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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다큐페스티발2019 Daily_02 [리뷰] 공간이 품은 삶, <기프실>

  • 작성일2019.03.21
  • 조회수3,997


공간이 품은 삶, <기프실>



문창현 감독의 <기프실>은 지금은 수몰된 마을의 이름을 제목으로 한다. 기프실은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영주댐이 건설되면서 물 아래로 가라앉았다. 마을이 사라지기 전, 감독은 할머니 댁이 있는 기프실에 머물며 보고 들은 것들을 고스란히 담았다. 그 땅에선 80살 넘은 할아버지를 선배로 둔 평은초 아이들이 물장난을 치고, 논밭을 뒤엎고 만든 도로 바로 옆에서 할머니가 작물을 심고, 주인을 알아보는 감나무가 개미, 고양이, 개구리, 무당새, 인간과 함께 살아간다. 감독은 그들과 섞여 지내며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기억과 마음마저 되짚어낸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큰아버지를 찍던 카메라는 개인의 가족사를 말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기프실 사람들'로 초점을 넓힌다. 특히 감독은 10년째 기프실에서 살아온 김노미 할머니와 오랜 시간 유대를 쌓으며 촬영했다. <기프실>은 여성의 삶을 통해 재개발 지역의 투쟁을 다뤘다는 점에서 유사한 주제의 다큐멘터리와 구분된다. 아들을 바라며 지어진 이름 '노미'부터 한평생 가족을 위해 살다 국가의 명령으로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는 할머니의 삶에서 감독은 주위의 관심에서 소외되고 사라지는 기프실을 발견한다.


개인의 삶과 공간의 운명을 일직 선상에 놓은 영화의 시선은 자연에 대한 인식과 상통한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자주 보던 거울에 날아 들어온 무당새를 할머니라고 생각하고, 마당 감나무에 목을 매 돌아가신 왕머리할매네 감나무가 이듬해부턴 그 탐스럽던 열매를 맺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그렇다. 옛 설화처럼 느껴지는 일화들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온 기프실 사람들의 모습을 반영한다. 여기에 영화는 자연을 단순히 자원으로 취급하는 관점을 대비시킨다. 국토 개발과 경제 성장의 논리, 삶의 터전을 보상금으로 치환시키는 돈의 논리, 공간을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치부시키는 관광의 논리를 가진 이들이 등장한다. 물아일체의 공간에서 자라온 아이는 이러한 논리에 동원되는 공간에 의문을 던진다. "(마을이/학교가) 어떻게 물에 잠길까? 물은 흘러가기 마련인데"


<기프실>은 소멸하는 시공간을 박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영화 초반 할머니를 뒤쫓으며 신음을 흘리던 감독은 기프실을 기억하는 주체들과의 만남을 통해 마침내 할머니를 어루만지며 떠나보낸다. 조용히 달라지는 풍경을 응시하며 시간의 흐름을 발견하는 것은 영화를 감상하는 또 다른 재미다.



데일리팀 박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