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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속의 나무, 나무 안의 세계

정기상영회 상세정보

  • ‘SIDOF 발견과 주목’ 11월 프로그램_< 나무가 나에게 > GV

‘SIDOF 발견과 주목’ 11월 프로그램_< 나무가 나에게 > GV

일시
18.11.13(화)
장소
인디스페이스 ( IndieSpace )
진행
이도훈(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참석
안용우(<나무가 나에게> 연출)
토크
<나무가 나에게>는 나무에 관한 이야기이자, 나무를 경유해서 펼쳐지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 편에는 도시 공간 속에 살고 있는 나무의 다양한 모습이 있고, 또 한 편에는 나무와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영화는 이 두 요소의 교차를 통해 나무와 인간이 공명하고 대화하는 만남의 장소가 된다. 그 장소는 매우 특이한 체험을 제공해준다. 그 안에 들어서면 우리가 나무를 바라보는 만큼이나 나무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고 있다고 느끼게 되고, 우리가 나무에 대해 이야기하는 만큼이나 나무가 우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무엇보다 <나무가 나에게>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을 도시 속의 나무의 존재를 새삼스럽게 발견하게 하고 또 그것을 낯설게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지닌 영화다.

이도훈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관객과의 대화 진행을 맡은 이도훈이라고 하고요, 감독님 모시고 관객과의 대화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감독님, 관객분들께 인사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안용우

영화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 만든 안용우라고 합니다.

이도훈

보셨다시피 <나무가 나에게> 라고 하는 나무가 주인공인 독특한 영화를 만들어 주셨는데요, 오늘 유익한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첫 번째로 질문드리고 싶은 것은 제작 동기와 관련된 이야기인데요, 관객분들이 영화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상식을 깨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영화 속에서 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닌 사물로서의 나무이기도 하고 생명체로서의 나무이기도 하고, 혹은 시야를 담고 있는 나무이기도 하면서 때로는 초월적인 존재로서의 나무이기도 하며, 뒤로 가면 실체 없는 유령 같은 나무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전반적으로 어떤 아이디어로 영화를 만들게 되셨는지 초반 제작 단계가 궁금합니다.

안용우

회사에 다니다가 그만두고 나서 거리에 나오니 나무가 눈에 많이 띄었어요. 그전까지는 사무실에서 일을 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았는데,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가 돼서 거리를 돌아다니는데 사람들과는 점점 멀어지고 ‘발 없는 나무’만 남아 있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많이 보게 된 건데, 그 나무가 이상하게 말도 못하고 바람에 흔들리기만 하잖아요, 그게 뭔가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던 것 같고 거기서 시작이 되었던 것 같아요.

이도훈

지금 표현하신 것 중에 ‘발 없는 나무’라고 하신 게 굉장히 인상적이네요. 퇴사하고 나서 프리랜서로 이곳저곳을 오고 가시면서 감독님 곁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은 많지만, 곁에 머물러 주는 사람이 없을 때, 발이 없는 나무가 옆에 있었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제목 또한 굉장히 인상적인데요, 조금 의아했던 것은 물론 제목을 짓기 위해서 생략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나무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나무가 나에게 무엇을 줬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 등등 뒷부분이 생략되었다는 느낌이 드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안용우

맨 처음에는 쉽게 처음 자막에 보면 “어느 날 나무가 내게 말하기 시작했다.”라는 것을 가지고 “나무가 나에게 말했다” 라고 생각을 하니 뉘앙스가 좀 작아지는 것 같았어요. 단순히 말을 했다기보다 나무를 계속 보고 만나면서 제가 느껴왔던 것들이 조금도 폭이 넓고 포괄적이라고 생각해서 선명하게 규정하지 말고 풀어서 두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도훈

촬영은 얼마 정도의 기간을 두고 하셨나요. 일단 영화에서 보면 최소 계절의 변화가 있어서 대략 일 년 정도 찍지 않았을까 싶은데.

안용우

일 년 하고 그다음 봄 까지니까 2016년 2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찍었으니까 1년 조금 더 찍었죠. 사계절을 다 담아냈으니까.

이도훈

그러면 구상을 하시자마자 바로 찍는 것부터 시작하신 건가요?

안용우

네, 구상이라기 보다는 사실은 원래 다른 영화를 만들려고 했어요. 제 고향이 부산인데, 부산영도 위에 있는 큰길에 대한 작업을 하려고 했는데, 때마침 조금 형편이 어려워져서 서울, 부산을 왔다 갔다 하면서 작업할 수 있는 형편은 안되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하다가 반사적으로 카메라 하나 들고 내가 다니면서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라고 했던 게 오랫동안 보아왔던 나무를 찍는 것이었어요. 이렇게 시작이 되어서 직감적으로 계속 붙여 나갔어요.

이도훈

구성과 관련해서 이야기하자면, 만약 도입부의 흐름대로 갔더라면 이 영화가 나무와 관련된 일종의 풍경 영화나 이미지를 실험하는 구조 영화 쪽에 가까워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후반부에 나왔던 인터뷰이들의 이야기로 인해서 좀 더 일상적이고 관객분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앞서서 이 영화에 나무가 굉장히 여러 가지로 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말씀드렸는데, 나무의 형상이나 이미지 혹은 심상 등 여러 가지 것들을 통해서 관객분들께 전달하고 싶은 나무란 어떠한 것이다 라고 하는 이미지 같은 것이 있을까요? 아니면 복합적으로 열어두고 싶으신 건지.

안용우

선명하게 생각은 해보지는 않았는데요, 나무가 움직이지도 못하고 굉장히 수동적이잖아요. 무한한 침묵과 끝없는 수동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인데, 이 나무가 정신없이 바쁘고 시끄럽게 움직이는 세상을 버티는 힘을 상기시켜주는 존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봤습니다.

이도훈

촬영과 관련해서 궁금한 점이 있는데, 무작위로 일단 찍는 것부터 먼저 시작됐다고 하시지만, 연출자로서 어떠한 시각으로, 앵글로, 거리로 촬영을 하겠다는 일련의 기준과 규칙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 게 있는지.

안용우

나무를 찍는 데 있어서 가장 정직하게, 균형 잡히게, 중립적으로 찍자고 생각했고, 그것들의 이미지를 붙여 나가면서 영화가 만들어질지 모르겠지만 시도를 해보자, 기술적인 부분들을 너무 생각하지 말자고 생각했고, 대상인 나무를 사진처럼 보기 좋게 찍는다는 생각을 우선 했던 것 같습니다. 가능하면 담담하고, 정직하게 보여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도훈

여러 나무가 나오잖아요, 여러 지역의 나무들 그리고 각각의 지역에서 계절적인 변화를 고려할 때 기준이 있었나요, 예를 들어서 명동과 봉은사의 나무는 꼭 찍어야겠다는 이런 지리적인 선정과 관련된 원칙이 있었는지 아니면 발길 닿는 대로 가면서 찍은 것인지.

안용우

일단은 우리 집 아파트 단지의 나무들이 많이 나오고요, 그리고 정해진 것은 가장 번잡한 도시를 보여주는 테헤란로의 나무들 그리고 여름 같은 경우에는 기미 독립선언을 들었던 자두나무, 조계사의 회화나무 하고 백송, 그다음에 성균관에 아주 오래된 나무들은 반드시 찍어야겠다고 생각했고요. 나머지들은 특별히 찾아간 것이라기보다는 제 생활의 동선에 있는 나무를 찍었습니다. 특별한 나무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곁에 있는 나무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그랬습니다.

이도훈

어쩌면 그 지점에서 이 영화의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일상적이고 지극히 평범하고 한편으로는 진부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우리가 영화적으로 말하기를 주저하는 부분들이 없지 않아 있는데, 그것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나무가 가지고 있는 여러 속성뿐만 아니라 어떤 문화적, 사회적, 종교적, 신화적인 의미를 영화가 복합적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디테일 한 이야기들, 영화 장면에 관한 이야기는 뒤에서 좀 더 해볼 수 있을 것 같고요, 일단 관객분들의 의견이나 질문을 받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관객 1

감독님 영화 정말 잘 봤고요, 질문드리고 싶은 것은 영화를 보면 다른 요소들이 섞여서 나오잖아요, 사람들과 나무들 혹은 정치성을 가지고 있는 맹점들이 계속 번갈아 가면서 나오는데 그것들을 아울러서 영화 전체를 관통하여 전달하고 싶은 것이 따로 있으셨나요?

안용우

우선은 나무가 길을 다니면서 보는 실제 나무이면서 도시에서 가려지고 지워지는 존재이지만, 생명을 표하는 존재로서 나무라는 생각을 했고요. 그리고 이 나무가 세계수 이런 게 아니라 제 옆에 있는 나무이기 때문에 도시 속에 있는 소리와 2016년에서 2017년까지의 촬영 기간 동안 벌어진 사회 이야기도 넣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큰 주인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반복적인 리듬을 가져가는 것이 좋지 않겠나 싶어서 그렇게 여러 가지 요소를 넣어서 편집했습니다.

이도훈

일단 형식적인 질문이 첫 번째로 나온 것 같은데, 이 영화를 구성하는 데에 정적인 이미지와 동적인 이미지, 그리고 인터뷰이의 말이나 음악 등의 소리가 잘 버무려졌다는 생각이 드는데, 크레딧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영화가 거의 1인 제작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문자 그대로 독립영화에 준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이 영화의 정치적인 이야기들이 배경음으로 들어가거나 미디어에서 나오는 소리인데, 어떤 느낌을 받았냐 하면 처음에는 이 영화가 나무가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입이 없는 생명체이지만 우리에게 무언의 말의 건네고 있다는 느낌이 들다가, 후반부로 가면 정치적인 사운드들과 함께 나무의 이미지를 보여 주잖아요, 그때는 나무가 모든 것을 다 듣고 있다는 구도가 나오게 되더라고요. 혹시 이런 것을 조금 염두에 두셨는지, 나무가 말을 한다, 나무가 듣는다고 하는 것을.

안용우

말을 한다, 듣는다는 것을 구분한 건 아닌데, 어쨌거나 나무가 주인공인 영화니까 현실을 굽어보거나 들으면서 촬영 대상이 아니라 주인공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런 시퀀스를 배치했습니다.

관객 2

네 영화 잘 봤습니다. 두 가지 질문드리고 싶은데요, 첫 번째 질문은 영화 중간마다 텍스트들이 나오잖아요. 나무가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감독님이 말하는 것 같기도 한데, 그 텍스트들이 어떻게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건지, 평소에 자주 메모를 하시는지가 궁금하고요. 두 번째로 드릴 질문은 도시의 나무들이 인상적인 이미지가 많았는데, 카메라는 어떤 것을 쓰시는지 궁금합니다.

안용우

카메라는 소니 캠코더를 썼어요, 혼자 다니다 보니 큰 것을 쓸 수가 없어서. 소니 CX900이나 AX100 이런 많이들 쓰는 작은 카메라를 썼습니다. 줌이 되기 때문에. 텍스트 같은 경우에는 제가 옛날에 읽었던 책들을 변형하기도 하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붙여 나가기도 했는데, 고전에서 가져온 것도 많습니다. 맨 처음에 나오는 문장인 “동쪽 바다에 키가 삼백 리에 이르는 나무가 있다.”라고 하는 것은 동아시아의 전설을 담은 <산해경>에 나오는 구절이고요, “부처를 보지 마라, 나한도 조사도 보지 마라” 이 부분은 <임제록>이라고 하는 중국 선불교의 경전에서 “해탈을 하기 위해서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나한을 만나면 나한을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라고 하는 구절이 있는데, 그런 것을 조금 변형해서 쓰기도 했고요. “매미 소리는 영원으로 스며든다.” 같은 경우는 고려 가요나 마츠오 바쇼 하이쿠의 “바위에 스며드는 매미 소리”에서 가져와 쓰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제가 읽었던 책들이나 이런 것에서 많이 끄집어내서 썼습니다.

이도훈

텍스트가 색깔을 가지고 있잖아요, 초록색으로 나오는 것은 나무가 하는 말일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고, 흰색은 감독님의 주관적인 자아가 말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서, 인용하기보다 감독님이 직접 쓰신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러한 표현 방식이 인용의 구분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것이 하나의 연출 의도였나요?

안용우

인용답지 않게 나무가 던지는 말처럼 느껴지게 통일성을 가지고 정돈이 되도록 노력을 했던 것 같습니다.

관객 3

안녕하세요, 영화 재미있게 잘 봤고요, 영화 감상평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다섯 명의 인터뷰이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나무에 대한 다층적인 의미들을 들어 볼 수 있어서 좋았고, 특히 마지막 부분에 나무가 된 사람, 그분의 이야기와 나무를 섬기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서 과거와 현재의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어떻게 뒤바뀌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옛날에는 나무와 같은 자연물이 존중받는 문화였는데, 지금은 자연이 조경이나 배경이 된 느낌이 들고 환경을 정화해주는 기능으로써 자연을 인위적으로 이용하는데, 그런 것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드리고 싶은 질문은 텍스트가 나오는 부분에서 세로쓰기 방식을 택하셨는데, 가독성이 떨어지는 방식일 수 있는데, 세로쓰기 방식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는 방식을 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안용우

우선 나무가 세로로 서 있잖아요, 옛날 경전의 그럴듯한 말들을 보면 위에서 아래로 쓰였고, 또 하늘에서 어떤 큰 존재가 내려다 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시각적인 차원에서 그렇게 썼던 것 같습니다.

관객 4

제가 영화를 보면서 마치 책을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텍스트를 사용하시는 기법 때문에 그렇게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텍스트가 나오는 부분들을 보면서 내레이션 등 영화적인 방법이 있었을 텐데, 왜 그것을 선택하셨는지 궁금하고, 나무가 화자로서 혹은 청자로서 등장하는데, 인간의 입 부분이 나무의 어떤 부분으로 대치될지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안용우

내레이션을 하자는 생각을 안 했고요, 사실 나무라는 존재의 말을 상상할 수가 없잖아요. 거기에 어떤 구체적인 인간의 목소리가 얹혔을 때, 그것은 다른 감정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글자 형태로 나무의 말을 들려주는 게 정직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실 나무의 말을 누구도 들은 적은 없잖아요, 아마 나무는 발성 기관이라기 보다는 전체적인 움직임, 흔들림으로 말을 하지 않나, 그것이 느낌으로 전해지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관객 5

영화 잘 봤습니다. 저는 쇼트에 대해서 질문드리고 싶은데, 중간에 거리를 찍다가 일시 정지 되는 쇼트들이 있잖아요, 세 번 정도 반복이 되는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연출을 하셨는지 궁금하고, 또 계속 외부 풍경을 찍다가 어느 순간 집 안으로 들어가서 클로즈업, 혹은 익스트림 클로즈업에 가까운 쇼트가 등장하는데, 그 쇼트들은 왜 배치가 되었던 것인지, 이 두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안용우

여름 부분에 나오는 정지 화면에서 “매미 소리가 영원으로 스며든다”라는 표현이 쓰였는데, 매미가 사는 짧은 순간이라고 하는 게 영원과 닿아 있다는 표현을 했던 것이고, 그런 장면에서 짧은 순간이 오히려 긴 시간과 닿아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게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실내에 온 것은 그 이전에 색깔을 뺀 모노톤에 가까운 시퀀스를 ‘절대 나무’를 찾아가는 꿈과 갖은 시퀀스, 높은 산에 올라가는 꿈을 깬 후에 현실로 돌아가서 집안을 돌아보았다는 설정으로 만든 거였어요. 근원적인 나무를 찾아간 이후에 깬 꿈에서 오히려 더 생경한 주변의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을 클로즈업해서 찍은 것 같습니다.

관객 6

나무라는 테마를 가지고, 여러 다른 분들이 인터뷰를 해주셨잖아요, 접점이 없을 것 같은 분들인데, 그분들은 어떻게 알게 되셨고 인터뷰를 어떻게 진행하게 되셨는지 궁금했습니다.

안용우

처음에 호주의 숲에서 나무를 만나서 위안과 깨달음을 얻었던 친구는 원래 알던 친구이고요, 예술단체를 운영하는 친구인데, 그 친구의 이야기는 전에 들어서 나무에 관한 영화를 만들면 넣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다음 분들은 제가 작업을 진행하면서 나무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갖는 사람들을 검색해서 찾고 연락해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서로 아는 관계는 아니고, 다른 연관성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나무를 좋아하고 그것과 관련된 사람들을 찾아서 진행하였습니다.

이도훈

한 분씩 나올 때마다 간자막으로 소개되는 문구들이 있잖아요, 제가 적어놓은 것이 있는데, 나무를 만난 사람 고재필, 나무를 그린 사람 최용대, 나무를 다루는 사람 임병희, 나무를 섬기는 사람 한건희, 황용화, 나무가 된 사람 박흥규 이렇게 되어 있는데, 일종의 내러티브가 있다고 생각해요. 인터뷰를 단순히 배열했다기 보다는 이것 또한 구성을 염두에 두고 배열을 하신 것 같은데, 어떻게 구성을 하신 건지.

안용우

맨 처음에 나무를 만나서 특이한 경험을 했던 친구가 나왔으니까, 좀 더 다른 측면에서 나무를 조금 더 깊이 만나본 사람들의 상을 보여주고 마지막으로는 나무의 종교성을 드러낼 수 있는 그런 장면을 놓아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이도훈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영화가 단순한 풍경 영화가 될 수 있는데, 인터뷰가 들어가면서 내러티브가 그려지는 효과가 발생하거든요. 그러니까 다큐멘터리적이고 논픽션적인 요소들이 들어오지만, 그것들을 엮어보면 나무를 만나고 나무에 관해서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고, 그래서 나무를 섬기게 되는 일련의 과정이 있는데, 제가 궁금했던 것은 맨 마지막 부분에 나무가 된 사람이라고 해서 수목 신앙을 실천하신 박흥규 목사님 이야기가 나오게 되잖아요. 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나무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안용우

인터뷰에서도 나오지만 아마도 우리가 쉽게 말해서 “자연으로 돌아간다”라고 했을 때, 평생 나무를 심다가 자기가 스스로 토양으로 돌아가서 나무라는 존재로 다시 살아나는 그런 의미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넣었습니다. 실제로 가족과 지인들이 “박흥규 나무 되다”라고 새겨진 묘비를 세웠고요.

이도훈

네, 감사합니다. 제가 자막 나온 것 중에 궁금한 게 있어서 적어놓은 게 있는데, 봉은사 나왔던 장면 중에서 흰색 자막으로 “나무들은 몰락한 왕조의 유물처럼 서 있다.”라고, 이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안용우

도시에서 나무들이 크게 서 있기는 한데, 굉장히 이질적인 존재잖아요, 도시에서 자기들의 능동성을 가지지 못하고 그냥 줄 세워져 있으니까. 마치 어디 쳐들어가서 거기를 정복하고 기록만 남겨놓은 것 같은 무력해 보이는 이미지를 표현했던 것 같습니다. 나무가 인간보다 훨씬 긴 세월 동안 지구를 지배하고 주도적인 존재였죠. 몰락한 왕조라고 비유하는 것도 틀린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이도훈

네, 감사합니다. 제가 아까 인터뷰에 대한 이야기를 쭉 했었는데, 혼자서 외롭게 고독하게 촬영하시면서 정리한 나무에 대한 생각들이 있을 건데, 그 과정에서 다시금 사람들을 만나서 그 생각이나 상이 새롭게 정리되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혼자서 생각하던 나무에 대한 것과 여러 사람을 만나는 과정에서 나무에 대한 생각이 달리진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안용우

저는 사실은 도시, 부산 사람이고 도시적인 감성을 좋아하면서, 자연을 많이 체험한 적도 없지만, 도시의 나무를 오랫동안 들여다보면서 근원적인 생각의 말단을 만난다고 생각했고, 나무에 인사도 하게 되고 소통하는 느낌이 들게 되었어요. 한 생명이 이전에는 관념적이었다면, 좀 더 감각적으로 다가온다는 변화는 있었던 것 같아요.

이도훈

혹시 이 작품을 통해서 향후에 하실 작업에 변화를 준 요인이 있었나요? 앞으로의 작업 변화에 미친 영향이 있을까요?

안용우

구체적으로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맨 처음에 만든 작품은 실향민이자 기독교 집안인 우리 가족 이야기였고요, 두 번째는 나무를 찍었는데, 이제는 구체적인 사람의 삶으로 들어가서 찍고 싶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원래 생각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편안하게 보여주는 것들을 생각했는데, <나무가 나에게>를 만들고 나서 사람의 삶을 표현할 때 조금은 구조적으로 다르게 구성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도훈

마지막으로 제가 드리고 싶은 질문은 영화에 쓰인 음악의 선곡 기준이 있을까요?

안용우

나무에 대한 이야기이니까 나무로 만든 악기가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중에서 클라리넷이나 요즘의 관악기들은 너무 구조화되고 복잡하기 때문에 아주 단순하고 원초적인 악기 그리고 숲에 들어갈 때의 호흡을 느낄 수 있는 악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악기는 리코더나 피리를 골랐고, 르네상스와 바로크 사이에 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탈리아 음악들을 골라서 썼습니다.

 

이도훈

답변 감사드리고요, 제가 이전에 ‘다큐멘터리가 과연 문학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미지 표현 방식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로 픽션적인 이야기들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 영화를 보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관객분들께 못다 한 말씀 있으시면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용우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다음에 고향에서 사람들에 관한 작업을 할 것 같습니다. 계속 열심히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녹취 및 정리 : 장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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