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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DOF 발견과 주목      

일상 속의 성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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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DOF 발견과 주목’ 8월 프로그램_<퀴어의 방>, <통금> GV

‘SIDOF 발견과 주목’ 8월 프로그램_<퀴어의 방>, <통금> GV

일시
18.08.14(화)
장소
인디스페이스 ( IndieSpace )
진행
이도훈(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참석
권아람(<퀴어의 방> 연출), 김소람(<통금> 연출)
토크
사회적으로 너무 당연시되는 어떤 것들이 숨쉬기조차 어려운 억압으로 다가오는 존재들이 있다. 이를테면, ‘원가족과 함께 살며 커밍아웃하지 않은 대부분의 퀴어들’이 그렇고, ‘밤을 즐길 권리를 침해당한, 부모로부터 아직 독립하지 못한 미혼 여성들’이 그렇다. 그들에겐 ‘일상’이 전쟁터나 다름없다. <퀴어의 방>과 <통금>은 그 ‘정상이라는 이름으로 작동하는 거대한 비정상적인 힘’에 대한 질문과 도전의 기록이다. <퀴어의 방>이 취하고 있는 ‘경청의 미학’과 <통금>이 취하고 있는 ‘수행성의 미학’, 두 작품은 이렇듯 서로 다른 방법론과 스타일을 지니고 있지만, ‘사적인 것의 정치성’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예증하는 작품들이기도 하다.

이도훈

두 분께 공통질문 먼저 드리겠습니다. 어떻게 이 작품을 만들게 되었는지에 대한 배경 설명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소람

저는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 때, 통금이 워낙 엄격해서 괴로워하다가 해가 지날수록 과연 통금은 자식과 부모의 관계로부터 생겨난 것일까 라는 질문에서 확장이 되어서 이것은 내가 여성이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시각이 확장되어서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도훈

그럼 처음부터 통금이라는 소재를 먼저 잡으신 것인가요, 아니면 여성주의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다가 통금이라는 주제를 선택한 것인가요?

 

김소람

그것 때문에 너무 괴로웠기 때문에 통금이라는 소재를 먼저 선택했어요.

 

이도훈

구체적인 질문은 조금 후에 더해보도록 하고요, <퀴어의 방>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권아람

저는 온 가족이랑 오랫동안 살다가 독립해서 나와서 살면서 여성으로서 통금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퀴어로서 겪었던 가족과 어려운 지점이나 공간을 꾸리는 과정을 담았고 그러면서 공간을 다르게 바라보는 경험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퀴어들의 공간을 모아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된 작업입니다.

 

이도훈

오늘 전체적인 주제는 일상 속의 성 정치학인데요, 각각 다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두 분의 영화에서 공통으로 방이 주요한 배경으로 등장을 하고 있고, 물리적으로 단순히 방이 등장한다는 것이 아니라 방에서 벌어질 수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힘과 정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두 분께 본인에게 ‘방’이란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소람

저에게 방은 자아실현의 공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왜냐하면 가족들과 집에 살 때는 가구 배치부터 벽지까지 부모님이 정해주신 대로 살아왔는데, 제가 집을 떠나 독립을 하게 되면서 이 방을 꾸미고 어떻게 청소하고 이용할지에 대한 것들이 온전히 나로부터 실현이 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저의 자아가 이 공간에서 실현될 수 있고 방이 나의 온전한 공간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저에게 방은 그러한 의미여서 영화 속에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서 ‘자아실현의 공간’이라는 문구를 넣은 것도 그 뜻을 비치기 위해서였어요.

권아람

저는 방이 이중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저 또한 방을 좋아하고 방에 머무는 충전의 시간이 있어야 하는 사람이기는 한데, 문을 닫고 방 안에 들어감으로써 자기 자신을 가두는 것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퀴어의 방> 작업을 할 때는 퀴어들이 방 밖에서 겪는 차별적인 상황들로부터 자신을 지탱하고 지킬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방이라는 의미에 집중하면서 작업을 했는데 그 이후에도 계속 방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고민을 하다 보니, 개인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에 따라서 방의 의미가 완전히 다르게 구성된다고 생각을 하게 됐어요. 예를 들어 장애인의 경우에는 외출하고 싶어도 이용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는 그게 어렵기 때문에 방 안에 머무르는 것을 강요 받는 경우라든지, 가정주부의 경우에는 <통금>에도 나왔던 것처럼 집 안에서, 방 안에서 건사해야 하는 식구들이 있고, 거실이라는 공간이 주방 역할을 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아니죠. 굉장히 많은 조건들 속에서 방의 의미가 다르게 구성된다고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도훈

두 편의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방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인상들이 편안하고 안정적이고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하는 자연적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두 분 말씀을 듣고, 영화를 본 경험을 반추해보면 방이 만들어내는 의미라고 하는 게 굉장히 부정적이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공통 질문을 한 가지만 더 드리고 객석으로 마이크를 넘겨 볼까 하는데요, 구성과 관련해서 두 영화가 궁극적으로 큰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작은 이야기들을 모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구성하는 과정에서 가장 염두에 두었던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지, 혹은 연출과정에서 이것만큼은 꼭 가시적으로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있는지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권아람

<퀴어의 방>은 사실 30분짜리 단편을 처음 생각하고 기획한 것은 아니었고, 웹 시리즈로 생각했었어요. 제가 웹페이지를 만들고 다양한 ‘퀴어의 방’을 시리즈로 웹에서 계속 볼 수 있게끔 연재하자고 시작을 한 것이어서, 그렇게 이야기를 쌓아 나가다가 이걸 엮어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이미 이야기는 있었고 그것들을 어떻게 조합하고 구성할 것인지의 문제였는데, 보면 나이순 이거나 집이 점점 좋아지는 순서로 생각을 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런 외적인 조건들이라기 보다 자기 공간에 대해서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는 수준이 높아지는 순서로 배치를 했어요. 점점 더 그 공간을 자기 것으로 향유하고 꾸밀 수 있는 주도권이 생겨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을 하고 구성을 했습니다.

김소람

<통금>은 처음에는 시각의 확장을 위주로 구성을 하려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 제가 처음에 집에서 부모님과 살 때 느낀 분노, 집을 나와서도 안전하지 않은 사회, 돌아보니 기혼 여성들도 통금이 있는 현실 이렇게 시각이 확장됐는데, 그렇게 이야기 구성을 하다 보니 이야기의 힘이 너무 빠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처음에는 시간의 문제로 통금에 접근했지만, 사실 공간의 문제이기도 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가부장제라는 이름을 붙인 집에 있는 여성의 역할과 온전히 혼자의 공간이 된 자취방에서의 여성, 방을 나간 여성이 겪게 되는 상황. 이렇게 공간별로 이야기를 묶어보니 순조롭게 전개가 되어 공간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공간별로 배치를 했던 것 같아요.

이도훈

두 편의 영화의 공통점이 파편화된 이야기를 배열해나가면서 큰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었는데, 그 각각의 파편화된 것들을 관객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서 받아들여지는 결말이 다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퀴어의 방> 같은 경우에는 궁극적으로 공동체를 꿈꾸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통금>의 경우에는 처음 봤을 때는 집에서 방에서 거리로 나간다는 공간에 관한 문제로 생각했다가 나중에 다시 관람하고 나니, 어쩌면 이 영화는 통금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여러 유형에 대한 보고서 같은 느낌이 든다는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두 편의 영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관객분들께 마이크를 넘겨보도록 하겠습니다.

관객 1

저는 <퀴어의 방>에 질문이 있는데, 좌측 하단에 서울시 행운동, 이태원동처럼 장소를 명시해 주셨잖아요, 그렇게 텍스트로 공간을 알려주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권아람

<퀴어의 방>이고, 방을 찍는 작업이잖아요. 그래서 사실 방 밖의 이야기가 별로 없고 대부분 촬영된 푸티지들도 방 안에서 촬영이 된 것인데, 그렇다 보니 방이라는 공간이 문을 닫고 들어가면 폐쇄적인 공간이 되어버리니까 퀴어들의 공간이 그렇게만 구성된다거나 그 안에서만 이야기들이 있을 수 있다거나 이렇게 보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조금 있었어요. 이 공간들을 방을 중심으로 담지만, 이곳이 바깥세상과 동떨어져 있는 하나의 방이 아니라 동네와 연결되어 있고 도시와 연결된 공간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이도훈

아주 사소한 것이긴 하지만 지리적인 명칭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공간을 확장해서 해석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만약 그런 장치가 없었더라면 사물이 있는 방으로서 존재할 뿐이었을 텐데, 어느 동, 어느 지역 그 정도의 정보만이라도 우리의 인식을 더 확장해서 서울시 전체로도 넓혀볼 수 있고, 아니면 대한민국의 모든 도시로 확장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관객 2

그 친구를 찍은 장면 중에서 사용한 것은 10~20%밖에 되지 않아요, 대화를 저녁 8시부터 새벽 3시까지 했는데, 그 친구가 한 발언을 녹취하면서 굉장히 피곤하고 지쳤고 이렇게 말이 안 통하는 친구였나 라는 생각도 들다 보니 제가 의도적으로 말이 안 되는 장면만 고르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이 친구를 하나의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으로 보지 않고 악역 캐릭터를 만드는 제 자신을 봤어요. 그 부분을 프로듀서 분이 지적을 해주셔서 그런 부분들을 많이 거른 후에 내보내긴 했는데, 어쨌거나 많이 힘든 부분이기는 했습니다.

김소람

그 친구를 찍은 장면 중에서 사용한 것은 10~20%밖에 되지 않아요, 대화를 저녁 8시부터 새벽 3시까지 했는데, 그 친구가 한 발언을 녹취하면서 굉장히 피곤하고 지쳤고 이렇게 말이 안 통하는 친구였나 라는 생각도 들다 보니 제가 의도적으로 말이 안 되는 장면만 고르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이 친구를 하나의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으로 보지 않고 악역 캐릭터를 만드는 저 자신을 봤어요. 그 부분을 프로듀서분이 지적을 해주셔서 그런 부분들을 많이 거른 후에 내보내긴 했는데, 어쨌거나 많이 힘든 부분이기는 했습니다.

관객 3

페미니즘이 한창 논란이 되고 있고, 그 가운데에서 현실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게 좋으면서 불편했던 점이 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그걸 일부러 드러내셨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시위를 보면서 지나가는 남성들이 하는 무례한 발언들에 대한 걱정이 들었는데, 감독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셨는지가 궁금합니다.

권아람

제가 남성들을 많이 찍고 싶었지만 제 주위의 여성들을 설득하는 게 “같은 여성인데도 이걸 이해를 못 한다는 거야?”라는 마음이 커서 항상 여성들을 먼저 찍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남성들은 경험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니까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여성에게 말하고 싶었어요. 또 한편으로는 그 여성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렇게 생각하는 것이 남성 중심 사회의 가치 공유라고 생각하거든요, 남성들이 중시하는 가치를 여성도 같이 지지하면서 사회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것들을 확인했던 장면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이도훈

자연스럽게 인터뷰나 영화 연출 방식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두 작품 모두 인물들의 대화 혹은 목소리가 중요한 영화 같은데, <퀴어의 방> 같은 경우에는 실제 현장 분위기가 궁금했어요. 인터뷰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된 것인지 아니면 준비된 질문지를 중심으로 인터뷰를 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권아람

준비된 인터뷰지를 바탕으로 했고요, 사전 인터뷰도 했고 공간을 미리 볼 수 있으면 요청해서 어떤 이야기와 어떤 공간을 가져갈지를 미리 계획해서 진행했습니다.

이도훈

유일하게 두 번째 파트에서 인물의 얼굴이 등장하잖아요.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예외가 발생하는 데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권아람

애초에 기획할 때 방, 공간이 주인공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얼굴이 나오는지에 대한 것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어쨌거나 사람이 살아가고 있는 공간이니까 방을 찍으면 사람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 부분에서는 당연히 인물과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었어요. 하지만 설득한다거나 그렇지는 않았고 얼굴이 나와도 상관없다고 하는 경우에는 찍고 상관없다고 했으나 찍지 못한 경우도 있었어요. 처음부터 각각의 에피소드를 따로따로 떨어트려서 생각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일관성이 없을 수도 있지만, 한 번 정도는 관객들과 시선이 만나는 지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을 그냥 뒀습니다.

이도훈

추가로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서울 신당동과 인천시 효성동에 계시는 분의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잖아요, 가족들의 삶에서 겪었던 힘든 것 중의 하나가 대화의 단절이었던 것 같은데 이게 두 분의 우연한 일치인지 많은분들이 그런 환경을 겪고 계시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권아람

대부분의 퀴어가 그런 문제를 겪고 있다고 일반화해서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저와 주변 사람들의 경우를 종합해 보면 아무래도 쉽지 않은 일인 것 같기는 해요. 가족이라는 공간 자체가 이성애 중심적인 부분이 있고 똑같이 그 가족을 롤모델로 삼아서 또 다른 가족, 정상 가족을 만들어서 살아갈 것을 당연히 전제하고 기대하는 공간이기도 해서, 그런 공간 안에서 퀴어로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겪는 환경이 쉬운 문제는 아니죠.

관객 4

저는 페미니즘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더 설득하기보다는 포기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포기하고 자신만 체화시키고 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동시에 그렇게 하면 더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가기가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될지 조언 좀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김소람

어쨌거나 설득시키는 것을 포기하고 나 혼자 체화된 상태에서 살아가지만,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예를 들면 그 친구와 대화를 할 때, 설명하려고 했지만 어디까지 설명을 해야 할지모르는 그런 시각을 그 친구가 보여줄 때, 대화를 포기하려고 했던 적이 있어요. 제가 이 고민을 누군가에게 말씀드렸을 때, 그분께서 그 사람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저는 잘 듣지 않고, 그 친구는 자기 얘기를 하고 저는 저만의 얘기만 하다 보니까 평행선을 달려갔던 것 같아서 요즘 조금 반성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사람의 말을 듣고 그 안에서 변화될 수 있는 부분을 찾아가는 게 먼저이지 않냐는 생각을 했고, 그 사람들의 말에서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는 원인도 가끔 보여서 요즘은 먼저 들어보려고 합니다.

이도훈

<퀴어의 방> 같은 경우에는 질문 주셔서 생각난 것이 있었는데, 사실 두 번째 에피소드가 영화에 유일하게 커플이 등장하면서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같은 공간에서 살게 되었는지 드러나고, 인상적인 것이 셰어하우스 였는데 침대 하나가 비어 있는 상태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암시를 주는 것 같더라고요. 거기에 대한 보충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권아람

원래는 커플이 있고 같이 살던 다른 분이 있었는데, 그 친구가 나가고 커플만 살게 된 상황이 된 거예요. 커플만 살면 편하고 좋을 거로 생각했는데, 둘이서 살기보다는 넓은 의미에서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망이 강한 친구들이었어요. 그래서 그 방의 침대를 치우고 다른 용도로 변경할 수도 있었지만, 일단은 그대로 나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혹시 혼자 사세요? 저희 집으로 오실래요? 라고 먼저 제안을 하더라고요. 영화를 찍기 이전에 이 친구들의 모습이 굉장히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섭외하게 되었습니다.

이도훈

개인적인 의견을 보태자면, 저는 <퀴어의 방>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침대와 주황색 의자 하나씩 있는 쇼트에요. 그 나머지 장면들은 디테일하게 클로즈업이 들어가 있거나 전체 실내 풍경을 담아서 여러 가구가 어지럽게 있는 것이 많았는데, 그 장면만 거의 유일하게 비어있는 공간이 들어간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그 비어있는 공간이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새로운 공동체에 대한 약속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객 5

저는 페미니즘이나 퀴어를 주제로 하는 연극을 기획 제작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 이제 막 관심을 가지는 분 혹은 설득되었으면 하는 사람들이 보기를 원하게 되는데, 사실 실제로는 이 문제의식에 깊이 공감하는 분들이 팬심으로 오시는 경우가 더 많잖아요. 이게 기능예술로서 설득의 역할보다는 우리 내부에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데 그치지않냐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거든요. 아마 이 두작품도 퀴어분들이나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은 분께서 보실 것 같은데, 그런 지점에서 고민이 있으신지, 혹시 타계할 방법을 생각해 보신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소람

저는 그런 이유로 대중성을 생각해서 재미있게 연출하려는 부분도 있었고, 대중과 만나는 지점에 있어서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영화제에 내는 것이고 제 나름의 방법은 요구 하되 최대한 재미있게 해보자는 것이었고요. 처음 접한 분들이 간혹 있으셨는데, 그분들 말로는 크게 거부감이 없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거로 인해서 그분들의 생각이 어느 정도 변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영향을 조금이라도 드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권아람

저는 그래서 그것을 타계해보고자 이것을 웹에 올려보려고 했는데, 웹은 제가 잘 모르는 부분이고 공부가 많이 필요하더라고요. 페이스북이나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많이 유통되는 영상들은 굉장히 짧고 빠르고 자극적인 영상들이잖아요. 저는 페이스북에 7분 정도 되는 영상들을 올리니까 그런 식으로 소비하기에 적절한 콘텐츠는 아닌 것 같더라고요. 영화제를 통해 관객들을 만날 기회가 생긴 것이 너무 반갑고 감사한데, 제한적인 장소라는 생각도 들어요. 앞으로도 많이 고민해야 하는 지점인 것 같아요.

이도훈

저도 한 마디 덧붙이자면, 질문해 주신 분이 연극을 하고 계셔서 관객성과 관련된 고민을 하시니까 해주신 질문인 것 같은데, 영화라고 하는 것이 대중적인 예술로 태어났고 최근에 다큐멘터리란 무엇인가를 정리하는 글을 읽었는데, 읽기 전에는 뻔히 예측할 수 있는 리얼리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거로 생각했는데, 대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다큐멘터리는 대중을 만나서 대중에게 교육적이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들을 전달할 수 있을 때 다큐멘터리의 가치가 진정으로 완성된다고 얘기하더라고요. 또 그와 같은 시기에 읽었던 또 다른 글에서는 최근에 디지털과 인터넷 등 여러 가지 플랫폼이 생겼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환상을 가지게 되어서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면 쉽게 대중들과 만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결국 플랫폼이 자본과 직결되기 때문에 거기서도 우리는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한번 지고 들어가게 된다며,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수준 밖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고 이야기했었습니다. 좋은 질문을 해주셨는데 답답한 이야기가 오고 가게 되네요. 그렇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여러 가지 영화제나 상영회 활동 등을 통해서 두 작품들이 많은 관객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못다 한 이야기 있으시거나 마지막으로 관객분들께 하실 말씀 있으시면 각자 하시고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권아람

제가 작년에 <퀴어의 방> 말고 또 다른 단편을 하나 만들었는데요, 그거는 태국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저서들을 기록한 영화에요. 그 영화가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에서 상영이 되거든요. 관심이 있으신 분들 보러 와 주시면 좋겠고, 저는 계속 공간과 관련된 작업을 해나갈 것 같아요. <퀴어들의 방>은 퀴어들의 사적 공간과 관련된 작업이었고, 지금은 공적 공간을 점유했던 퀴어들의 역사를 영화로 만들어 보고자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계속 만나 뵐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소람

저는 아까 들었던 생각이 “영화를 보고 거부감이 없어서 좋았다”라는 평을 들었을 때 그게 칭찬인지 욕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왜냐하면 저는 좀 더 강력하게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런 고민이 들었고, 오늘 안희정 전 지사의 판결을 보면서 분노가 느껴져서 김지은 비서관이 말했던 ‘피해자다움과 정조’라는 단어가 사용될 수 없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도훈

늦은 시간까지 함께 자리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수고해주신 감독님 두 분께 박수 드리면서 자리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녹취 및 정리 : 장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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