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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다큐페스티발x인디스페이스 2020 SIDOF 발견과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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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개, 장막>, <ㅅㄹ, ㅅㅇ, ㅅㄹ> 관객과의 대화(GV)

  • <거리의 가능한 불행들>, <8mm>, <나는 사자다> 관객과의 대화(GV)

<안개, 장막>, <ㅅㄹ, ㅅㅇ, ㅅㄹ> 관객과의 대화(GV)

일시
2020. 11. 13(금)
장소
인디스페이스 ( IndieSpace )
진행
김예솔비, 강예은 감독
참석
이승민 영화평론가
토크

이승민

안녕하세요, 금요일 저녁에 극장을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안개, 장막> 김예솔비 감독님과 <ㅅㄹ, ㅅㅇ, ㅅㄹ> 강예은 감독님 모시겠습니다. 오늘 저는 여러분들과 함께 두분 감독님들께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오픈채팅을 통해서 질문을 올려주시고, 저는 폰으로 보고 전달하고 저도 나누고 싶은 것에 대해서 덧대서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섹션은 ‘기억과 소리의 존재 방식’입니다. 두 영화는 보는 것 그 너머에 있는 소리에 대해서 재질문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작품은 관습적이거나 친절한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두 분 감독님께서 영화 제목을 경유해 영화를 만들게 되었던 시작을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예솔비
제가 한 동네에서 오랫동안 살았는데, 그곳이 예전에 섬이었다는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그 사실이 너무나 일상적이라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역사라고 말할 수도 없는 아주 사소한 부분인데, 그 점에 저한테는 어지럽게 느껴졌어요. 시간이 많은 레이어로 중첩되어있고 비밀을 확 드러내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 사실로부터 안개 같은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강예은 

 

소리라는 감각에서 출발했어요. 괴로움이라는 감정이면서, 소리라는 감각과 맞닿아있다는 자각이 어느 순간 들기 시작했고 그것을 조금 더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가다 보니 한 인물과 맞닿아 있더라고요. 아버지의 ‘집’이라는 세상의 질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지점까지 이르렀고 그것을 어떻게 영화로 만들어볼까 고민하던 차에, ‘남들한테는 일상적인 소리일 수 있는데 나에게는 어떻게 소음으로 오는 걸까?’라는 질문이 떠올랐고, 영화는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 되어야겠다고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제목은, 소리가 왜 소음이 되었을까, 소음은 소리가 될 수 있을까 라는 답을 내리지 않은 상태를 가지고 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발화될 수 없는 소리로만 존재하고 의미 없는 글자들, 뒤집어서 말하면 누군가 어떤 형태로든 발음할 수 있는 글자들이 되는 방향으로 제목을 정했습니다.

 

 


이승민

두 작품을 한 번에 놓고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한 작품씩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먼저 상영한 <안개, 장막>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저도 영화 속 그곳 근처에 살아서 그 공간에 자주 가는데요, 한편으로는 그 공간을 화면에서 만나서 반가운 동시에, 감독님이 그 공간에 소리를 입혀주셨어요. 그 소리는 우리가 소통되지 못하는 소리이기도 하죠. 동시에 자막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알아듣는다고 생각하는 소리가 되었죠. 감독님께서는 공간에 소리를 입힌다는 것과 새소리 같기도 하고 휘파람 소리 같기도 한 소리를 선택하고 표현하고자 한 것이 궁금합니다. 저는 그 소리가 굉장히 문학적이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음성어 같은 소리가 문학적인 소리로 또 문어체적인 텍스트로 여러 레이어가 있는 것 같아요. 감독님의 생각을 조금 들려주시면 어떨까요?


김예솔비
잠실 석촌 호수의 공간이 관광지처럼 조성되어있고, 집에서 바라보면 번쩍거리는 타워가 보이는데요. 그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사소하고 일상적인 곳이지만, 개인적인 기억과 결합해서 섬이었던 흔적과 아니었던 흔적을 번갈아 가면서 봤을 때, 오래된 것들이 무너지고 새로운 것들이 쌓여가는 도심의 속도, 알레고리 같은 것을 환기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안에서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다층적인 시간이 지속되었고, 내가 지금 말하는 목소리가 섞여진 시간 안에 불시착하게 된다면 지금 나의 목소리처럼 들리지는 않을 거라고 약간은 SF적인 방식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한 지역에서는 휘파람 언어라는 것을 사용하는데, 유네스코에도 지정된 것이에요. 워낙 산간지역이고 핸드폰을 통한 그런 소통보다 산이라는 지형을 활용해서 멀리 소리를 내보내는 휘파람을 통한 소통 방식이 유의미하기 때문에 자기들이 새의 언어라고 불리는 소통방식을 통해서 말하는 데요. 그렇게 말하는 영상을 봤을 때, 저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이들이 뭔가 말하려고 하지만 소리는 굴절되어서 들리고 그로 인한 시차가 생겨 다른 차원에 있는 듯한 감각이 신선했어요. 에세이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제작자라면 내레이션을 어떤 방식으로 발화할 것인지에 대한 많이 고민할 텐데 그런 새의 언어가 제가 느끼는 시간에 대한 감각을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휘파람 소리처럼 넣게 되었습니다.

이승민

 

시간의 굴곡이라는 부분에서 강예은 감독님께도 여쭙고 싶은데요. 홈비디오 라고 하면 보통 어린 시절 행복했던 순간으로, 집안의 특별한 이벤트를 기록하는 거잖아요. 재미난 것은 그런 홈비디오를 나중에 다시 보면, 비디오 안의 대상을 ‘나’로 본다기보다는 ‘나를 전시한 나’로 보게 되는 거 같아요. 홈비디오 안의 나는 어떤 나였을까 라는 게 아니라, 어른이 된 내가 어릴 때 나는 저렇게 귀여웠구나, 노래를 저렇게 했구나, 나의 부모님은 저랬구나 생각하며 일종의 볼거리로 전시된 나를 본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영화에서 홈비디오는 어린 예은이를 귀엽고 사랑스럽게 지켜보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카메라 뒤에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게 합니다. 그리고 현실의 공간에서는 본다와 보는 것 너머에 대해 이미지와 사운드를 분리시켜 배치합니다. 홈비디오의 시간과 달리 현실의 시간은 순차적 시간에서 벗어나 공간적이라 느껴집니다. 감독님에게 영화 속 공간과 기억 속 시간이라는 것은 어떤 것인지요?

 


강예은 

씬별로 보면, 서사적으로 명확한 방식을 취하고 있지는 않지만, 오프닝이 지난 후에는 홈비디오는 순행적으로 구성했고 새로 촬영한 화면은 제가 살았던 공간을 현재 시점에서부터 역순행적으로 재단해보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요. 이미지들이 약간은 엉성한 방식으로만 얽혀있는 식으로 구성했고, 순행적인 시간과 역순행적인 시간이 어느 한 지점에서 만나게 된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여겼고,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이 영화가 전하려는 목표가 소통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있었어요. 공간과 관련해서, 푸티지 화면은 하나의 씬 안에서 각각의 연결을 생각했던 것은 조형적인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프레임 안에서 아이가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를 전달하기 위해서 연결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승민

관객들 질문 기다리겠습니다. 막간을 이용해 제가 두 분 감독 작품을 보며 느낀 점을 나눈다면. 두 분 감독님 작품에서 제가 공통으로 느꼈던 것은 두려움이었습니다. <ㅅㄹ, ㅅㅇ, ㅅㄹ>의 경우에는 갈수록 무서워지는 공포영화 같은 느낌이 들었고 <안개, 장막>은 초현실적인 스산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안개, 장막>의 경우는 시간의 왜곡과 더불어서 마지막 숲에서 투명과 불투명, 사라짐을 저렇게 시각화하는 방식이 있겠구나, 그런데 동시에 소리를 들으면서 이 시각화된 이미지를 보는 게 무슨 의미인지 되묻게 되었습니다. 

 

두 작품 모두 보여지는 화면을 몰입해서 보지만, 화면 속에서 무엇을 발견하는 방식이 아니라 화면에 담겨있는 대상 너머를 상상하게 하거나 혹은 다른 것이 틈입한 것을 상상하게 합니다. 스크린 앞에 앉아 영화를 본다는 행위에 대해, 스크린에 새겨진 이미지를 본다는 것에 대해, 다른 질문을 불러오는 것 같아요. 왜 두 영화는 보는 데 보는 것 너머를 보게 할까? 그게 저에게 돌아온 질문이었습니다. 

 

관객 질문 받기 전에, 조금 짖궂은 질문일 수 있는데, 두 분 감독님은 각자 다른 감독님의 작품들을 어떻게 보셨는지요? ‘소리’라는 키워드로 한 섹션에 묶여 상영했지만 지향하는 감각은 사뭇 다른 듯 느껴집니다.


김예솔비
소리와 기억이라는 주제로 하나로 묶인 섹션이어서, 저도 어떤 지점에서 공통된 점이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보게 되었는데요. 일종의 기억의 사운드 푸티지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심혈을 많이 기울이셨다는 생각을 했고 특히 아파트 복도에서 가정집에서 나는 일상적인 소음들이 중첩되고 실체를 알 수 없는 소리들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데, 그때 오후 4-5시 쯤에는 그런 일상적인 소리들이 굉장히 잘 모이는 듯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 시간이 해가 지면서 소리가 모이고 다양한 삶들이 중첩되어 있는 곳에 살고 있구나 라는 것을 의식하게 되는 순간이 있었어요. 영화가 뒤로 갈수록 섬뜩해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예은이의 생일파티 장면과 그것보다 좀 더 어린 시절의 예은이가 울고 있는 두 장면이 교차했을 때 많이 섬뜩했고 내레이션과 문장들이 이어지면서 공포스럽다는 감각을 알 것 같던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내레이션과 자막이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는데 어떤 독일어나 외국어는 활용되지 않는 부분이 있고 어떤 말들은 자막만으로 나타나더라고요. 후반부에는 음성 내레이션이 있는데 그런 다양한 내레이션을 변주하면서 사용하는 방법을 공부할 수 있었고 후반부에 많은 소리가 중첩되고 기억이 중첩되는 장면이 있는데, 제 영화는 훨씬 호흡이 짧지만 시나리오로 점점 빠져 들어가는 구조가 제 영화와 닮았다고 감히 생각해봤습니다.

강예은 

영화를 자세하게 봐주신 것 같아 감사드려요. 그런데 제가 8시에 일 끝나고 오느라고 죄송스럽게도 영화를 보지 못했는데요, 이승민 선생님 말씀과 김예솔비 감독님이 답변하시는 것을 들으면서, 사라진 공간을 재현해내는 방식과 소리의 연결 관계에 주목해서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보고 싶습니다.

 


이승민

급작스런 질문에 말씀 감사드립니다. <안개, 장막>에서 관한 질문 전하겠습니다. 마스크는 어떤 의미로 사용된 건지 물음에 저도 덧붙이면 그 장면에 이어 그룹으로 운동한 후에 소리를 지르는 장면에 대해 궁금합니다. 또 다른 질문으로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소통이라는 키워드가 읽히는데 감독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예솔비
마스크는 지금에는 굉장히 진부한 이미지가 되어버렸는데, 그때는 즉흥적으로 만나서 우연히 촬영한 장면이 많아서 영화 안에서 이야기가 이어지기는 하는데, 마스크를 쓴다는 게 그때까지 조금은 유난스러운 행위였고 제 영화 전반적으로 하얀색 장막이나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만 막혀있는 단단함 같은 게 있다고 생각해서, 얼굴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고 살짝 가려진 얼굴과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에어로빅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로 제가 우연히 만나게 돼서 촬영했는데 처음에는 에어로빅을 도강하는 아주머니의 몸짓이 나오고 나중에는 실제로 에어로빅의 회원분들이 군집을 이루어서 제의식 같은 것을 치루는 듯한 형상으로 나오는데, 맥락을 떼어놓고 보니 그 도강하는 아주머니의 몸짓 또한 굉장히 주술적으로 보여서 그 장면을 개인적으로도 좋아해요. 제 영화가 어떻게 보면 이미지와 텍스트가 긴밀하게 연결되기도 하고 모호하게 처리되기도 하는데 그중에서도 이미지와 텍스트가 가장 긴밀하게 연결되고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시간의 차원에서 지금 이곳으로 도달하지 못하고 막혀있던 소리가 한 번에 분출되는 듯한 탈출의 순간을 만들어 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새소리는 제가 직접 녹음한 것인데요. 언어를 입 안에서 굴리면서 상상하면서 리듬과 호흡에 맞게 녹음했던 것 같습니다.

 


이승민

저희는 자막으로 영화를 보는 게 익숙하잖아요. 영어권이 아닌 대부분의 나라에서 영화를 자막과 함께 보는 행위는 익숙한 일이죠. 내가 모르는 언어도 자막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자막과 소리의 싱크를 감각하게 됩니다. 저는 <안개, 장막>을 보면서 <컨택트>(2016, 드니 빌뇌브)라는 영화가 생각났어요. 시간이라는 것이 무서운 게, 저희가 코로나 상황을 보내면서 마스크도 더 이상 예전에 생각하던 마스크가 아니잖아요. <컨택트>를 봤을 때 놀라웠던 소통의 감각이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어떤 지점이 있듯이, 이 영화의 마스크가 지금이어서 눈에 들어오는 동시에 일상적인 색다른 느낌이 있어요. 제 경우는 마스크 이미지에서 마스크 낀 옆모습에서 보여지는 여드름 이미지가 묘하게 불균질적으로 느껴졌어요. 하얀 마스크와 여드름의 어떤 질감? 감독님이 제의적이라고 이야기했던 에어로빅 장면도 유사한 듯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는 소통되지 않는 언어를 자막을 통해 소통했지만, 오히려 소통가능한 익숙한 장면은 번역되지 않는 소리라는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조형적으로 둥근 느낌이나 계속해서 길을 가는 등 중첩되는 느낌이 사운드와 함께 초현실적으로 와닿은 거 같아요.

 

김예솔비 감독님께 흑백 이미지에 관한 질문도 있습니다. 잠시 생각하시는 사이에, 강예은 감독님 질문 전달하겠습니다. 영화에서 공포감, 괴로운 같은 것이 공간 안에서 같이 느껴졌는데 감독님께서 전하고자 하는 감각이 생각은 어떤 것이었는지요? 그리고 제목 <ㅅㄹ, ㅅㅇ, ㅅㄹ>에서 ‘ㅅㄹ’은 소리, ‘ㅅㅇ’은 소음, 그런데 마지막 ‘ㅅㄹ’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질문해주셨네요.


강예은 

사실은 아주 개인적이고 사적인 것에서 출발했는데, 어쨌든 괴로움에 직면해보겠다, 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그 과정이 되어야겠다는 큰 구성을 가져갔던 것이고요. 제 경우에 영화를 만들려고 홈비디오를 변환했다기보다 집에 비디오가 굉장히 많았어요. 요즘은 플레이어가 없는 가정이 많기 때문에 디지털로 변환을 해놔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그 이미지들을 확인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홈비디오를 마주하는 일반적인 감정으로 보았는데, 사실은 되게 섬뜩한 흔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복잡하거나 당혹스러운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나는 이 비디오 속의 기억이 별로 없는데, 나와 완전히 단절되었다고 하기에는 괴로움의 연유를 공유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맞닿아 있고, 거리를 두며 억지로 떼어보거나 아주 가까이 가보는 시간의 연속이었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소리가 어떻게 소음으로 여겨졌을지를 관객과 함께 추적하면서, 일상적인 풍경 안에서 자꾸만 침입해 들어오는 공포스러운 감정들을 가져가려고 했어요. 소리와 관련된 영화이기 때문에 그게 소리와 연결이 안 될 수 없었고, 보통 영화들은 이미지에 소리를 복무하는 방식으로 구성되는데, 소리에 대한 영화라면 소리가 먼저 가고 이미지가 독립적인 트랙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자막도 마찬가지였는데, 처음에는 목소리가 없는 자막이었고 자막의 화자는 ‘나’가 아니라 ‘아이’로 시작하다가 영화가 진행되면서 이미지와 자막, 목소리가 독립적인 지위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왜냐하면 영화가 어떤 지점에 이르러서는 저의 목소리를 내봐야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그 지점부터는 이런 작업을 거쳐서 비로소 정리되는 혹은 질문에 답해보는 구성이 되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소리, 소음, 소리인데, 소음이 소리가 될 수 있을지에 관한 질문에 저의 목소리로 답해야 한다고 여겼는데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모순적이기도 하고 서로 충돌했다가 요동치는 감정이 되더라고요. 소리가 소음이 될 수 있냐는 질문은 둘을 구분하는 것인데, 저한테는 그게 왔다 갔다 했던 것 같아요. 소리가 소음이었다가 소음이 소리였다가 마치 폭죽이 폭발하기도 했다가 총소리처럼 들리기도 하고 집 안에서의 관계가 변화하면서 질문을 계속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로써 해결한다는 것은 안일하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마무리 지었던 것 같아요.

 

이승민

제목이 되돌이표 같은 거군요. 이 영화를 보다 문득 딸과 아빠의 관계에 대해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영화에서 아버지와 딸의 관계는 아버지의 관점에서 ‘딸바보’ 아빠로 묘사됩니다. 딸을 끔찍하게 사랑하고 딸 앞에서는 어쩔 줄 몰라 딸하자는 대로 한다는 방식으로 그려지죠. 반면 아들과 어머니의 관계에서는 아들의 관점에서 모성이나 고향처럼 다뤄집니다. 가정에서 엄마와 딸의 위치가 불현 듯 느껴졌어요. 

 

영화는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카메라를 든 자와 카메라 앞에 선 자로 보여주었습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처음에는 아버지의 시선으로 화면 안에 갇혀 있는 예은이를 보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예은이의 퍼포먼스 뒤편에 아버지의 존재가 읽혀지고 어떤 권력이 느껴집니다. 사랑의 이중성이 느껴지면서 본다는 행위가 공포로 바뀌기 시작했어요. 사랑이나 관심, 보살핌에는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메커니즘이어서 나도 모르게 행하고 있고 당하고 있었던 것들이 순간떠올랐습니다. 감독님께서는 수많은 푸티지를 뒤지면서 그 안에 있는 예은이를 만나셨잖아요. 예은이를 만나면서 묵은 질문들, 질문으로 다시 가져갈 수밖에 없었던 예은이와의 조우에 관해서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강예은 

처음 봤을 때는 작업을 이어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울기도 했고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아요.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는 감정이라기보다는 복합적인 감정이었던 것 같고요. 그것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나의 자리를 어디로 취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화면 밖에서 아이를 제압하고 있는 고압적인 목소리에 귀를 빼앗기게 되었고 오히려 신기했던 부분은 푸티지를 발견하긴 전의 일상과 아버지를 대하는 저의 태도에 영향을 미쳤던 것인데요. 분노하고 미워하는 감정이 당시에 많이 올라왔었고요, 영화를 처음 구상하게 된 것은 2017년도였는데 오랜 시간 편집과 제작을 해오면서 이것들을 소스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어요. 일상적인 억압에 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해보고 싶었어요. 

 

아버지가 지난주에 처음 영화를 보셨는데요, 저희 어머니는 ‘아빠는 너를 사랑한 죄밖에 없다.’는 입장이고, 아버지는 자신이 무엇 때문에 저를 괴롭게 하는지 인지를 못 하셨던 것 같아요. 영화를 같이 보지는 못했어요. 함께 보려고 한 날 사소한 오해가 있었고 어머니와만 같이 보았어요. 이후 아버지가 따로 보셨다고 전해 들었는데 아무 말씀 안 하시더라고요. 푸티지가 저한테는 감정적인 파고를 일으키는 것이었다가 소스가 되었다가 부모님과의 대화의 통로가 되기도 했는데, 부모님은 허구가 가미된 영화의 그 무언가로 받아들이신 것 같아요. 

 

이승민

세상의 딸들에게 아버지와 관계를 묻는다면 어떤 답이 올까요? 누구보다 사랑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사랑이라는 것은 서로 교감하면서 커져야 하는데 그 맥락에서 아버지와 딸의 관계에서 사랑에 대해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강예은 감독님 작품에서는 어머니의 존재는 희미합니다. 목소리가 들리기는 했는데 아버지의 강압에서 예은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시는 느낌은 크게 받지 못했습니다. 이어 질문을 받으면, 관객분이 빨간 원피스를 입은 아이에 대해 질문을 해주셨고, 지금도 독일어를 잘하시는 지 질문도 해주셨네요.

 


강예은 

독일어는 갔다 와서 한 달 후에 까먹었어요. 저도 신기한 게 독일 갔다 와서 칼로 잘라낸 듯이 그 이전의 기억이 없어요. 

 

어머니의 역할은 집에서도 주인으로서의 아버지의 세계를 보호하고 가정을 지키는 것이었고, 그게 저만의 특수한 케이스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머니 세대에서 공유하고 있는 삶의 방식인 거고, 제 나이 또래에 있는 딸들은 집 안의 권력에 관해서 공감하지 않을까 싶어요. 

 

빨간 원피스를 입은 아이는, 처음에 내레이터로 등장시킬 계획이었는데 굳이 아이의 목소리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해서 자막으로만 대체했어요. 하지만 아이는 과거와 현재의 매개가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했고, 소음의 정체를 깨닫게 되어서 후반부에서는 아이가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본다’는 맥락에 대한 환기와 홈비디오 푸티지를 촬영하는 사람과 촬영된 사람을 생각하게 하면서 새로 촬영된 장면도 제가 카메라를 잡고 연출한 부분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하고 싶었어요. 클라이맥스 지점을 향해서 아이가 실체를 드러내는 동시에 사운드 레이어를 함께 쌓아갔던 구성을 취했습니다.

 


이승민

김예솔비 감독님, 좀 전 흑백 이미지에 대한 질문과 흰 천으로 쌓여있는 장막을 걷어내는 마지막 장면에 대한 질문의 답변도 같이 부탁드립니다.


김예솔비
흑백으로 하게 된 계기는, 처음에 제가 살던 동네가 섬이었던 흔적을 찾아다니고 있었을 때 물안개를 봤어요. 그 안개를 만났을 때 섬의 흔적의 비밀을 나한테 드러내는 구나라는 느낌이 들었고 안개에 대한 즉물적인 인상이 흑백이었던 것 같아요. 안개의 흰색을 돋보이게 하는 형식으로 흑백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 관해서 어떤 분들은 땅에 대한 추모 의식이냐고 질문하셨는데, 전반적으로 영화 안에 제의적인 측면이 있어서 그렇게 보시면 맥락이 맞게 되는 것 같아요. 강예은 감독님이 빨간 원피스를 입은 아이를 등장시킨 것과 마찬가지로 숲에서의 장면은 앞서 모든 장면을 편집한 뒤에 제가 추가로 촬영한 푸티지고요. 이 영화 전반에 있는 시간을 감각하는데 있어서의 중첩된 레이어를 천이라는 오브제로, 물리적으로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시간에 대한 이야기들을 화해시키고 싶었던 것 같아요. 천이 벗겨지고 씌워지고 같은 장면이 뒤이어 반복되기도 하고 앉았다가 일어나고 뒤에 있다 앞으로 왔다 하면서 시간을 되감는 것을 물리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승민

 

말씀 듣고 보니, 안개가 땅으로부터 올라오는 느낌이 있습니다. 장막이 물안개의 부분과 연결되고 땅의 비밀과도 연결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강예은 감독님도 시간을 뒤로 감아서 예은이가 엄마 품에 가게 만드는 장면이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따뜻하게 느껴진 장면이었습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비디오에 찍힌 날짜로 시간을 명징하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시간을 되감고, 순차적, 역순으로 엉키고 만나게 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구성하셨습니다.

 

 


강예은 

홈비디오 푸티지를 전체적으로 보면 오래된 영상이다 보니, 노이즈도 많고 사운드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도 많은데요. 관객이 어디까지 감독이 조작한 것이며 어느 부분이 기존의 푸티지가 가지고 있는 속성일까 하는 생각을 인지하면서 영화를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큰 것 같아요. 놀이공원에서 되돌리는 장면은 명백하게 조작을 가한 영상인 것이 드러낸 것입니다. 정서적인 측면에서는 영화를 만들면서 아이가 감옥에 갇혀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이 아이를 프레임으로부터 탈출시켜보자는 생각에 되감아 본 것인데, 놀이공원 펜스에서 되감았는데 다시 어른들에 의해서 펜스 안으로 돌아가는 장면이나 울타리 안에 있는 동물의 이미지와 연결 지으면서 구성했습니다.

 


이승민

교회에서 들려오는 설교와 “예은아”라고 부르는 목소리, 아버지, 교회, 독일이라는 공간들이 영화 안에서 갇히는 느낌을 줍니다. 감독님에게 교회, 종교, 아버지는 어떤 연결적인 부분이 있는 것인지요?


강예은 

교회라는 것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등장했다기보다 기독교를 믿는, 교회에 다니는 집안에서 자라서 이런 영화를 만들게 된 저에게 있어서 이것이 결국 빠질 수 없는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가부장적인 억압의 체제가 교회에 가야 한다는 종교적인 강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고 저한테는 그게 너무나 부조리하게 다가왔었어요. 특히 한국 사회에서 개신교와 가부장제가 서로 얽혀있는 부분을 읽어낼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승민

올려주신 질문 중에, 강예은 감독님께서 수많은 예은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듣고 싶다고 하셨어요.


강예은 

영화를 만들 때 배수아 작가의 구절이 자연스레 생각났는데, ‘일어났다고 알려진 일은 신비롭다. 왜냐하면 그것은 두 개의 세계를 살기 때문이다.’라는 구절이 있어요. 영화를 만들면서 평행선은 아니지만 서로 맞닿지 않고 자유롭게 뻗어 나가는 자유곡선 같은 두 가지 세계를 계속해서 붙여봤다 떼어봤다 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제가 이렇게 사적인 영화를 만들게 될 줄은 몰랐는데, 영화 상영을 계속하게 되면서 수많은 예은이들이 각자의 세 번째 혹은 네 번째, 그 이상의 세계를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기만의 세계를 살고, 작품에 나왔던 말처럼 ‘마음대로 하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네요.

 

이승민

김예솔비 감독님이 영화 마지막에 인용하셨던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중첩되는 것이다.’라는 배수아 작가의 문장과 연결되는데요. 감독님께서도 배수아 작가의 문장을 인용하신 점과 관객분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예솔비
저도 영상에서 배수아 작가의 문장을 한 번 인용했었는데요. 제가 느끼는 시간에 대한 감각을 명징하게 드러낸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항상 지금을 살아가는 것 같지 않고, 복수의 세계들 안에서 제가 뭘 믿어야 할지 헤매면서 살아가는 느낌이 들어요. 저는 정신적이거나 육체적인 체험과 같은 미시적인 이야기로부터 시작해서 세계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앞으로도 작업을 한다면 그런 방식으로 계속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이승민

오늘 멋진 작품 만들어 주시고 오셔서 깊이 있는 대화해주신 두 분 감독님께 감사드리고, 끝까지 함께 들어주시고 질문 남겨주신 관객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녹취 및 정리 : 장유진

 

<거리의 가능한 불행들>, <8mm>, <나는 사자다> 관객과의 대화(GV)

일시
2020. 11. 14(토)
장소
인디스페이스 ( IndieSpace )
진행
조세영 감독
참석
이광재, 나선혜, 송주원 감독
토크

조세영

주말에 저녁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기록과 기억을 주제로 세 작품이 묶였는데요, 저는 너무 좋아서 상영회 전에 보고 오늘 다시 한 번 봤고 감독님께 궁금한 것,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아요. 관객분들이 질문을 정리하시는 동안 감독님께서 각 작품을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는지 의도와 인사를 함께 말씀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송주원
안녕하세요, <나는 사자다>를 만든 송주원입니다. 저는 안무가이자 무용영화를 만드는 사람이고요. 성남시 태평동의 ‘빈집 프로젝트’에 초대되었고, 서울에 있는 사람들이 지금의 성남으로 강제 이주됐던 광주시 대단지사건이 있는데 도시개발이라는 이유로 그 마을들이 사라지는 상황이 있었어요. 마을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 마을에 살았던 한 친구의 할머니, 아버지와 함께 3대가 함께 살았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당시에 사람들이 20평 땅에 들어 왔었대요. 지금은 옥상이 된 20평의 땅을 통해서 광주의 시간을 다시 보고자 만들었고, 광주시 대단지사건은 저도 작업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요. 영화를 통해서 많은 분이 지금도 계속 일어나는 도시개발, 강제이주에 관한 것들을 같이 고민해보고 싶어서 만들었습니다.

나선혜 

안녕하세요, <8mm> 만든 나선혜라고 합니다. 제가 작년 초에 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스태프를 했었어요. 스태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다큐멘터리를 접했고, 그게 계기가 돼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되었고요. 주변인에게 추천을 받아서 미디액트 제작과정에 들어갔고 5개월 동안 과정에 참여하면서 만든 수료작이고요. 기획을 두세 번 정도 바꿨는데, 수료 한 달 전 마지막으로 바꾼 기획이 이거였어요. 급하지만 압축적으로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광재 

안녕하세요, <거리의 가능한 불행들> 연출한 이광재입니다. 영화 보러 와주셔서 감사하고요. 작품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사고 후 20년이 지났다는 사실을 문득 다시 떠올리게 된 날이 있었어요. 그 이후부터 20년이 흘렀다는 사실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아서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하다가, 그 공간을 다시 가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겨서 그거 하나로 시작했던 영화입니다.

 


조세영

제가 작품별로 궁금한 것이 몇 가지 있는데, 먼저 여쭤보고 관객분들의 질문을 받겠습니다. <거리의 가능한 불행들>은 감독님이 20년 전의 사건 현장에 가겠다고 했을 때 시작부터 가족들의 트라우마를 건드리게 되는 부분에서 감독님과 가족분들에게 큰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요. 촬영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영화를 상영하면서 보여주셨을 것 같은데 그 이후에 감정이나 관계에 달라진 점이 있었는지 이야기 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광재 

이 이야기를 건드린다는 것은 집에 폭탄 투하하는 것과 비슷한 일인데, 인터뷰를 하기 전에 입속에서 ‘오늘은 이야기를 꺼내야지.’ 하는 말이 몇 번씩이고 맴돌았다가 말하지 못했던 날도 많았던 것 같아요. 이 영화를 우여곡절 끝에 완성했는데, 영화관에서 보여드릴 기회가 있어서 부모님이 영화를 보셨어요. 부모님이 영화를 보시고 이런 것들에 관해 이야기가 충분히 되지 않았고 제가 이야기해보고 싶었다는 것을 깨달으셨던 것 같아요. 네가 일종의 살풀이를 한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던 기억이 나요. 형은 영화 보는 것을 거절해서 안 봤고요, 몇 번 부탁하다가 안 가겠다고 해서 상처받기도 했는데, 제가 그것을 강요하는 것도 못된 짓인 것 같았어요. 나중에 형이 요청하면 언제든 보여줄 생각이 있어요. 영화를 찍은 후에 변한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해요. 영화에서는 극적인 사건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영화를 마치고 현실로 돌아와 보니 달라진 것을 별로 없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 양면적인 감정을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고 변화가 있는데 없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조세영

나선혜 감독님께 질문드리면, 8mm 테이프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아이가 나오는 기록 위에 영상들이 덮여 있는데요. 탐정처럼 아이를 추적해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사람들은 어떤 것을 기록하고 싶어 하는지 그 기록은 무엇을 추억하기 위한 것인지, 어떤 이유인지를 찾아가는 설정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어떻게 8mm 테이프라는 소재를 선택해서 이야기를 끌고 나가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나선혜 

이 주제로 영화를 시작하게 된 것은, 제가 기획안을 세네 번 바꾸면서 많이 헤맸는데, “더 이상은 바꾸면 안 된다, 선혜 씨.” 이렇게 말씀하셔서 진짜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옷장을 열었는데 오래된 캠코더 가방이 있는 거예요. 예전에 그걸 가지고 놀 때는 몰랐던 아이가 나오는 영상이나 동아리 영상이 있어서 이걸로 해볼 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것을 주제로 잡고 만들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정말 찾고 싶은 마음이 다였고, 깊게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재밌을 것 같다는 정도였는데, 막상 시작하다가 저도 엎어졌다는 느낌을 받았고 어떻게 끌어가야 하는 압박도 받았고,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깊은 주제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더 넓은 이야기로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에 가족들도 찍고, 친구를 찾아가 보기도 하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했던 것 같아요. 불꽃놀이에 간 것도 뭔가를 찍어야 하니까 무작정 가본 거거든요. 그런 것처럼 뭔가를 해보려고 했던 노력이 생각납니다.

 


조세영

송주원 감독님께 질문드리고 싶은데요. 제가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왜 굳이 ‘사자’였겠냐는 의문이 들었고요, 마지막 춤의 의미는 앞쪽의 내레이션을 안무화한 것이라고 대략 추측을 해봤어요. 저는 관객이 느끼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만, 궁금하신 관객분들이 분명히 계실 것 같아서, 답을 해주실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송주원
‘사자’는 되게 중요한 거였어요. 주인공이 황토색 사자 대문으로 들어가잖아요. 저는 어릴 때 초록색 사자 대문이 있는 집에 살았어요. 집 앞 대문에 무서운 동물을 둔다는 것은 내 집 안으로 나쁜 기운이 들어오지 말라는 미신 같은 것일 텐데요. 그 마을에서 사자를 여러 개 봤어요. 강제이주라는 국가의 폭력과 자본의 욕망 속에서 사람들이 개인 의지대로 살 수 없잖아요. 그런데 사자 대문을 자기 집 앞에 세웠을 때는 ‘나는 내 삶을 지킬 거야.’라는 태도를 가졌을 것 같아요. 영화에서는 3대에 걸친 사람들이 사자 대문을 통해서 각자의 삶에서 지키고자 하는 것들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저는 그 옥상에 가보고 진짜 깜짝 놀랐어요. 옥상이 각자의 방식으로 불법 증축되어서 어디는 화단을 위해서, 어디는 장독대를 위해서 옥상이 모두 다른 형태로 이어져 있고 개개인의 삶이 아름답게 빛나고 보통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대문을 열어놓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아름다운 마을이었어요. 사자 대문을 통해서 개인의 삶에서 지키고자 하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조세영

관객 질문이 많이 들어와 있는데요, <거리의 가능한 불행들>을 보면서 많이 울고 위로를 받았다고 하셨습니다. 중간중간 소리 없이 연출된 부분이 있었는데 그렇게 하신 이유가 있으신지, 그날 길을 건너고 형과 떡볶이를 드셨는지도 궁금하다고 하시네요.

 

이광재 

두 번째 질문에 먼저 답변 드리면, 형이 떡볶이를 안 좋아해서 먹기 싫다고 하더라고요. 분명히 먹자고 약속까지 했는데, 건너고 나니까 싫다고 해서 저도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서 떡볶이는 먹지 않았고요. 길을 건너는 장면이나 애니메이션에서도 그렇고 소리를 제거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보이는 것들에 관객분들이 집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한테는 기억이라는 것이 시각적인 부분과 더 많이 관계하고 있는 것 같아요. 기억을 다시금 불러오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소리는 절제시키고 이미지, 보이는 것을 위주로 재현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세영

한 가지 질문이 더 이어져 있는데요, 마지막 장면에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느리게 지나가다가 후련해졌다는 내레이션이 나오면서 제 속도로 나오는 것은 내레이션과 맞물리게 하려는 의도였는지 물어보셨어요.

 

이광재 

보신 그대로인 것 같아요. 저희가 일상 속에서 놓칠 수밖에 없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영화에서도 반복해서 보여주는 걸음 사이라든지, 그런 찰나의 순간을 일상에서는 인식하지 못하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그 순간들이 일상 속에서 얼마나 빠르게 스쳐 가는지 보여주면서 마무리했던 것 같습니다.

 


조세영

송주원 감독님께 질문이 들어왔는데요, 춤을 촬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은 무엇인지 여쭤보셨어요. 컷을 짜고 카메라 움직임 등을 설정할 때 기준이 되는 부분이 있는지 함께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송주원
춤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게 퍼포머의 감정이나 상황들이 언어로 작동하는 것인데요. 제가 존경하는 안무가가 “이 세상에는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게 있다. 그렇기 때문에 춤이 필요하다.”라고 말했어요. 저는 춤이 어떤 이야기를 한다고 믿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춤을 만들고 춰오면서, 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나 뉘앙스, 몸을 타고 흘러나오는 것들이 다른 사람들과 만날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춤이 언어로 작동하는 것에 제일 집중하고 있고요. 춤의 기술보다는 최대한의 언어로 만드는 것, ‘movement of gesture’라고 해서 제스처를 가지고 최대한 춤의 호흡이나 리듬 안에서 움직임을 언어로 만드는 방식을 선택했어요. 이 작업을 할 때는 무빙이 좀 있었어요. 촬영할 때는 최대한 광각으로 넓게 하면서 그 평각 안에서 신체가 이동하는 동선도 같이 잡으려는 편입니다. 이 작업은 ‘도시공간 무용 프로젝트’라는 <풍정.각(風情.刻)>의 열두 번째 작업인데, 1편부터 12편까지의 작업이 있었어요. 최대한 프레임을 많이 붙였고, 그 안에서 춤이 일어나고 사라지고 그다음 장면으로 이어지면서 언어로 작동하는 방식을 선택했고 최대한 고정 프레임으로 찍는 것을 선호합니다.

조세영

말씀 들으면서 상당히 흥미롭다고 느껴지는 게 광각렌즈를 사용하는 게 공간적인 것도 같이 보여주기 위함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세 작품의 공통점이기도 한데, <거리의 가능한 불행들>은 어떤 사건이 일어난 공간을 찾아가는 이야기이고, <8mm> 는 기록의 주인공인 아이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기억에 대한 것을 탐구하고, <나는 사자다>는 춤을 매개로 주택촌이라는 공간을 다시 보는데, 춤이 사라진다고 하셨지만 다큐멘터리라는 매체를 통해서 또다시 기록되고 있는데 이것이 세 작품의 공통점이자 다큐멘터리가 메타영화로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되는 지점인 것 같아요. 관객분이 질문해 주셨는데요, 어떻게 각 다큐멘터리의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것을 영화로 찍게 되셨는지 얘기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나선혜 

저는 기록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고, 어디 가면 친구들은 많이 찍고 올리는데 저는 그런 것도 잘 안 하는 사람이고 그것의 의미에 대해서 의아하게 생각해왔는데요. 그래서 더욱 캠코더를 발견했을 때 이걸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는 기록에 대해서 의심을 한 사람인데, 어쨌든 그 아버지도 아이를 찍은 테이프를 버린 것이잖아요. 그래서 그 주제에 끌렸던 것 같아요.


송주원
저는 삶에서 만나는 장면들이 제 몸에 새겨져 있어서 실제로 시각적으로 드러나거나 작동하지는 않지만, 저라는 인간의 몸의 기저에는 제가 만났던 질문들이 다 새겨져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집을 만났다고 하면, 집에서의 장면이나 시간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것을 기록하고 같이 나누며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릴 때는 잘 몰랐지만 살면서 집이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지더라고요,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몇 년간 다닌 적이 있었는데 집을 구하는 것이 정말 어렵고, 저 많은 불빛 중에 내 몸 하나 놓을 공간이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집이라는 게 우리한테 굉장히 중요한 건데 도시개발로 인해서 집과 내 마을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태도를 가지고 ‘도시공간 무용 프로젝트’라는 큰 타이틀로 도시에서 사라진 혹은 사라질 마을들을 기록하는 작업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이광재 

영화를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계기는, 시간에 대한 감각이 컸고, 기억은 왜곡되어 있기도 하고 파편적으로 남아있기도 하고 불확실한 요소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에 대한 관심이 항상 많았던 것 같아요. 큰 생각 없이 바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고, 주제에 어떻게 접근하고 구성해야 할지에 관해서는 사후에 찍으면서 깨달아간 것 같습니다.

 


조세영

나선혜 감독님께 질문 주셨는데요, 어렸을 때 아빠가 캠코더로 우리의 모습을 자주 찍어주셨던 기억이 났고, 아빠는 영화에서 꼬마 남자친구가 주변 사람들을 꼭 안아주는 것처럼 평범한 일상이지만 연출되지 않은 가족의 소중한 순간을 포착해주셨고, 화려한 불꽃 축제처럼 인상적인 순간들을 담기도 하셨다고 말씀해주셨네요. 이어서 우리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의미 있는 알맹이가 되어야 하는 기억은 무엇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감독님의 언니분은 밴드에서 어떤 역할을 하셨는지, 아직 밴드 활동을 하시는 지에 관해 답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나선혜 

언니는 보컬이었고요, 저랑 다르게 노래를 잘했어요. 밴드 활동을 열심히 했었고 대학교 동아리 OB 활동까지 하다가 지금은 동아리 홈커밍 데이에 나가는 정도인 것 같아요. 영화를 만들면서 기록에 양면성이 있다는 것을 가장 크게 깨달았어요. 찍을 때 당시에는 좋아서 찍었지만, 10년이 흐른 뒤에는 보기 싫어질 수도 있고, 분하거나 슬픈 일이 있을 때도 저희는 기록하잖아요. 그것을 나중에 봤을 때 부정적인 감정만 올라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서 기록하지만, 이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는 나조차도 모르는 것인데, 그것에 대해 저도 답을 내지 못하고 끝맺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기억이나 기록이 의미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조세영

사실 이 작품이 극영화로 보면 미스터리 구조잖아요, 미스터리나 호러 장르에서는 끝에 가면 엄청난 진실이 밝혀진다는 식이잖아요. 그래서 이 작품을 보는데 조마조마한 거예요. 이게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때의 기억을 계속 덮는 행위 안에는 지우고 싶은 무엇인가가 있고, 그런 것이 관객에게 나타나면 힘들겠다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바로 앞에 <거리의 가능한 불행들>을 보고 나서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이 힘든 부분이고, 형이 정면에서 오는 모습을 보면서 같이 눈물이 많이 났어요. 지금 나선혜 감독님 말씀을 들으니까, 그 아이를 찾는 게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고 깨닫기는 했는데, 혹시 아이를 찾으셨나요?

 

나선혜 

저는 아이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조금은 했던 것 같아요. 아이를 못 찾을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제 친구를 촬영하고 있었는데, 저는 친구가 그런 반응을 할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그걸 보여주고 저도 되게 힘들었었어요. 영상에서도 친구가 우니까 찍다가 카메라를 내린 적도 세 번 정도 있었고 그래서 내가 하는 일이 맞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걸 가져가서 아이한테 보여줬는데 극도로 싫어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때 약간 주춤했던 것 같아요. 당장은 멈추고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보자고 생각했어요. 결과적으로 아이는 못 찾았는데, 이런 상영회가 있거나 하면 그래도 찾을 수 있는 단서가 있을 것 같아서 계속 생각은 나요. 테이프가 총 두 갠데 네 시간짜리예요. 꼼꼼히 보면 서스펜스가 될 수 있겠지만, 아직은 모르는 일이니까 일단 못 찾은 상태예요.

 


조세영

다큐멘터리는 윤리적인 고민을 함께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그분들의 삶을 다시 한 번 건드리고 접촉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고민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이광재 감독님에게 질문이 많이 들어왔는데요, 감독님이 형과 함께 길을 건너고 어떤 감정이 드셨는지 궁금하다고 하셨고요. 영화를 찍은 후 마음이 해소되셨는지, 어렸을 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특정 환경이 나이가 되어 돌아보니 성격이나 습관이 형성된 계기가 됐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있는데, 감독님도 영화를 찍으면서 그 사건으로부터 받은 영향을 느끼셨을지 여쭤보셨습니다.

 

이광재 

형과 며칠에 가서 길을 건너자고 약속한 뒤에 전날 밤에 잠이 안 오더라고요. 제 나름대로 시뮬레이션을 했을 때, 사실 이게 몇 미터 되는 거리를 몇 걸음만 떼면 되는 일이어서 생각보다 허무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당시에 형이 울고 있기도 했고, 제가 20년 전으로 되돌아간다는 기분도 들고, 이렇게 길을 건너도 그 20년이 다시 돌아오지는 않는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되게 복합적인 기분이라 하나로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이 상황을 통해서 과거의 일이 완전히 해결됐다고는 생각하지 않고요. 해결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과거를 나쁘게만 보지 않게 된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저의 안 좋은 점이나 부정하고 싶은 부분을 항상 과거에 덧씌웠던 것 같아요. 제가 원래는 미술을 했었는데 그 시작이 사고 이후에 심리 치료를 목적으로 미술을 계속해오고 있는데 어쨌든 그 사고가 없었으면, 제가 미술이나 영화에 관심을 가졌을까라는 상상을 해요. 저는 이런 것을 알게 돼서 지금 너무 행복하거든요. 마냥 부정할만한 것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세영

송주원 감독님은 첫 작업은 아니신 것 같고, 나선혜, 이광재 감독님은 첫 작품으로 공표하셨는데요. 제작할 때와 첫 상영 하고 나서의 느낌이 굉장히 다를 것 같은데, 보면서 아쉬웠던 점이 있거나 다음에는 이걸 꼭 해야지 싶은 게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송주원
볼 때마다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설레요. 저는 아주 어릴 때부터 무용하고 영화 보는 것 말고는 취미생활이 없었어요. 어릴 때부터 영화를 진짜 좋아했는데, 제 영화를 영화관에서 볼 수 있다는 게 꿈만 같아요. 그리고 춤영화를 계속하다 보니 오시는 분들이 내레이션이나 텍스트가 들어가면 좋겠다는 조언을 해주셔서 사실 처음으로 시도해봤어요. 그전에 한 번도 내레이션을 써보지 않았는데, 처음으로 시도해봤는데 생각보다 좋았어요. 실제 저와 5~6년 정도 같이 작업했던 퍼포머고 성악을 전공한 학생인데, 그 친구의 이야기를 내레이션으로 써나갔어요. 촬영감독, 편집감독, 음악감독 모두 저의 친한 친구들인데, 저희가 태평동에 가서 다 반했어요. 이건 우리가 찍어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만들어서 앞으로는 친구들의 도움에 의존하지 않겠다고 생각했고요. 지금도 찍고 있는 영화가 있고 편집을 못 한 것도 있고 계획하고 있는 게 있어서 매일 헤매고 있는데 앞으로는 시나리오를 써서 내레이션과 대사가 중개하는 영화를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나선혜 

저는 첫 작품이라서 극장에서 관객분들과 같이 보면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기침이나 한숨 소리에도 되게 신경 쓰이는데, 그래도 되게 오고 싶더라고요. 부정적인 반응이 나와도 그걸 듣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볼 때마다 제 마음에 걸린 것은, 내레이션 쓰는 게 이렇게 힘든 건 줄 몰랐어요. 많이 고쳤던 탓도 있지만 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게 안 되더라고요. 다음에 작품을 만들게 된다면 내레이션은 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두 번째로는 제 얘기를 안 하고 싶어요. 원래는 제 얘기를 할 생각이 없었는데 이렇게 되었는데요. 생각보다 자기 얘기를 하는 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큰 과제가 되더라고요. 다음에는 제 안을 들여다보기보다는 밖을 바라보는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이광재 

자기 이야기를 안 해야겠다는 말이 너무 공감되는데요, 저도 다음에는 제 이야기는 안 찍을 생각으로 다음 작업으로는 극영화 단편영화를 준비하고 있어요. 영화관에서 보면서 후회되는 부분이 많았는데, 자기 얘기를 하는 게 되게 어려운 것 같아요. 어디까지가 일기장에만 쓰여 있어야 하는 얘기고, 어떤 것을 이야기해도 괜찮은지, 어떤 것이 자기 연민이고 어떤 것이 아닌지 이런 것들에 대한 경계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영화에서도 어떤 부분은 너무했던 거 아닌가라는 생각 때문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요. 저도 극장에서 영화를 상영할 때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남의 이야기인데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감사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런 반응을 보고 제가 위로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오늘도 영화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세영

사적 다큐멘터리가 남들이 보기에는 가볍고 편하게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정신력이 강해야 하고 자신의 밑바닥까지 들여다 봐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영화를 만든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옆에서 누가 기침을 하면 신경 쓰여요. 이건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렇지 않을까요. 그럼 이제 감독님들 계획이나 하시고 있는 작업이 있다면 소개 좀 해주시고 이 시간을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이광재 

지금 극으로 된 단편영화를 준비하고 있고요, 다큐멘터리 작업도 다시 하고 싶고 언젠가 다시 하겠지만 홀로 다큐멘터리를 찍어보니까 너무 외롭더라고요. 옛날에는 사람들과 같이 찍는 게 더 싫었는데 갑자기 사람이 그리운 마음이 들었어요. 준비하고 있는 영화도 좋은 기회로 극장에서 뵐 수 있으면 좋겠네요. 오늘 영화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선혜 

저는 생각은 많은데 실천에 옮긴 작업은 없고요, 최근에 친구와 3분짜리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는데 저한테 리프레시가 되면서 재밌더라고요. 대단한 것이 아니더라도 일상적으로 그런 것을 계속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고요. 오늘 오랜만에 상영하게 되어서 신나서 두서없이 말한 것 같은데,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송주원
3년차 중고차 시장이랑 부품 시장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마무리를 못 하고 있는 작업이 있어서 예산을 만들어서 그 작품 먼저 마무리를 하고 싶고요. 현재 광주시 운림동에도 재개발되는 마을이 있는데요. 거기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쉬어가는 평상들이 있어요. 그 평상을 중심으로 촬영을 하고 있고 내년 3월까지 찍을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되면 찾아뵈면 좋을 것 같고요. 기후와 관련된 친환경 체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혹시 시간이 괜찮으시면 인스타그램에 ‘보틀팩토리’라고 치시면, 일회용품을 줄이고 다회용품을 사용하는 친환경 캠페인을 하고 있어요. 저는 ‘안 주셔도 괜찮아요’ 라는 체조를 만들었는데, 그걸 곧 시연할 생각이고요. 일상에서 다회용품을 사용하는 것에 관해 같이 고민해볼 마음이 있으시면 ‘보틀팩토리’에 찾아와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조세영

관객분들 모두 긴 시간 자리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오늘 즐거운 시간 되셨길 바랍니다.

 

* 녹취 및 정리 : 장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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