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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다큐페스티발2018 Daily_04 [리뷰] 국내신작전11 <졸업>

  • 작성일2018.03.25
  • 조회수2,614

<졸업> - 카메라로 비추어 낸, ‘진짜’ 졸업


때때로 우리와 무관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삶의 깊은 곳에 침투한다. 변화는 이념의 전환으로 나타나기도, 구체적인 행동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인생의 곳곳에서 만나는 전환점들이 우리의 삶을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세워두고, 이로 인해 삶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는 것이다. 영화 속 전 학생회장 이승현 씨의 “뭐 하는 것인가 그랬지. 나랑 관련 없는 거니까.”라는 말처럼 상지대 구성원들의 삶에서도 투쟁은 자신의 삶과 동떨어진, 관련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속해있는 학교의 문제를 알게 되고 그 원인이 전적으로 사학비리에 있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투쟁은 자연스럽게 구성원들의 삶에 나타났다.


<졸업> 스틸컷


박주환 감독의 <졸업>은 이제는 정상화 된 상지대학교에서 불과 몇 년 전까지 상지대의 사학비리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와 비리의 주범인 김문기의 사퇴를 두고 치열하게 일어났던 투쟁의 모습을 기록한다. 교수는 이사장과의 면담을 청하는 학생의 뺨을 때리고, 시설관리처는 학생회 건물의 전기를 아무런 공지 없이 차단하고, 학교가 고용한 용역은 학생들의 농성장을 철거하고 학생들과 뜻을 같이 하는 교수실을 무단침입하는 상황들 속에서, 학교의 구성원들은 김문기의 사퇴를 촉구하고 사학비리 척결을 요구한다. 그 요구는 수업을 거부하고, 학교와 거리에서 시위하고, 삭발을 감행하고, 난간에 매달리고, 법원 앞에서 조사 요구를 촉구하는 일인시위를 하는 등 학생들의 목소리를 막기 위해 학교가 행사하는 폭력 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두 모습에 차이를 만드는 것이 있다면 학교가 학생들을 위해 사실상 아무 것도 안하고 있을 때, 학생들은 학교와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는 것에 있을 것이다.

상지대를 졸업한 구성원으로서 그리고 학생들을 대표했던 전 총학생회장으로서 감독은 영화 내내 학생들의 모습을 기록하는 동시에 함께 뛰고 호흡한다.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이 호흡은, 감독 또한 학교의 문제를 마주하고 삶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는 점에서 투쟁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이렇게 <졸업>의 카메라는 찍음으로써 투쟁하고 다른 이들과 연대한다. 이 투쟁과 연대의 끝에 정상화된 학교의 모습과 평범하고 일상적인 풍경 속에서 살고 있는 학생들의 삶이 있다는 것을 카메라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한 감독은 ‘나는 이제야 비로소 상지대를 미련없이 졸업한다’는 것으로 영화를 마무리한다. ‘미련 없는 졸업’, 이미 졸업했음에도 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기록을 이어가던 감독은 투쟁과 연대를 통해 미련 없는, ‘진짜’ 졸업을 이루어냈다. 그리고 이 미련 없는 졸업 이야말로 상지대 구성원 모두가 바라던 것과 다름없다.

<졸업>의 ‘진짜’ 졸업은 과거의 시간들은 고통스러웠지만 현재는 조금 더 나아지고 개선되었으며, 앞으로는 이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가능하다. 영화는 함께 투쟁한 학교의 구성원들에게 바치는 공동의 기록이며 삶의 국면에서 투쟁해야만 했던, 혹은 투쟁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격려와 응원이다.


글/ 데일리팀 손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