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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서울 탈출을 꿈꾸다

정기상영회 상세정보

  • ‘SIDOF 발견과 주목’ 9월 프로그램_<불편한 영화제>, <도망치는 것은 비겁하지만 도움이 된다> GV

‘SIDOF 발견과 주목’ 9월 프로그램_<불편한 영화제>, <도망치는 것은 비겁하지만 도움이 된다> GV

일시
18.09.11(화)
장소
인디스페이스 ( IndieSpace )
진행
이도훈(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참석
허건(<불편한영화제> 연출), 박향진(<도망치는 것은 비겁하지만 도움이 된다> 연출)
토크
한국사회에서 서울은 그냥 수도(首都)가 아니라, 나라의 모든 자원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공간이고, 이 시대 대다수의 청년들에게 가장 치열한 생존 경쟁을 강요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어떤 청년들이 그 숨 막히는 곳에서의 탈출을 꿈꾸고, 중심을 벗어난 어딘가에서 대안적 삶의 방식을 위한 작은 실험들을 수행한다. <도망치는 것은 비겁하지만 도움이 된다>와 <불편한영화제>는 그 청년들이 꿈꾸고 시도해 본 어떤 실험들에 대한 기록이자 보고서다. <도망치는 것은 비겁하지만 도움이 된다>의 그들은 과연 서울을 떠나 ‘남해’로 갈 수 있을까? <불편한영화제>의 ‘너멍굴 영화제’는 앞으로도 계속 열릴 수 있을까? 두 영화는 이 질문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자고 요청하는 작품들이다. 그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그 이야기 속에서 소중해 보이는 것은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 함께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이 이야기들은 그냥 ‘탈-중심의 연대기(年代記)’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탈-중심을 위한 연대기(連帶記)’이기도 하다.

이도훈

허건 감독님과 박향진 감독님 모셨는데요, 두 분 관객분들께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허 건

안녕하세요, <불편한영화제> 연출한 허 건 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박향진

안녕하세요, <도망치는 것은 비겁하지만 도움이 된다> 연출한 박향진 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이도훈

영화 다들 재미있게 잘 보셨겠지만 두 편의 작품은 형식적으로나 내용으로나 영화 주제 전체적으로 던지고 있는 메시지가 비슷한 점이 있으면서도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큰 주제로 보자면 대도시와 관련된 이야기들, 그리고 대도시에서 할 수 없었던 대안적인 삶을 꿈꾸는 과정들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지역도 조금 어떠한 공동체가 형성되는 것을 그리는 과정에서 궁극적인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두 분 감독님께 어떻게 이 영화를 만들게 되셨는지에 대한 간략한 과정을 듣고 싶습니다.

허 건

보셨다시피 이 작품은 2016년 12월 31일부터 2017년에 1회를 했던 너멍굴영화제 영상이고요. 사실 다큐멘터리로 만들어보겠다는 생각보다는 영상들이 남아 있어서 그 영상들을 모으는 과정에서 스태프들을 위한 메이킹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조금 더 욕심이 생겨서 이렇게 영화화하게 된 것 같습니다.

박향진

저는 서울에서 떠나고 싶다는 생각들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친구들이랑 같이 한창 이야기를 하던 차에,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봄’ 프로젝트 제작지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과정들을 영화로 한번 찍어보자고 해서 촬영을 시작하고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도훈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애초에 과정 자체가 작품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작업하신 건가요? 

박향진

우선은 제작 지원 기간이 정해져 있었는데, 2월까지는 저희끼리 집을 알아보자는 식의 이야기가 진행되어서 당장 내려가서 어떤 생활을 한다기보다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가기 전까지 고민하는 것들을 나눠볼 수는 있겠다 그 정도까지는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도훈

두 작품 모두 어떤 행위나 사건이 벌어지는 과정을 기록했다는 공통점이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을 찍는 과정에서 최종적인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그것을 따라가는 데에 보는 재미가 있었고요. 그런 면에서 각각의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배경에 대한 설명을 들어봤으면 좋겠는데, 어떤 사람들과의 인연을 통해서, 어떤 조직이나 단체를 통해서 그런 일들을 꾸려나가셨는지 조금 듣고 싶은데, 허건 감독님 같은 경우에는 너멍굴에 거주하고 계시는 남현 씨와 관계가 조금 궁금한데 혹시 친구분이신가요?

허 건

친하지 않았고 이름만 알고 있던 대학 선배였고 대학교 1학년 때 저희 과 학생회장이었어요. 대학교 졸업하고 그 사람이 귀농했다 라는 것을 방송을 통해 봤었어요. 되게 신기해서 “형, 되게 신기하게 사시네요, 술 한잔 가서 해도 돼요?”라고 물어보고 내려갔더니 그다음 날 술을 마시고 해장을 하러 갔다가 “건아 네 영화를 이 밭에서 한번 상영해보지 않을래?” 그렇게 해서 시작이 되었습니다.

이도훈

말씀 나온 김에 너멍굴영화제가 기획되었던 것도 그렇게 우발적으로 둘 사이에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기획된 것인가요? 너멍굴영화제의 기획 단계를 조금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 영화에는 앞부분에 짧게 나왔던 것 같아요.

허 건

맨 앞부분에 나오는 장면이 2017년 2월인데, 2월 1일 날 둘이 술 한잔 먹고 너멍굴영화제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만 꺼낸 상태였고, 집행위원장을 맡은 윤지은 씨가 2월에 귀촌을 선언하면서 일이 커지기 시작했던 느낌이 들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인 영화제가 된 것 같고, 사실은 1회 영화제를 만드는 것만 해도 지금 다큐멘터리에 기록된 것을 보면 영화제라고 하기 민망한 점이 많은 것 같아요. 2회를 이 주 전에 끝내고 왔는데, 2회는 스텝 스스로는 어느 정도 만족할 만큼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1회는 엉성했지만 2회는 조금 잘 마무리된 것 같습니다.

이도훈

박향진 감독님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영화 전체에 걸쳐서 감독님이 활동하시는 단체나 조직이 있는 것 같은데, 거기에 대한 소개가 상세하게 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실제 어떤 단체나 조직에 소속되어 있었고, 거기서 어떤 활동을 하면서 남해로 내려갈 계획을 하게 되었는지 거기에 대한 전반적인 과정을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박향진

저는 거의 영화가 완성되기 전까지 같이 일을 하면서 병행을 했었는데, 하고 있었던 일은 청년주거 문제 관련해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가 있습니다. ‘민달팽이유니온’이라고 해서 지방에서 올라와서 서울에서 사는 청년들이나 서울에서 주거 문제를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정책적으로 도움을 주거나 직접 집을 공급해주는 단체입니다. 청년들이 문제를 많이 겪고 있다고는 하는데,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친구들이 겪고 있는 노동문제도 쉽지 않은 과제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렇게 착취당하는 노동구조에서 계속 일하는 것이 괜찮냐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여러 가지 경로들을 겪어 오면서도 한 번도 제대로 된 보장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놓게 되는 느낌이 커서 나만 너무 힘들게 만드는 환경 말고 조금 편안한 곳에서 지내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고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도훈

두 영화 모두 개인들이 우연한 계기로 모이면서 함께 뜻을 펼치면서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영화를 보면서 이 두 편의 영화의 공통점을 찾아서 어떻게 이름 붙일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이 영화가 직접적으로 보여주진 않지만, 과거의 우리들이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지 반성하면서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에 대한 비전을 그리는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조금 난감한 질문일 수 있지만, 두 분 감독님께서는 도시에 대한 어떤 감정을 가지고 계시는지 혹은 평소에 도시에 관한 문제점을 생각한 바가 있으신지 짧게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허 건

저는 읍내, 면 소재지 정도의 크기만 되면 그래도 살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 것 같고 제가 느끼기에 도시라는 단어가 가리키는 것은 서울인 것 같아요. 서울은 기회만 된다면 벗어나고 싶고 서울 외에서도 계속 사람들을 만나고 꿈꿀 수만 있다면 서울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박향진

서울은 시골보다 더 발전된 곳이라서 많은 기회와 사람들이 있고, 시골에서 살려고 할 때 무시당하는 가치들을 도시에서는 존중받을 수 있지만, 동시에 지역이 발전되면서 만들어진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어떤 것들도 같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결론적으로 시골보다는 서울로 표방되는 공간에서 느끼는 압박감이 좀 더 심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이도훈

말씀 듣다 보니 서울이라고 하는 혹은 서울에 준하는 대부분의 도시가 기회의 땅인 동시에 박탈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이제 객석으로 마이크를 넘겨서 관객분들께 질문을 받아볼까 하는데요, 혹시 질문이나 두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해주실 분이 계시면 마이크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관객 1

영화 잘 봤고요, 두 분 감독님께 여쭤보고 싶은 것은 영화는 과거를 찍은 내용이고 현재 상황이 있을 텐데, 현재 상황이 어떠하고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합니다.

허 건

2주 전에 끝난 너멍굴영화제는 2017년 처음 1회를 기획할 때는 조직화도 안 돼 있었고 엉성함 투성이였지만 2회는 조금 더 모습을 갖추어진 모습이었어요. 이를테면 ‘너멍꾼’ 이라고 부르는 사람 숫자가 늘어났어요, 1회 때는 열 명 남짓이었다면, 2회는 현장 도와주는 사람까지 스무 명 가까이 늘어났고 그 사람들이 길게는 3월부터 시작해서 프로그램팀과 관객운영팀으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준비했습니다. 그래서 2회 영화제 같은 경우는 여러 단체 들의 후원도 받게 되었고 그래서 텐트동이나 숙박 인원들도 두 배 정도는 늘어났어요. 그런 점에서 2회 영화제는 처음으로 제대로 해본 영화제인 것 같고, 그런데 아직 관객들도 충분히 만족하는 영화제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3회 때는 관객들이 불편함 없이 호흡할 수 있도록 준비하려고 합니다.

이도훈

일단 규모가 커진 것으로 보이는데 그만큼 재정적인 지원도 잘 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허 건

그게 되게 커졌고요. 커졌다고 해서 저희의 인건비로 들어가는 시스템은 아니지만, 예를 들어 1회 때는 순수하게 저희의 자비로 만들었다고 하면 2회는 아무래도 행사 당일 만들어지는 물품이나 비품을 후원 속에서 할 수 있었다 하는 점이 바뀌었지요.

이도훈

박향진 감독님, 영화의 끝 장면이 집을 구하는 장면이잖아요. 그 이후를 궁금해하시는 것 같은데 실제로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었는지요?

박향진

저희가 집을 보러 갔을 때가 올해 2월이고요, 저는 조금 반대를 했었는데 다들 너무 마음에 들어 해서 그 후에 바로 집을 계약 했고, 한 명의 친구가 집을 빼고 먼저 남해로 내려갔어요. 서울에서 지원 사업이라던지 그런 것들을 많이 하다가 간 친구들이라 다른 일을 최대한 벌이지 말자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래도 어쩔 수가 없었는지 지금 식당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돈이 없기도 하고 혼자 내려간 친구도 계속 그렇게 있는 것이 조금 불안한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서울에서는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었는데, 최근에는 식당을 진행하면서 많은 논쟁과 치열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도훈

혹시 그 과정도 기록이 되고 있나요? 장편 버전으로 준비를 하고 계신다고 했는데 여기서 더 살을 붙이신다면 그 이후에 갈등도 들어갈까 싶은데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향진

사실 이 영화를 만들 때는 촬영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어서 이 정도겠다고 생각하고 진행을 했었고 지금도 계속 촬영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 과정들을 장편으로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관객 2

영화 잘 봤고요, 저는 박향진 감독님께 질문드리고 싶은데, 청년들이 서울에서 삶이나 일에 지쳐서 남해로 떠났는데 영화에서는 도망, 탈출로 보여 주셨잖아요. 도망이라고 했을 때 저는 목적지를 계획하기보다는 우선 벗어난다는 느낌이 들어서 서울과 남해는 어떤 것이 다른지, 남해에서 하는 노동은 다른 상황이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박향진

저도 계속 촬영하면서 많이 고민하게 되는 부분인 것 같아요. 내려가면서도 이게 완전한 대안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던 것도 있어서 영화에서도 이것은 대안적인 것이라고 담을 수가 없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요, 일단은 생계 문제는 어디에 있든 당연히 고려해야 할 문제인 것 같고요, 제가 느끼기에 다른 것은 공간의 차이라기 보다는 부담감의 차이인 것 같아요. 서울에서는 각자 돈을 벌어서 생계를 유지했다면, 남해에서 생활을 위해 12명 정도 같이 돈을 내고 있어요. 남해에 있는 친구는 생활비 정도만 벌면 돼서 다른 생계 활동은 크게 하지 않고 있고 조금씩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개인적인 시간을 조금 많이 쓰고 있어요. 왔다 갔다 하면서 느끼기에 남해에서는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서울에서는 지켜야 할 것들이나 평가받을 일들에 압박을 느끼는데, 마음 맞는 친구들이 내려갔다는 것 때문인지 조금 편안하게 지내다가 다시 돌아가면 조금 더 활기가 생기기도 하고 서울에서 힘들었던 것을 남해에서 풀고 오는 느낌도 있어요. 하지만 생계나 그런 것들은 계속해서 고민해 나가야 할 것들이라서 저희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고요, 창작해보고 싶었던 친구들이라서 창작으로 돈을 벌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도 하고 있어요.

관객 3

<불편한영화제> 허건 감독님께 질문드리고 싶은데, 질문이 세 개 정도 되는데, 첫 번째로는 영화를 보면서 제일 흥미로웠던 게 처음에는 너멍굴의 주인 진남현 씨가 전면적으로 등장을 하는데, 말씀하시는 것도 예사롭지 않고 비범한 서사를 가지고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개인의 서사를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가 등장하나 했는데 중심인물의 서사로는 집중되지 않고 여러 참여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진남현 씨는 다시 빠지더라고요. 그렇게 구성하신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고요. 두 번째 질문은 영화가 제도와의 갈등이 부재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마을에서도 굉장히 협조적으로 환영해 주시고 관심을 두시던데, 그 부분에 대해서 궁금하고요, 세 번째는 일 년에 하루 열리는 영화제 시스템 안에서 일시적인 초대 느낌에 머물러 있지는 않나 라는 생각을 했고, 이걸 어떻게 하면 지속할 수 있고 취지에 맞는 생활로 연결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감독님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이도훈

전체적으로는 이 영화의 서사와 구성에 대해서 하나하나 말씀해 주셨는데, 첫 번째 질문을 다시 한번 말씀해 드리자면, 진남현 씨가 사실상 굉장히 비범한 인물로 나오긴 하는데, 그 이후로 쭉 진남현 씨가 중심이 되는 게 아니라 많은 분 개개인에게 초점을 맞추셨잖아요, 이런 구성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시다면?

허 건

네 일단 질문 너무 감사드리고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제가 이런 것들을 찍어야겠다고 정해놓고 들어갔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행사 장면이 없잖아요, 실제로 불편하거나 갈등이 있을 때는 담을 수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제가 행위 주체자이기 때문에, 그것을 카메라로 같이 담지를 못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진남현에게 많은 부분을 할애한 것은 진남현을 담은 푸티지가 많았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그 사람의 공간이 없으면 이 영화제가 가지는 모든 가치가 빛을 발할 수가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완주군 명석면 외율리라는 곳에서 20분가량 걸어 들어가야 하는 곳이 너멍굴인데, 그 너멍굴을 소개하기 위해 진남현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진남현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사실 진남현은 이 영화제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과정을 설명한 거였고, 영화제 준비 과정에서 드러나게 될 거기 때문에 개개인들이 굳이 나올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도훈

두 번째 질문은 제도적인 부분과의 갈등 혹은 충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적극적으로 영화제를 후원해주고 이런 부분들이 나오기는 해요. 일단 질문 자체는 제도적인 부분에서 마찰이나 갈등이 없었냐는 것인데, 이 영화 전체적으로 사실상 큰 갈등이 없었던 것 같아요. 개인 간의 갈등도 잘 부각되지 않고, 그런 게 실제로 없었는지 아니면 다른 부분들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는지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허 건

전체적으로는 갈등이 없는 그룹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요, 1회 같은 경우는 이 그림이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갈등이 확실히 없었던 것 같고, 저희의 최고의 갈등은 천재지변이에요. 비가 오고 땅이 질척하고 벌레들이 습격하고 이것들에 대한 갈등이 항상 문제가 되는데, 외부에 적이 있으니까 잘 뭉치게 되더라고요. 그런 갈등 때문에 단합이 잘 되는 것 같고, 또 제도적으로는 이 영화제가 만들어지니까 군청이나 주변의 여러 행사 단체로부터 후원금을 받으면 우리는 그들이 원하는 프레임을 써야 하는 요구들이 있었는데, 아직은 저희 고집을 잘 유지하면서 버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도훈

이 영화가 출발하는 지점이 도시에서 할 수 없는 새로운 것들을 하고 도시가 주지 못하는 여러 가지 가치들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너멍굴영화제가 기획되었는데 지속 가능한 삶으로서의 영화제를 꾸려나가시는데 고민되는 부분들이 있다면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허 건

2회 영화제를 마치고 앞으로 계속 고민해야 하는 부분 같은데, 이게 과연 영화제 인가 축제 인가라는 질문이 계속 따라다닐 것 같아요. 그거는 아무래도 제일 중요한 질문이기도 하고 하지만 제 생각에는 그것에 대한 답은 관객들과 만나면서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이도훈

<도망치는 비겁하지만 도움이 된다>에서도 서사에 관련해서 여쭤볼 게 있는데, 영화 전반부에 보면 출연진들이 직장생활의 힘듦과 야근의 연속, 피로와 권태 그리고 어떤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힘들어하시는 감독님의 모습을 보여주셨는데, 그걸 앞부분에 배치하신 이유가 특별히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실제 그때 그분들이 왜 그렇게 무기력하고 피로해 보였는지 이런 것들이 있으면 들려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박향진

우선 그때 상황을 먼저 말씀을 드리면 조직 내에 문제가 생겨서 사업을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급하게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사실 일을 하다 보면 대체로 그런 경험들이 많은데 상황이 어쩔 수 없어서, 돈이 없어서 이렇게 제한되는 경우들이 많잖아요, 사실 그 당시에는 새벽 1~2시에 집에 들어가서 다시 아침에 7~8시에 나오거나 늦게는 새벽 3~4시까지 계속 일을 했고, 잠자고 일하고 잠자고 일하고 했던 생활을 초반부에 담은 것이고요, 사실 영화를 찍으면서도 저한테 제일 크게 남아있었던 감정들은 일하다 자살하는 친구들이었거든요. 이 영화를 어떻게 만들지 이 영화를 포기하지 말아야겠다 라고 했을 때 생각이 났던 것들은 제 친구나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죽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기사를 통해서 접하게 되는 청년들, 결국 죽음을 택하게 된 사람들 이런 상황들이 있는데 이 사람들의 힘든 환경은 항상 세심히 보이지 않고 삭제되거나 결과만 드러나게 되는 것이 너무 안타깝고 아쉬웠어요. 그래서 이렇게 힘든 화면을 보여드리는 것이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초반에 그 장면이 있어야 우리가 떠나려고 하는 이유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도훈

형식적으로 한 가지만 더 여쭙고 싶은데, 최초 공개된 버전에서는 자막이 없었잖아요, 인물들과 주고받는 대사가 자막 없이 소리로만 나왔거든요. 그래서 내용을 따라가기가 힘들었는데, 이번 버전에서는 모든 대사에 자막을 넣으셨어요. 그렇게 바꾸신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박향진

이게 사실 제대로 만든 첫 영화인데, 제작 지원을 받게 되면서 감사하게도 상영까지 보장이 되어서 그냥 한번 하고 싶은 만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런데 첫 상영 이후에 극장 안에서 40분을 앉아 계셔야 하는 관객분들은 너무 따라가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들을 계속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우선,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조금의 내용이라도 같이 나눌 수 있도록 안 들리는 부분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자막을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관객 4

<불편한영화제>를 보고 계속 이야기를 듣다 보니 너멍굴영화제는 어떤 영화를 트는 영화제 인가에 대한 내용이 누락되어 있던 것 같아서,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허 건

1회 같은 경우는 너멍굴영화제 슬로건 자체가 ‘궤도를 벗어나다’ 였는데, 저희가 무자본으로 영화제를 여는 것처럼 이탈이나 궤도를 벗어나는 것 같은 지점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그냥 제가 독단으로 영화를 세 편 선정하고 돌아다니면서 이 영화는 보여드리면 좋겠다 싶은 것을 골라서 했는데, 사실 그렇다 보니 너멍굴의 환경적인 것 때문에 반성하는 바가 많았어요. 이를테면 사운드라든지 속도가 느리거나 하는 영화를 틀면 관객들이 몰입하기 상당히 힘들더라고요, 여러 가지 지점들을 깨달아서 2회는 프로그램팀이라는 이름으로 팀을 꾸려서 올 상반기 인디다큐페스티발부터 시작해서 영화들을 성실히 보고 네 개 정도의 영화를 선택했는데, 2회의 슬로건은 ‘그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은 우리’ 였어요. 그중에 저희 영화 섹션의 슬로건은 ‘2등급 전문점’인데, 무엇이 어떤 기준으로 등급을 나누고 우리를 주류, 비주류에서 비주류로 모는 가에 관해서 관객들과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서 어떤 것들은 형식이 2등급인 것들, 어떤 것들은 내용이 2등급인 것들을 선택해서 올해 상영하게 되었습니다.

이도훈

추가 질문이 없으시다면 감독님 두 분 못다 한 말씀 있으시면 관객분들께 말씀해 주시고 자리 마무리하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향후 계획도 좋고 오늘 이 얘기를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으시면 관객 분들께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허 건

영화 잘 봐주시고 끝까지 남아서 GV 들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2회를 마치고 여러 가지 문제를 극복해보면서 3회에 대한 자신이 생겼던 것 같아요. 3회는 더 잘 준비할 테니 많은 분께서 관객으로 참석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박향진

이렇게 오랫동안 자리해 주시고 봐주셔서 감사하고 영화에 마지막에 저희가 만든 음악을 넣었던 이유는 조금 행복해졌던 순간이어서 넣게 되었는데 정말 힘들다가도 아무것도 아닌 시간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런 마음을 조금 전해드리고 싶었고 무엇을 하거나 조금 쉬는 것만으로도 훨씬 상황이 나아질 수 있겠다고 하는 깨달음이 있었던 것을 같이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도훈

두 분 앞으로 하시는 활동 잘 되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자리를 박수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녹취 및 정리 : 장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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