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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다큐페스티발2019 Daily_06 [GV] 국내신작전13 '사이 너머'

  • 작성일2019.03.25
  • 조회수284

[GV취재] 국내신작전13 '사이 너머'




지난 25일(월) 오후 3시 30분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2관에서 국내신작전13 ‘사이 너머’의 GV(관객과의 대화)가 열렸다. <모스크바 닭도리탕>의 오재형 감독, <오늘과 내일>의 유하은 감독, <핑크 페미>의 남아름 감독이 참여했다. 한편, 국내신작전 13 ‘사이 너머’는 총 4편의 영화 <모스크바 닭도리탕>(연출 오재형), <오늘과 내일>(유하은), <94. 비디오앨범>(연출 허세준), <핑크페미>(연출 남아름)로 구성됐다.


사회자 : 이번 국내신작전13 ‘사이 너머’에서는 자기 색깔이 뚜렷한 단편 4개가 상영되었습니다. 그중 <모스크바 닭도리탕>의 오재형 감독님, <오늘과 내일>의 유하은 감독님, <핑크페미>의 남아름 감독님을 모시고 GV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상영 순서대로 관객분들께 인사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오재형(이하 오) : 모스크바에서 닭도리탕 먹고 온 오재형입니다. 반갑습니다.
유하은(이하 유) : <오늘과 내일> 연출한 유하은입니다.
남아름(이하 남) : 안녕하세요, <핑크페미> 만든 남아름입니다.

사회자 : 관객분들이 굉장히 많으시네요. 감독님들께 궁금한 점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공통적으로 작품을 어떻게 제작하게 되셨는지 질문드린 후 객석으로 마이크를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 작년에 부모님과 함께 북유럽 패키지여행을 2주 정도 다녀왔습니다. 처음 갔던 곳은 모스크바였습니다. 한국인들은 한식을 꼭 먹어야 하기 때문에 그곳에서 저를 기다렸던 것은 닭도리탕이었어요. 모스크바에서 먹은 닭도리탕 사진을 인스타에 올렸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그걸 재밌어하길래 처음에는 사진 시리즈로 시작을 했었어요. 이후 스톡홀름에서는 맑은 장국 사진을 찍었었고, 헬싱키에서는 그림자만 찍어서 올렸었고요. 사진을 올리던 중반부터는 이걸로 작업이 되겠다고 생각해서 몇 장을 여행에서 가지고 왔고요. 여행 영상의 핵심은 보통 장소성이잖아요. 하지만 저는 장소성을 제거하는 식으로 한편의 농담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라는 기획의도를 가지고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자 : 유하은 감독님의 작품은 굉장히 자전적인 다큐멘터리었습니다. 작품을 연출하게 된 계기를 전반적으로 말씀해주세요.

: 처음에는 학교 영화 연극 동아리에서 활동 하는 걸 학술제 때 사용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동아리 시간이 한 두 달에 한 번씩 밖에 없었어요. 또 주변 친구들도 시간이 없어 함께 잘 못 모여서 진행이 안됐습니다. 결국 그냥 제 이야기로 만들어서 찍자고 생각해 연출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자 : 남아름 감독님도 <핑크페미> 작품을 만들게 된 배경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 작년에 미투로 한국 사회가 뜨거워졌었죠. 그때 제가 목소리를 내고, 역할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던 이야기를 다큐로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자 : 객석으로 마이크를 넘겨 질문하도록 하겠습니다.


관객 : <모스크바 닭도리탕> 오재형 감독님과 <핑크페미> 남아름 감독님께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모스크바 닭도리탕>을 보면서 가상의 일기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중간중간 들어간 인스타 사진 등이 그렇게 느껴졌는데요. 그렇게 구성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핑크페미>는 핑크 페미니즘이 고민이었다는 선언에서 시작된 거잖아요. 그런 선언과 관련된 내용이 궁금합니다.


사회자 : 일단 오재형 감독님은 형식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장면을 보여주는 방식이나 내레이션이 독특한데 작품 연출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기준점이 있으셨나요?


: 전에 작품들은 계획을 먼저 한 뒤에 작업을 시작했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그 반대로 해봤습니다. 최대한 계획하지 않고 우연에 맡기려고 했습니다. 내레이션도 궁금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네요. 내레이션은 제가 의식적으로 한 건 아닙니다. 어느 날 일어나서 제 옆에 있던 핸드폰으로 녹음을 해봤어요. 그걸 저녁에 들어 보니까 재밌게 느껴지더라고요. 이것을 하나의 큰 지도로 삼았습니다. 거기에 여행에서 찍어왔던 인스타 사진들을 함께 사용했어요. 좀 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외국과 한국 사이의 약간 애매한 풍경을 찍은 것들이요. 편집도 내레이션이나 그때그때 기분에 즉흥적으로 편집을 하는 식으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 ‘과연 핑크가 페미니즘을 수식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했었습니다. 핑크는 우리 사회가 말하는 여성성의 상징이죠. 그런 핑크를 좋아했던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었습니다. 영화 처음의 핑크색이 마지막에는 사회가 말하는 나약함과 같은 여성성보다는 “핑크색을 좋아하면서도 강한 여성이 될 수 있다” 가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핑크 페미’는 그 색깔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보다는 ‘이 시대의 다양한 페미니즘 중에 나는 이런 색깔의 페미니즘을 하고 싶어!’라는 선언으로 보셨으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관객 : 세 감독님 작품 모두 잘 보았습니다. 특히 유하은 감독님과 남아름 감독님 두 분 작품을 보면서 웃음이 나오는 장면과 더불어 감동까지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영화를 만드신 기간과 만들면서 있던 변화들이 궁금합니다. 덧붙여 <핑크폐미>의 경우의 결말에서 어머님이 결국 일을 그만둔다는 결심을 바꾸지 않으신 건가요? 결말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 제작은 2학년, 그러니까 작년 한 3월쯤부터 일상생활에서 촬영을 계속해왔습니다.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대화하고, 공부하고, 장난치는 것들을 계속 카메라에 담아왔어요. 구성은 세계시민영화학교에서 있던 상영회 전날 편집 구성을 시작했습니다.


사회자 : 학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들 중 달라진게 있나요?


: 학업에 대한 고민은… 그냥 계속 아직 심란합니다. 진로는 무언가 확실해진 거 같아요. 이 영화를 만들기 전이나 고등학교 오기 전에도 영화를 좋아하긴 했었지만, 영화 쪽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은 별로 없었어요. 하지만 이 영화를 만들고 나서 주변 사람들이 ‘너 감각 있다!’라며 칭찬도 해주고 하니까 목표도 생기고, 이 진로가 더 확실해진 거 같아요.


사회자 : 남아름 감독님 이어서 답변 부탁드리겠습니다.


: 마지막 부분에 이제 엄마가 ‘그만두고 싶다’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한순간의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지금도 열심히 여성운동과 관련된 일을 하고 계시고요. 사실은 제가 1차 편집본을 만들고 엄마한테 보여줬었어요. 그 시점에 엄마께서는 ‘나는 이제 여성운동 그만두고 싶다’고 말씀하셨거든요. 그러면서 그 영상을 ‘내 마지막 여성 운동 영상’이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셔서 엄청 화를 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사실은 그래서 구성이 조금 바뀌었던 것 같아요. 이 영상은 도망가고 싶었던 엄마와 딸들이 서로를 의지하면서 다시 새로운 세상을 꿈꿔볼 수 있게 다짐을 하도록 도와주는 작품입니다.


사회자 : 대학 들어가면서 페미니즘과 관련된 활동을 하신 것 같습니다. 미투 이후로 맞은 변화나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한 게 있으신가요?


: 이 작품을 만들고 여러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생각만큼 많은 것들은 못 했던 거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늘 목소리를 내려 노력합니다.


관객 : <오늘과 내일>의 유하은 감독님께 질문이 있습니다. 사실 제가 감독님이랑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거든요. 제가 학교에 다녔던 게 5년쯤 전인데 달라진 점이 많더라고요.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는 영화 동아리가 없었는데 생겨난 게 혹시 감독님이 뜻으로 만들고, 운영하시는 건지 궁금합니다. 미투 관련한 학교 소식도 듣고 싶습니다.


: 동아리는 제가 만든 건 아니고, 작년에 만들어졌지만 한 번만 운영되고 없어졌어요. 미투 관련해서는 이 운동이 있고 나서 주변 친구들 의식이 좀 더 많이 깨어난 것 같아요. 평소에 쉬는 시간에도 페미니즘 관련 얘기를 많이 하고요.


관객 : 먼저 <오늘과 내일> 작품 잘 봤습니다. 어머니가 같은 작업을 하는 동료가 된 결정적인 계기가 궁금합니다.


: 사실 엄마가 처음부터 롤모델은 아니었어요. 저는 영화 외에도 동물을 좋아해요. 그래서 사육사나 수의사가 꿈이었는데, 제가 키우던 동물이 고1 때 죽게 되면서 트라우마로 그 꿈과 멀어지게 됐어요. 이후에 나는 영화도 좋아하니까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을 영상으로 표현하자는 생각이 들어서 이쪽 일을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엄마한테 영향을 받은 걸 얘기해볼게요. 엄마가 어릴 때부터 영화제에 데리고 가거나, 세계시민영화학교를 소개해주시면서 영화와 관련된 쪽에 많이 노출되게 해주셨어요. 사실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엄마와 다툼도 있었지만, 제가 이번 영화제에 이렇게 작품을 낸 걸 보시니 좋아하세요. 사실 엄마가 저희 키우느라고 영화를 10년간 못 만들고 계시거든요. 엄마 대신 이렇게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서 좋아요.


관객 : 저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사회적 활동을 별로 보지 못한 사람이라 두 분이 너무 부러웠어요. 특히나 <핑크페미> 감독님의 어머니가 페미니스트셨지만, 집안에선 다르셨잖아요. 저도 오늘날의 여성들이 사회에서 좀 더 진취적으로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당장 집에 있는 우리 아빠만 보더라도 여러모로 고민이 많거든요. 이런 괴리 같은 걸 어떻게 해결해 나가시는지 궁금합니다. 덧붙여 영화 속에 잠깐 나온 쌍둥이 동생분은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은 것 같지는 않아 보여요. 같은 엄마 밑에서 자랐지만 어떻게 그렇게 다를 수 있는지도 궁금하고, 페미니즘에 대해 동생분과 얘기를 많이 나누시는지도 궁금합니다.


: 저도 집 밖의 엄마와 집안의 엄마가 다른 점에 대한 괴리감이 컸었습니다. 그래서 엄마한테 반항하는 시간도 많았고요. 사실 우리 집이 매달 제사를 지내는 종갓집이에요. 아직도 제사를 지내고 있지만 무언가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것을 보며 긍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쌍둥이 동생은 꾸미는 걸 좋아했어요. 하지만 이 친구도 미투 운동과 탈코르셋 운동 이후에 바뀌었어요. 자기가 많이 변하고 똑똑해진 걸 보여주고 싶다고 해요. 그래서 언젠가 동생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도 만들고 싶어요.


사회자 : 제가 오재형 감독님께 마지막으로 질문드리겠습니다. 영화 속에서 줄을 잡고 있는 것과 관련한 내레이션이 반복적으로 나오거든요. 내레이션 자체가 무의식 속에서 얘기한 듯한 혹은 잠을 덜 깬 상태에서 말한 것 같은 느낌이 났습니다. 그 줄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 작년 서울 거리예술축제에서 찍었던 줄로 매달아 사람이 날라가는 퍼포먼스를 앞뒤로 배치했습니다. 줄에 떠있는 무중력 상태, 그 줄을 필사적으로 잡고 있는 상태들이 붕 떠있는 제 모습과 겹쳐지지 않았을까라고 저도 해석을 해보려고 합니다.


사회자 : 내레이션 녹음 방식은 어떻게 하셨나요?


: 제 핸드폰으로 했습니다. 가까이 대고 녹음하니까 꽤 쓸만하더라고요.


사회자 : 대사들을 따로 적어두시고 읽으신 건가요? 아니면 즉흥적으로?


: 자고 일어난 뒤 바로 녹음했습니다. 잊어먹고 있다가 저녁에 듣고 깜짝 놀라곤 했어요.


사회자 : 아쉽지만 다음 상영 시간이 있어서 앞으로 어떤 작업 활동을 할 계획이신지 들어보며 GV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사실은 제가 그렇게 재밌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 영상을 만들고 반응이 어떨지 걱정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관객분들이 많이 웃어주시고 공감해주셔서 제가 많은 힘을 얻고 갑니다. 평일에도 와주셔서 감사하고,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보러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집에서 키우는 동물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어요. 제가 유기견과 길고양이들을 키우거든요. 나중에 제가 만든 다큐멘터리들을 극영화로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 영화 제작과 발표 사이의 텀이 있잖아요. 그 사이에 입장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이번이 그렇네요. 이번 작품을 제작할 때는 우울했었다면 지금은 내일이 기대될 만큼 완전히 반대입니다. 뚜렷한 목표가 생겼거든요. 몇 년 전에는 영화를 상영하면서 피아노를 같이 치는 퍼포먼스를 했었고, 올해에는 이와 관련된 단독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모든 단편을 공연화 시켜서 7월에 단독 공연이 있을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그런 퍼포먼스 작업을 이어갈 생각이고요. 와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글/ 데일리팀 전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