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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다큐페스티발2019 Daily_05 [리뷰]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곳, <동물, 원>

  • 작성일2019.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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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곳, <동물, 원>





청주에 사는 사람이라면, 어린 시절 이곳에서 찍은 사진 하나쯤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동물, 원>은 동물원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청주동물원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돌보는 동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실 청주동물원은 청주에서 태어나 19살까지 살았던 나에게는 이미 몇 번이고 다녀온 곳이었다.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때까지 그곳은 현장체험학습의 필수 코스였으며, 가족들과 날씨 좋은 날이면 시간을 보내러 가는 곳이었으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 안에 갇힌 동물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물원을 무작정 비난하며 당장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나는 동물원을 없앤 뒤에 그 동물들을 어디로 보내야 하냐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못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구보다 동물들을 아끼고 있는 사육사들은 생각하지 않았다.


1980년대 한국에서는 유행처럼 지역마다 공영 동물원을 지었다고 한다. 하지만 동물원 건축 전문가가 없었기 때문에 동물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구조물만 들어섰다. 현재 대부분의 공영 동물원은 넉넉지 못한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기에 돈이 많이 드는 구조 개선 공사는 엄두도 못 내는 현실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환경에서도 한결같이 동물을 돌보는 사람들을 비춘다. 영화는 사육사와 수의사가 자식처럼 여기는 동물들에게 방문객들이 던진 쓰레기를 보고 안타까워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들은 자신이 보살피는 동물의 식성을 기억하고, 좁은 공간에서 지내야 하는 동물들의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기구들을 제작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동물원을 막연히 반대만 하다가 동물들과 그 공간을 제대로 잡아내고 싶었다’는 왕민철 감독의 의도대로 영화는 흘러간다.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동물원의 일상을 잔잔하게 보여주며 ‘그저 생활공간이 열악하다는 것만으로 동물원을 무작정 없애는 게 옳은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영화의 후반부는 20여 년간을 동물원에서 산 박람이의 죽음과 일생을 회상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수술대 위의 박람이를 지켜보며 사실 나와 박람이는 구면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박람이는 청주동물원에서 1999년에 태어나 그곳에서 한평생을 보냈고, 그곳에서 죽었으니 나와 두세 번쯤은 만났겠지. 본가에 내려간다면 청주동물원에서 박람이와 함께 찍은 사진이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글/ 데일리팀 전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