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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다큐페스티발2020 국내신작전 선정의 변

  • 작성일2020.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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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다큐페스티발2020 국내신작전에는 단편 136편, 장편 34편으로 총 170편이 출품되었습니다. (단편_ 60분 미만 / 장편_ 60분 이상) 국내신작전 프로그래머 4인이 전체 출품작을 함께 보았고, 선정회의를 거쳐 31편(단편 21편, 장편 10편)의 작품을 국내신작전 상영작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인디다큐페스티발2020 국내신작전 선정 프로그래머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나다순)

김선명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김성은 (다큐멘터리 감독)
박배일 (다큐멘터리 감독)
채희숙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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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앞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때론 보면 안 될 것을 훔쳐보는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습니다. 더 가볍고 작아진 카메라는 더 내밀한 구석까지 들어가게 되었고, 사적 기록의 오랜 역사는 홈비디오를 비롯한 매체들의 자기 전시와 반영을 하나의 흐름으로 등장시켰습니다. 여전히 청년 세대의 불안을 표현한 작품이 많이 출품된 가운데, 올해는 특히 여성 청(소)년들의 우울증과 자해 및 자살기도를 고백하는 작품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쉽게도 다수의 출품작이 습작과 자기 고백적 일기에 머무르고 말았지만 분명 주목할 만한 경향이었습니다. 청년 세대의 방황과 자기를 향한 카메라의 가장 손쉬운 결합은 로드무비의 형식이었고 이 또한 다수 출품되었습니다. 좋은 로드무비란 무엇일까에 대한 의문만을 남긴 채 대부분의 작품은 프로그래머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기후변화를 향한 관심이 커졌다는 사실은 환경 이슈를 다룬 출품작들의 수로도 알 수 있었습니다. 동물들의 끔찍한 장면들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대안적인 삶 또한 많이 담아냈지만, 확신에 찬 이슈 파이팅 이상의 고민이 보이지 않은 작품엔 역시 손을 들어줄 수 없었습니다. 노동과 현장을 다룬 다큐멘터리의 극심한 부족 가운데, 자기를 향해 돌려진 수많은 카메라가 단일한 자기 확신에 갇혀 있거나, 혹은 자기 불안의 전시에 머무르지 않기를 기대했습니다. 자기 분열과 간극 속에서 세상과 마주치는 새로운 선을 발견한 작품들에 주목했습니다. (김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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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층위의 여성 서사가 많은 점이 인상 깊었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보았습니다. 한편 투쟁 ‘현장’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좀처럼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소수자로서 겪는 일상적 투쟁이나 활동가로서 정체화하는 과정에 대해 몇몇 영화들이 던지는 의미있는 질문들은 이야기를 영화에 담는 태도나 방법론에서 페미니즘이 어떻게 모색되고 확장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하는 작업들도 눈길을 끌었지만, 소수자의 이야기를 대상화하지 않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형식적 실험으로 발현된 작품들에 좀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로 타자와 소통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선정 과정에서 감독 본인 혹은 주변인의 이야기를 친밀한 거리에서 담은 영화를 유독 많이 보았으나, 각각의 다른 이야기들이 하나의 전형적인 자전적 서사로 보일 만큼 에세이와 서신, 일기 등 문학적 요소들이 마치 공식처럼 배치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던 반면, 편집과 촬영에서 영화적 구성 요소에 대한 고민을 거쳐 자신만의 영화적 언어로 본인을 표현하려는 작품은 눈에 띄게 적었습니다. 영화가 개인의 삶 테두리 안의 세계를 가시화시키기 위한 수단이 아닌 타자와의 비가시적 경계를 허무는 수행성의 매체로 작동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함께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인디다큐페스티발2020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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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는 ‘지금, 여기’, ‘나와 우리’가 서 있는 모양새와 감정을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출품작에 담긴 나와 우리는 제각각의 성질과 농도로 헐떡이고 있었습니다. 마치 지독히 따라붙는 통증을 참지 못해 토해내는 한숨과 같은 작품을 보면서 함께 아파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통증의 진원지를 찾겠다는 각오는 고통을 재현하는 것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나를 괴롭히는 기억에 맞서 쉼 없이 질주했고, 우리를 멈칫하게 만드는 거대한 해일과 드잡이를 했습니다. 그 여정이 실패로 끝날 때도 있었고, 작은 승리의 기쁨을 맛보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받아 든 결과가 헐떡임에서 벗어나는 과정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다가올 내일을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170편의 작품을 보면서, 자기 고통에서만 허우적대지 않으려고 애쓰는 태도, 사건과 감정을 올곧게 들여다보는 시선, 새로운 감각으로 전하려는 시도, ‘지금, 여기’에 저를 데려다주는 작품에 마음이 갔습니다. 상영 조건상 마음을 울리는 모든 작품을 선정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돌아오는 봄, 인디다큐페스티발2020을 통해 지금 여기 나와 우리의 모습을 만나고 미래를 상상하는 논의의 장이 되길 바랍니다. (박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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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을 들고 일기장을 펴는 것처럼 카메라를 켤 수 있는 시대의 감각들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시작하기 어려운 말과 대면하기 힘든 현실의 장벽을 넘기 위해 카메라를 동료로 삼아 귀한 고백들이 이어졌습니다. 한편 일기보다는 편지나 수필처럼 되고자 하는 작품을 만나기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해 많은 영상들이 스스로 사유를 건네기보다는 기존의 관념을 매개하는 자리에 있었고, 그렇게 길어 올려진 영상들은 내용의 측면이든 형식의 측면이든 때로는 자의식에 머물고 때로는 상투적인 것에 그쳤습니다. 그래서 국내신작전 선정 과정에서는 화두가 되기 위한 노력의 문제를 가장 유념했습니다. 그것은 보는 일에 붙어있는 관습들을 걷어내고 사물과 직접 맞닥뜨리고자 용기를 내는 시간, 또 그 과정에서 사물의 진실을 사유해가는 시간으로써 영화가 나타나고 있는가의 문제였습니다. 영상이 ‘나는 본다’고 말하는 자의식이나 온갖 상투성을 매개하는 대신 ‘정말로 보기’ 위한 지혜를 고민하는 길에 놓일 때, 독립다큐멘터리가 권력관계 너머에 실재하는 삶을 기록하는 지평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채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