다. 그리고 사회라는 이름을 가진 자는 원치 않는 기억을 들춰낸다.

이 기억은 풍선 껌 같다 누군가에게는 단물을 빠져 뱉어버린 것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질리도록 씹혀 크나 큰 풍선껌이 되었다. 온 공기를 다해 풍선껌은 부풀고 끝내 터져 나의 속 안에 진득하고 거둘 수 없게 엉겨 붙는다. 떼어내려 해도 안간힘들 다 해낸다 해도 불쾌 한 끈적임은 끝내 남는다. 누군가는 애초에 부풀지 않고 버리면 될 일이라고 말한다. 지금 씹고 있는 것이 풍선껌이란 걸 모르는 게 분명하다.




<퀴어의 방> 권아람 Aram Kwon | 2018 | 29min 20sec | 자막없음


이 영화는 집이라는 공간에서 주는 당연한 편안함을 찾아 자신의 색에 맞게 각자의 색깔대로 만들어 낸 ‘퀴어의 방’ 에 당신들을 초대한다. 퀴어라는 하나의 코드로 묶은 각자 다른 다섯 색깔의 이야기가 나열된다. 이 공간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용기와 아픔이 있었는지 담담하게 풀어낸다.

공부만 했어야 했던 삶, 권위주의적인 삶, 평범함을 강요하는 삶, 학교든 집이든 나를 위한 존재하는 공간이 없다고 생각해서 이 방에 들어왔다. 하지만 혼자만의 공간을 위해 떠난 그 들은 또 새로운 누군가 어울려 살고 있다. 가족이란 마음을 나누는 것이며, 그들에게 필요 했던 것은 혼자의 공간이 아닌 자신의 색을 숨기지 않을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이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노라면 함께 한숨을 짓기도 미소가 피어오르기도 하는 당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그 방에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질 것이다.

크레딧이 올라간 후에 내안에서 ‘집’이라는 단어가 주는 편안함과 답답함이 충돌했다. 그들은 나를 속여 덧칠했던 ‘집’을 떠나 진짜 나의 집, 나만의 공간으로 색칠한다. 그곳은 오롯이 ‘나’를 자아낸다. 이곳엔 ‘퀴어’라는 단어에 당신이 걱정할 표정과 시선은 어디에도 없다. 화려하지도 다르지도 않은 쉬이 떠올리는 방안의 모습. 특별할 것 같던 그들의 솔직한 공간은 꽤나 특별한 건 없지만 바라던 안도를 느낀다. 당신을 귀찮게 하지 않는 공간. 어쩌면 하고 싶은 것이 생기더라도 떠나지 못할까 지레 겁이 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의 조금 색다른 존재.

방이라는 공간의 분리 나의 정체성으로 꾸민 곳 , 그들의 온전한 빛깔이 이 안에만 갇혀 머무는 것만이 아니라 흘러갈 수 있길 바라며, 이 공간의 초대장을 당신에게 선물하고 싶다. 그 초대장이 주는 편안함에서 맘껏 쉬다 가길 바란다.



글/ 데일리팀 백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