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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먼집

감독
이소현
작품정보
2015 | 95min | 컬러 | DCP | 자막없음

 

시놉시스

취업 준비를 하고 있던 어느 여름,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할머니가 수면제를 모아 자살을 시도했다고 한다. 나는 할머니가 나를 떠나지 못하도록 지키기로 결심하고 할머니 곁으로 갔다.
할머니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꽃에 물을 주고 마당을 청소하며 당신의 아들과 나에게 정성스런 밥상을 차려주신다. 변소에 빠진 새를 구해와 나에게 보여주며 누구보다 활짝 웃으며 날려보내주자고 하신다. 그런데 왜 할머니는 죽으려고 했을까? 나는 할머니와 함께 보내며 조금씩 할머니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연출의도

어린 시절 할머니 손에 자란 나는 할머니가 세상에서 가장 좋다. 그런데 예쁘게 한복을 차려입은 할머니는 활짝 웃으며 “저승으로 시집갈란다.”라고 말씀하신다. 엄마는 할아버지의 묘에 대고 빨리 할머니를 데리고 가라고 말씀하신다. 아마도 어른들이 생각하는 죽음은 나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이 영화의 한국어 제목은 “할머니의 먼 집(Grandma’s way home )”이다. 집에서 집으로 가는 인생의 여정 마지막 즈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할머니, 나, 엄마, 각기 다른 죽음의 관점을 통해 죽음이 아닌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다.

 

프로그램노트

어떤 판단이나 관점에 앞서, 그저 마음이 먼저 움직일 때가 있다. 이소현 감독의 <할머니의 먼 집>은 관객의 마음을 그리움으로 움직이며 시작하는 영화다. 어린 손녀인 감독이 애정을 가득 채운 목소리로 “할머니~”를 부를 때마다, 그런 손녀의 부름에 “잉~~”하고 대답하는 할먼의 모습이 화면에 나올 때마다, 속절없는 그리움에 빠져든다. 부르기만 해도 그리움으로 가득 채워지는 할머니가 스스로 삶을 마감하려 했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듣는다면, 어찌해아 할까.
손녀인 감독은 자신의 삶을 충만하게 만들어주었던 할머니가 스스로 삶을 마감하려 했다는 소식을 듣고, 할머니의 삶을 붙잡기 위해 달렸다. 92세의 할머니는 남편과는 오래전에 사별하였고, 세상에 더 이상 미련이 없다며 하루빨리 이 세상과 결별하는 날만을 기다린다. 그리고 스스로 선택한다. 하지만 할머니의 선택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할머니는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와서는 꽃을 가꾸고 동네 사람들과 담소도 나누고 집 안팎을 돌본다. 손녀는 그런 할머니의 모습을 안타깝고도 아슬아슬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감독의 삼촌이 뜻밖의 사고로 먼저 세상을 뜨자, 자식을 먼저 보낸 할머니는 급격히 무너진다. 그리고 가족들의 갈등이 시작되었다. 특히 감독의 어머니는 할머니가 그토록 원하는 것처럼, 서둘러 생을 마감하기를 기대한다. 손녀의 입장에서 할먼의 선택과 여생을 바라보았던 감독은 어머니를 통해서 다른 위치에서 할머니를 바라보게 된다. 감독 자신이나 경험 혹은 주변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사적인 다큐멘터리는 자신의 상황에 대한 ‘거리두기’를 통해 사회적 개입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난해하고 어려운 지점이자 가장 정치적이고 미학적인 지점일 것이다. <할머니의 먼 집>에서 감독은 할머니와의 관계 속에서 놓인 손녀와 한 가족의 상처를 들여다보던 감독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감을 ‘할머니-어머니-딸’의 관계와 시각 차이를 통해서 균형을 잡는다. 감독의 어머니와 감독은 언쟁을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감독은 “할머니를 그만 놓아주라.‘는 어머니의 훈계가 자식으로서의 시각만이 아니라 삶의 고단함을 이해하고 있는 동반자의 시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일상을 함께 나누지 못하는 것은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는 어머니의 질책이 안타깝지만 사실이라는 것도 감독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감독은 할머니의 집이나 할아버지의 무덤 그리고 감독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이미지들을 보여줌으로써 질문을 던진다. 저기 먼 곳에 살고 있는 할머니가 스스로 생의 의지를 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지금 우리 역시 자신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생의 의지는 무엇일까.

김일란/ 인디다큐페스티발2016 프로그래머

 

감독소개

이소현
대학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영화 사운드를 전공하였다. 여행 중 우연히 만난 티베트 친구의 이야기로 처음 카메라를 들게 되었다. 그 후로도 우연, 혹은 운명적으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왔다. 내가 꼭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어쩌다보니 기록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순간들로 나의 인생이 채워졌다. 그리고 지금은 열심히 촬영을 하고 있다.

 

제작진
제작     안보영 
촬영     이소현  홍효은 
편집     이소현  김형남 

 

상영이력
2015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