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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다큐페스티발2019 Daily_04 [리뷰] 국내신작전17 낯선 세계를 횡단하다

  • 작성일2019.03.23
  • 조회수4,967

[리뷰] 국내신작전 17 낯선 세계를 횡단하다



< SFdrome: 주세죽> 김소영 | 2018 | 25min 55sec | 컬러 | DCP | 영어자막


영화는 감독이 만난 사회주의 여성 혁명가 주세죽의 모습을 묘사하며 시작된다. 그리고 화면은 그녀가 살았던 고립된 집 한 채를 아주 넓은 시야로 비춘다. 감독의 설명이 끝날 때까지 화면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것은 주세죽이 넓은 들판 속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집 한 채로부터 벗어날 수 없음을 드러낸다. 주세죽은 사회주의 여성운동에 참여하여 위험인자로 낙인찍히고, 카자흐스탄에서 유배 생활을 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사회주의 여성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 그는 주세죽과 마찬가지로 카자흐스탄으로 유배당했다. 이 둘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은 바로 플로라 트리스탄의 철학이다. 그는 빈곤에 처한 노동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여성이 남성의 삶 전체에 끼치는 영향력에 대해 설파한다. 이 셋은 평등한 세상을 위해 그들의 삶을 바쳤다.


주세죽이 유배당했을 시기 그가 머물렀던 장소와 멀지 않은 곳에 우주 발사대 코즈모드롬이 설치되었다. 당시 그곳의 풍경과 우주선이 발사되어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모습, 그리고 주세죽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주세죽의 삶과 그의 철학이 담긴 공간이 수행한 또다른 결과물을 새롭게 연결시킨 것이다. 낯선 세계에서 자신의 뜻을 굽힐 수 밖에 없었던 주세죽의 상황은 우주로 힘차게 뻗어나가는 우주선의 모습과 완전히 대비되며, 이는 그녀가 걸어온 삶의 투쟁에 깊은 여운을 더한다.





<눈의 마음: 이후> 김소영 | 2018 | 16min 55sec | 컬러 | DCP | 영어자막


1860년 러시아와 청나라 사이 채결된 북경조약으로 인해, 연해주는 러시아 땅이 되었고 흉년으로 고통받던 조선인들은 생존하기 위해 연해주로 이주한다. 그들은 스스로를 고려인이라고 불렀다. 고려인을 태운 화물차가 블라디보스톡으로 향하고, 그렇게 그들은 강제 이주 당했다.


차가운 눈이 나무의 가지를 완전히 덮어버리고, 눈 길 위를 이동하는 자동차의 소리가 유난히 무겁게 들려온다.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강제 이주된 생존 고려인의 집이다. 카메라는 세월이 흐른 흔적이 가득 담긴 고려인의 현재를 묵묵히 비춘다. 그리고 다음으로 자동차가 도착한 곳은 처형당했던 고려인들의 과거이다. 1920년대 초반, 무참히 처형당했던 고려인들의 역사를 들춰내고 그들의 과거와 현재는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고려인들의 삶을 담은 낡은 영상과 사진, 현재 생존 고려인 그리고 눈 덮인 러시아 극동지역의 공간을 교차시키는 것은 김소영 감독이 고려인의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이다. 땅에 박힌 길다란 유리판에 그들이 머물렀던 지역의 현재 모습이 반사되고, 고려인을 기리는 비석에 그들의 옛 영상을 영사함으로써, 그는 공간이 기억하는 역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눈 덮힌 숲속을 하염없이 달리는 자동차는 묵묵히 고려인들의 자취를 따라간다.





<스윗 골든 키위> 전규리 | 2018 | 20min 47sec | 컬러 | DCP | 영어자막


뉴질랜드에서 키위를 포장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한 여성과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키위 공장에서 일했던 여성이 있다. 이 둘은 모두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서로 다른 지향점을 가지고 낯선 세계에 머무른다. 한 명은 자신이 사랑하는 한국에서 머무르기 위해 낯선 세계로 떠나있고, 다른 한 명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한국의 현실을 회피하기 위해 낯선 세계로 떠난다. 두 사람은 키위 공장에서 일하며 돈을 벌었고, 그 돈으로 국경을 넘는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감독이 있다. 이 세 명의 여성은 모두 떠나고 머무르고, 또 떠나는 생활을 반복한다.


그들이 국경을 넘는 모습은 수많은 국가로 납품되어 원산지를 떠나는 키위의 그것과 병치 된다. 그들은 키위가 여러 국가로 보내지는 것처럼 자신이 난 곳을 떠나 낯선 공간에서 새롭게 생계를 꾸린다. 국경을 넘나드는 것은 키위가 납품되는 것만큼이나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일이다. 다만 키위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 스스로가 왜 떠나는지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각자 자신이 가진 신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국가의 경계를 넘으며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는다.



글/ 데일리팀 장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