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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다큐페스티발2019 Daily_07 [인터뷰] <로그북> 복진오 감독을 만나다 - 성급해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의 중요성

  • 작성일2019.03.26
  • 조회수1,407

[인터뷰] <로그북> 복진오 감독을 만나다 - 성급해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의 중요성


<로그북>은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후 깊은 물 속으로부터 희생자를 수습했던 잠수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잠수사의 수가 충분하지 않아 잠수 로테이션의 간격이 짧았고, 그로 인해 제대로 감압조차 하지 못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정부가 정한 민간 잠수사에게까지 확장되어, 당시 그들은 견디기 힘든 육체적, 정신적인 고통 속에서 작업을 해야 했다. 그들의 심정을 온전히 기록해둔 로그북이 있다. 영화는 그 로그북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고, 당시의 상황들을 부단히 기록했다. 복진오 감독을 만나 <로그북> 제작의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로그북>으로 관객과 만나게 된 소감 부탁드립니다.

복진오 감독(이하 복): 초등학교 아이들이 학교 처음에 입학할 때와 같은 설렘이 있어요.


영화 속 로그북은 어떤 경로로 받게 되셨나요?

: 두 권의 로그북이 있었어요. 하나는 다이어리 형식으로 쓴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잠수사들이 쓰는 도식적인 로그북이에요. 바지산에서 함께 한 시간 후에 집 앞 카페에서 만나 로그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아이패드에 기록된 잠수일지를 보게 되었고, 그 친구가 그 일지를 메일로 보내주겠다고 해서 받게 되었는데, 이후에 다른 잠수사들의 로그북을 수집하여 이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잠수사 분들의 로그북을 읽으셨을 때 어떤 마음이 드셨나요?

: 바지선에서 함께 했을 당시에 ‘왜 이러한 잠수사분들의 심정을 알아채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 이걸로 무언가를 만들고 공개 해야겠다는 말은 하지 못했고, 잠수사분들의 마음이 편할 때, 그 때 공개를 하자고 말했어요.


로그북을 받고 어떻게 영화로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시게 되었나요?

: 조금 시간이 지나고 이 로그북을 마주할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되면 공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고, 특히 재난을 대비하고 연구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라고 생각했어요. 로그북을 주신 잠수사분들이 선뜻 ‘너한테 판단을 맡기겠다’라고 이야기 해 주셨고, 저는 영화를 만든 후에 최종적으로 그분들의 검토를 거쳐 공개하겠다는 약속을 드렸습니다.


감독님께서 잠수사분들의 신뢰를 얻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 찍는 데 게을러서 그런 것 같습니다. (웃음) 왜냐하면 바지산에서 그분들과 함께 밥 먹고 이야기 하면서 일상적인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제가 그분들의 삶을 잘 이해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잠수사분들이 “너는 왜 안 찍냐, 다른 얘들은 인터뷰도 잘하고 질문도 많이 하는데 너는 인터뷰도 안 하냐.”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웃음)


잠수사 분들께서 적은 일지를 내레이션으로 삽입해서 그 글에 담긴 감정이 더욱 잘 전달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목소리가 잠수사분들 본인의 것이라서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 사실 그 내레이션은 잠수사분들의 목소리가 아니에요. 잠수사분들이 내레이션을 했을 경우 아픈 상처를 들춰내는 것 같기도 하고, 자신이 쓴 글을 읽었을 때 어색한 부분이 있을 것 같다는 걱정에 성우를 구해서 진행했습니다. 피곤하고 지치고 마음이 황폐해진 그 목소리가 담겨서 관객에게 전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을 고민하면서 작업을 했습니다. 이후에 그들의 감정과 일지의 내용이 더욱 잘 전달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내레이션을 수정할 생각입니다.


유가족분들도 잠수사분들도 정부에 대한 불신이 많이 심했던 것으로 보였는데, 감독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정부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정부는 초기부터 신뢰를 잃었고, 비난을 회피하기 위해 사건에 관여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정부가 상황을 제때 판단해서 방향을 잡아야 하고, 그게 어떤 방향이더라도 반대의 여론은 있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정부는 그 부분을 두려워하여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비난을 받더라도 빨리 상황을 수습해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게 정부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해요.


환경단체의 해양보호팀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곳에서는 어떤 일을 하시나요?

: 우리나라가 몇 안 되는 육지의 오폐수를 바다에 버리는 나라 중 하나였어요. 그것을 우리 바다위원회에서 지속적으로 캠페인을 했고, 그 결과 몇 년 전 우리나라도 해양 투기를 없애게 되었어요. 해양 포유류 보호 운동과 감시 활동도 많이 했었고요.


<로그북>의 연출의도에 보면 감독님께서 다이버라는 것을 안 후에야 바지선 승선을 허락받으신 것으로 나와있는데, 감독님께서는 어떻게 다이빙을 시작하시게 되었나요?

: 제가 바다위원회에 속하기도 하고, 프리랜서 PD 생활을 하기 때문에 수중 촬영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수중 촬영을 할 수 있는 인건비가 비싸고 스케줄을 맞추기가 힘들었고 또 그 사람들이 찍은 영상은 영상 전문가가 아닌 잠수 전문가가 찍은 영상이라 제가 직접 해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바다 속에 딱 들어가면 온갖 걱정과 스트레스와 스케줄을 모두 잊고 완전히 다른 세상을 경험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좋아요. 굉장히 힘들고 복잡할 때 다이빙을 하면 편안해지죠.


오늘 오후에 <로그북>이 상영되고 관객들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관객들에게 어떤 말씀을 가장 전달하고 싶으신가요?

: 힘들었다면 이 영화를 보시고 여러분들도 치유가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영화를 만들 때는 잠수사분들을 위해서, 제작의 긴 시간 동안 힘겨운 과정을 겪었던 나 자신을 위해서 이 영화를 통해 치유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런데 영화를 다 만들고 관객분들과 이야기 하면서, ‘아, 나와 잠수사분들 외에 국민들도 트라우마가 있었지.’라는 것이 떠올랐고 그분들도 이 영화를 보면서 치유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님의 다음 영화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개인적으로 <로그북>을 너무 감명 깊게 봐서 감독님의 다음 작품도 많이 기대됩니다.

: 앞으로도 잠수사분들을 만나면서 그분들에 대한 기록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그러나 제 주작업은 휴먼 쪽이 아니고 환경이에요. 환경은 멋진 장면을 담기 위해서 물속에 돌을 던진다거나, 소리를 질러서 새를 날리는 것과 같은 개입을 하면 안 돼요. 대신 오랜 시간 기다리면서 관찰하면 자연은 정말 많은 것을 보여줘요. 그리고 정말 경이로운 순간의 장면을 포착할 수 있어요. 저는 제가 담는 환경에 적응하고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요. <로그북>도 그렇게 잠수사분들이 저를 믿어줄 때까지 기다리면서 천천히 촬영했어요.


예정된 시간보다 인터뷰가 길어졌는데 적극적으로 응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 아니에요. 저도 이렇게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서 치유를 받는 시간이었어요. 오히려 제가 치유를 많이 받았습니다.


글/ 데일리팀 장유진

사진/데일리팀 김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