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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다큐페스티발2019 Daily_04 [이슈기획] 국가의 경계 - 경계를 나누는 것의 잔인함

  • 작성일2019.03.23
  • 조회수373

[이슈기획] '국가의 경계' - 경계를 나누는 것의 잔인함


경계는 집단을 형성하고 집단 내의 소속감이 높아질수록, 집단 간의 배타성 또한 강해진다. 어떤 곳에도 속하지 못하고 경계선 바로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네 편의 영화가 있다. 그들은 국가로부터 받는 불안정성을 견디며 경계선의 위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서도 안 된다.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속하는 순간, 그들은 국가의 경계를 넘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부당, 쓰러지지 않는> 최아람 | 2018 | 32min 40sec | 컬러 | DCP | 한글자막


재일 조선인들은 자신이 주변인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그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무시와 차별을 견딜 수밖에 없었다. 해방 후 그들은 일본 전역에 조선학교를 만들었고 '우리학교'라고 부른다. 그들은 조선어를 할 수 없어서 일본인의 정체성이 없음에도 일본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그들이 가진 교육에 대한 간절함은 좋은 학교나 연봉 높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욕망의 표출이 아니다. 그들에게 교육이라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슬프지만 현실이기 때문에 견디는 것은 혼자서는 도저히 이기지 못하는 경계선의 힘이며, 조선학교 폐쇄와 그에 대한 투쟁의 이야기는 경계선을 지우기 위한 연대의 절박한 노력이다.





<보이지 않는 아이들> 아오리 | 2018 | 30min 56sec | 컬러 | DCP | 기타


영화는 북한에서 가족과 함께 탈북한 아이들, 북한 부모를 둔 3국 출생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그들은 어떠한 경계로부터 구분되지 않을 때 가장 자유롭다고 한다. 단 하나의 국가적 정체성을 가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들이 한 국가에 속하면 경제적, 사회적 방면에서 삶의 확장 범위가 급격히 제한된다. 중국에 가면 한국인이라고 내쫓고, 한국에 가면 중국인이라고 내쫓는다. 그들이 국가의 경계선의 내부에 있기 위한 대가는 부모와 함께할 수 없는 외로움과 사회의 경계선 밖으로 내쫓기는 운명이다. 그들이 살아야 하는 곳과 죽어서 묻힐 곳은 어디인가.





<463 Poem of the lost> 권아람 | 2018 | 20min 04sec | 컬러 | DCP | 한글자막, 영어자막, 기타


463명의 한국인을 포함한 태국인 '위안부'의 명단이 빨간 상자 안에 가리워져있다. 영화는 상자 안에 갇혀 누구도 기억하지 못한 그날의 사건, 그들의 이름을 새롭게 기록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건설했던 철도가 있다. 전쟁의 부산물인 철도는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는 장소가 되었다. 방콕에 있는 전쟁 박물관은 희생자를 기리는 곳이 아닌 당시 사용된 무기들의 전시장이 되었다. '소란한 발걸음 앞에서는 전쟁도 자랑이다.'라는 영화 속 한 마디는 우리가 어떤 것을 기억해야 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더이상 기억이 존재하고 이어지지 않는 공간에서 그것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영화는 기억해야 하는 것을 발견하고 기록하고자 하는 용기를 보여준다.





<한국인을 관두는 법> 안건형 | 2018 | 120min | 흑백 | DCP | 한글자막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세워진 광화문 광장에서 태극기가 펄럭이다 멈춰있다. 펄럭이는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그리고 이내 영상은 긴 공백을 사이에 두고 천천히 운동한다. 이 장면과 동시에 나오는 음성은 자신을 유토피아에 사는 기회주의자라 칭하는 단체에서 내는 '출세의 소리'이다. 영화는 일제 강점 시기의 친일파의 행적부터 이승만, 박정희 정권에 이르는 근 100년간의 행적으로 따라간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정권을 잡고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유토피아'의 전제조건을 설파하며, 현재 '태극기 집회'로 상징되는 군집의 형성 역사를 되짚는다. 역사의 큰 흐름을 주도하는 선에서 빗겨 난 예외의 집단은 독특하거나 비주류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의 변화와 함께 아주 치밀하게, 그리고 아주 조용히 구축된 대표성이다.



글/ 데일리팀 장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