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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전

감독
오민욱
작품정보
2015 | 86min 17sec | 컬러 | HD | 한글자막

 

시놉시스

부산의 범전동. 조용하게 비가 내리는 가운데 민방위 훈련을 알리는 익숙한 사이렌이 들려온다. 내리던 비가 그치면서 날이 개이고 바람이 느껴진다. 동해남부선 위를 달리는 기차가 일으킨 것인지, 아름다운 초원 ‘캠프 하야리아(Camp Hialeah)’에서 불어온 것인지 묘연하기만 한 그 바람은 ‘사라진 마을(돌출마을)’을 지나 ‘붉은 골목(300번지)에 이르고 ’굉음‘으로 사라진다.

 

연출의도

모든 것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있었다. 초원 근처에 살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지켜보던 풍경은 다음과 같다.
[일장기가 불탄다. 전쟁이 끝났다. 감만 8부두를 통해 부산에 상륙한 미군은 넓은 초원을 발견한다. 일본이 차지하고 있던 초원. 미군은 그 초원위에 기지를 세운다. 다시 전쟁이 발발한다. 성조기가 펄럭인다. 성조기가 불탄다. 미군이 떠나기 시작한다. 미군이 머물던 초원을 돌려받았다. 초원은 이제 공원이 되었다.]
이 모든 풍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이제 사라지고 없다.

 

프로그램노트

기억과 공간은 다큐멘터리의 본질을 꿰뚫는 화두다. 카메라는 기록하고 사람은 기억한다. 그리고 공간은 그 증거로써 우리와 함께 숨쉰다. <범전>은 사라지고 없는 것들, 사라져 가는 것들에게 한 통의 편지를 써내려 간 후 그것을 태워 망자를 애도하는 다큐멘터리다. 오민욱 감독은 이제 곧 사라질 공간의 기록을 긁어모아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대신 좀 더 실험적인 방식을 선호한다. 전작 <재>(2013)의 연장선에 서 있다고 봐도 무방한 <범전>은 재개발을 앞두고 모습을 바꾸고 있는 부산시 범전동의 풍경을 담는다. 정확히는 공간 위에 버텨선 사람들의 기억을 모아 공간에 개성을 부여하고 일종의 인격체로 승화시킨다.
1950년 부산시 범전동에는 주한 미군의 부산기지사령부가 주둔했다. 일명 하야리아 부대로 알려진 이 미군기지 주변은 냉전의 흔적, 현대사의 상처인 동시에 범전동 주민들이 일상을 영위해 나간 삶의 터전이다. 2015년 1월, 부산시민공원이 개장하면서 하야리아 부대는 과거의 것이 되어버렸다. 부산시 관료나 시의원들은 명품도시로 거듭나게 된 범전동의 찬란한 미래에 대해 연일 입 발린 말을 쏟아낸다. 바깥 쪽에서 이 기묘한 축제를 관람하는 이들도 무언가 달라지고 밝아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와 흥분을 감추지 않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버릴 공간의 실체에 대해선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범전>은 기록물로서 그 공간의 흔적을 영상으로 남겨두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대신 그 공간에 몸을 누이고 살았던 이들의 생생한 육성과 그들의 기억을 통해 공간의 기억을 형상화 시킨다.
일견 회화나 미술작품 같기도 한 이 영화의 방식은 이미지의 입체성이 아니라 효과의 입체성을 부각시킨다. 홍등가가 자리 잡은 돌출마을은 마을 주민들도 덮어버리고 싶어 하는 공간이다. 영화는 도리어 이들이 공간의 기억을 은폐 혹은 배제하려는 움직임과 욕망에 주목한다. 바로 옆에 존재하는 물리적인 삶의 터전임에도 부정되는 과정은 엄연히 존재했던 범전의 기억을 명품 도시 공원으로 덮어씌우는 작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 파편적으로 흩어진 이러한 이미지들은 단지 공간의 외양을 묘사할 뿐이다. <범전>이 포착하는 것은 그럼에도 여전히 그곳에 존재하는 빗소리, 흙냄새, 기계의 굉음 등 물질적인 요소다. 역사의 주체여야 하는 이들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모양은 공간의 기록이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방식과 겹치며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저기 범전이라는 공간은, 그 기억은 어디로 갈 것인가. 관습적인 서사를 따르지 않아 다소 난해하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의식의 흐름을 따라 가다보면 의외로 편하게 흡수된다. 사물의 본질을 탐구하는 통찰과 실험적인 형식미가 특히 돋보이는 작품이다.

송경원/ 인디다큐페스티발2016 프로그래머

 

감독소개

오민욱
자본주의와 냉전, 도시와 개발, 그 언저리에서 선택되거나 배제된 형상들은 무엇인지 다큐멘터리 형식을 통해 질문하고 있다. 6월 항쟁, 부산미국문화원방화사건, 백악기에 형성 된 암석군, 부산의 기지촌, 거창양민학살사건 등에 관한 작품이 그 실천의 결과물들이다.
상 (2012)
재 (2013)
범전 (2015)
적막의 경관 (2015)

 

제작진
제작     탁주조합 
촬영     오민욱  오준영 
편집     오민욱 

 

상영이력
2015 서울독립영화제 심사위원상, 독불장군상
2015 부산독립영화제
2015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2015 인디포럼
2015 서울환경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