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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차별을 넘어서는 생성의 존재론, 퀴어

정기상영회 상세정보

  • ‘인디다큐 시간여행: 혐오와 차별을 넘어서는 생성의 존재론, 퀴어’_ 대담

‘인디다큐 시간여행: 혐오와 차별을 넘어서는 생성의 존재론, 퀴어’_ 대담

일시
2017. 5. 13(토)
장소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 2관 ( Korean Film Archive Cinematheque KOFA Screen2 )
진행
권은혜(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참석
김일란, 이동하, 이영 감독
토크

권은혜

안녕하세요. 인디다큐페스티발 정기상영회 ‘인디다큐 시간여행: 혐오와 차별을 넘어서는 생성의 존재론, 퀴어’ 프로그램입니다. 방금 보셨던 <불온한 당신>의 이영 감독님과 <3 X FTM>의 김일란 감독님, <위켄즈>의 이동하 감독님 참석해주셨습니다.

김일란

반갑습니다. 오후에 보셨던 <3 X FTM>을 연출한 김일란입니다.

이영

방금 보신 <불온한 당신> 연출한 이영입니다. 반갑습니다.

이동하

<위켄즈> 연출한 이동하입니다. 반갑습니다.

 


권은혜

기획 상영 준비하면서, 그리고 오늘 쭉 영화를 봤는데요. 다른 상황에 처해 있기도 하고, 다른 성과 젠더, 성적 지향들을 가지고 있는 성소수자들이지만 공통적으로 혐오와 차별의 시선 속에서도 본인의 삶의 의지와 사랑을 이어가는 영화들을 보게 되어서 상당히 감동적이고 아름다웠습니다. 성소수자 운동에서 정말 영화라는 매체가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가시화를 위해 계속해서 만들고 보아야겠습니다. <불온한 당신>에 대해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 영화 속에서 혐오 세력과 대치하는 장면이 많고 현장에서 두려움을 많이 느꼈을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잘 대처하시는 것으로 영화에서는 그려지는데, 실제로는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영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네 정체를 밝혀라”였어요. 수많은 취재진과 카메라가 있었음에도 유독 영화에도 나오듯이 촬영을 못 하게 하거나 취재를 거부하는 상황들이 있었는데요. 제일 고통스러웠던 것은 성소수자에 대한 잘못된 정보, 거짓말을 유포하고 선동하는데 기록을 해야 하므로 항의할 수 없었던 것들입니다. 그때 당시 영화가 만들어지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을 받기도 했는데요. 첫 상영을 2015년 9월에 했는데, 영화에서 등장하는 인물이 ‘자신을 혐오주의자로 편집했다’는 이유로 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습니다. 다행히도 경찰 조사받고 2016년 2월에 무혐의로 대법원 판결을 받았는데, 그 이후에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몰라서 계속 영화관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니터링해야 했습니다. 영화에서 보면 혐오의 공격을 계속하는 세력들이 나오는데 그들이 주장하는 바가 삶을 반대하는 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는 삶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삶과 존재를 선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엮여서 진행되는데, 혐오가 어떤 폭력인지 관객들이 체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제작했습니다.

권은혜

김일란 감독님께서는, 한 인터뷰에서 영화를 찍게 된 계기를 '성전환 남성을 떠올렸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다. 그만큼 성전환자 남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이 심하다는 거다'라 이야기하신 기억이 납니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지 10년이 되었고, 그 사이에 성전환자 남성을 다룬 극영화나 다큐멘터리는 없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김일란

세 작품 중 가장 오래된 영화잖아요. 얼마 전에도 소모임을 하시는 분들이 영화를 잘 볼 수 없으니 보고 싶다고 하셔서 오랜만에 공동체 상영을 했어요. “십 년 전에 이런 영화가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해주셨는데요, 감독으로서는 기분이 좋았어요. 영화 잘 만들었구나.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2008년에 ‘아직도 이런 영화가 안 만들어졌다니’ 하는 마음에서 만들게 되었는데 그로부터 십 년이 지나서도 이 영화를 가지고 거의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소수자, 특히 성전환자 관련한 현실이 많이 바뀌지 않은 것 같아요. 상영하고 돌아가는 길에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니까 되게 많이 바뀌었어요. 여성이라고 불리는 신체를 갖고 태어나신 분들이 성정체성에 따라 FTM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제도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군대 문제입니다. 김명진 씨 같은 경우에는 성별 변경을 통해서 주민등록번호가 1번이 되었기 때문에, 신체검사를 받았는데요. 그 과정에서 큰 불이익을 받고 국가인권위에 제소하는 사건이 영화에 담깁니다. 그로부터 FTM 분들이 법적인 성별 변경을 했을 경우에 김명진 씨의 사례에 따라 신체검사를 받는 과정에서의 모욕적인 과정을 당하지 않고 6급을 받을 수 있는 판례가 있습니다. 올 초에는 MTF의 경우인데, 수술하지 않아도 성별 변경이 가능한 판례가 나왔어요. 크게 보면 변하지 않은 것 같고 우리는 겨우 여기까지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또 돌아보면 ‘우리는 이만큼이나 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10년 전에 만든 영화를 오늘 따끈따끈한 신작들과 함께 보니까 또 여러 가지 감정과 소회가 드는 것 같네요.

권은혜

<위켄즈> 같은 경우 선물 같은 영화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쾌하고, 모자이크하신 분들이 거의 없다는 것마저 감동이었는데요. 개봉까지 한 영화인데 많은 분이 같이 드러나는 것이 놀라웠고, 어떻게 많은 분들이 동의해서 영화에 같이 나올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이동하

처음부터 가능하지는 않았어요. 처음 다큐를 하자고 했을 때 모자이크 없이 얼굴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은 네다섯 명밖에 없었습니다. 제작을 몇 년 미루면서, ‘지보이스(G_Voice)’라는 단체가 커밍아웃과 자긍심을 고취하고, 알리기 위해서 하는 활동이어서 단원들이 용기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2012년에는 해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네다섯 명보다는 많은 것 같아 출연 동의서를 받았는데, 처음 찍을 때는 모자이크를 해야 하는 인원들이 더 많았어요. 전체 40명 안팎인데, 카메라 찍을 때마다 머릿속에 ‘바스트 샷이 나오면 안 되는 사람, 풀 샷까지는 괜찮은 사람, 풀 샷이나 그룹 샷은 괜찮은 사람’ 이런 조건들이 다 따로 있어서 앵글 잡기가 곤란했습니다. 나중에는 “누구야 미안한데 얼굴 잠깐만 좀 치워봐.” 이러면서 찍고 그랬어요. 촬영이 일 년 넘게 계속되고 중간시사 같은 걸 하면서 단원들이 자기 얼굴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이 영화를 왜 찍으려고 하는지, 지보이스 활동과 한국에서 게이로 사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개봉 직전에 다시 한번 출연 동의서를 작성했었는데 그때는 거의 다 모자이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작성을 해서 감동적이었습니다.

관객 1

이영 감독님께 질문드리겠는데요. 기존의 퀴어 영화나 콘텐츠를 봤을 때 단편적인 걸 가지고 충돌하는 집단들에 관해서 이야기를 많이 봤었는데, 지금 같은 경우에는 세월호라든가 종북이라든가 프레임을 씌워서 묶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단편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집단 간의 이익구조에 따라 묶이는 것을 보여주고 싶으셔서 이렇게 편집, 촬영하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영

이 영화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삶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과 삶을 선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엮여서 진행됩니다. 개인이나 광장, 한국과 일본, 연결되지 않은 것 같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겹겹이 쌓아가며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데요. 한국 사회를 최근 몇 년간 관통해오고 있는 키워드가 혐오라고 생각합니다. 혐오가 사실 성소수자나 사회적 소수자, 약자들에게 행해지는 사회 일부의 이야기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영향이 평범하다고 여겨졌던 일반 시민에게까지 확장되어 가는 과정들이 진행되었습니다. 개인과 사회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사회의 영향력이 개인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표현하고 싶었어요. 혐오가 더 많은 사에게 영향을 주면서 누구나 마실 수밖에 없는 공기가 된 것입니다. 누구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했습니다. 연결성이라는 점에 집중하면서 표현하려고 했고, 교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연결성이 토대가 되어 이 영화 구성의 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권은혜

<불온한 당신>을 처음 보고 나서 너무 많이 힘들었는데, 다행히 영화의 앞과 끝에 등장하는 이묵 선배님의 아우라가 혐오 세력의 모습들을 완화해주었던 것 같아요. 집회에 직접 참여하기가 쉽지 않고 바라보기 힘드셨을 텐데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권은혜

<3 X FTM>에 대한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김명진 씨의 사례 중 두 가지가 굉장히 기억에 남았어요. 결혼하기 위해서 자신의 성을 바꿔야 했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동성혼 합법이나 제도들에 대한 중요성을 환기하는 계기였던 것 같아요. 다른 하나는 한무지 씨, 고종우 씨, 김명진 씨 세 분 모두 FTM이시지만 남성이 되고 싶은 이유와 남성에 대한 생각들이 조금씩 다르시더라고요. 그 중 김명진 씨가 "남자로 살아보니 편한 게 너무 많다."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한국 사회의 성평등 수준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질문은 좀 다른 것인데요. 인물들이 잠수를 타다가 다시 오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는지 그리고 설득하는 과정은 어떠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김일란

명진 씨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싶어서 성별 변경을 해야 했어요. “한국 사회에 동성혼이 법제화되어 있었다면,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넘어서서 그것 자체가 가능한 법, 법제화가 되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많은 모험을 하지 않았을 텐데.” 같은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동성혼이 법제화되어 있다 하더라도 몸에 대한 의료적 조치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몸이 갖고 싶어서.”라고 덧붙였었는데요. 한국 사회에서 동성혼이 거론조차 안 되고, 그것 자체가 법이 없는 것인데 불법으로 이야기 되는 조건에서는 명진 씨가 그때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주인공 세 분 모두 한 번씩 촬영을 중단했는데요. 모든 다큐멘터리 주인공들은 한 번씩은 잠수를 선택하게 되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영화가 가져올 효과를 주인공 입장에서는 계산하기 어려워요. 이런 것들을 충분히 인지하지 않고 좋은 의미로 이 영화가 성전환자 인권 운동이나 현실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서 선택했다가 점점 부담되고, 카메라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고, 명진 씨가 이야기하듯 초라한 모습을 보이기 싫고. 한 번씩 중간중간 잠수를 탄 게 결과적으로는 좋았던 것 같아요. 촬영을 중단하고, 연분홍치마 활동가들과 이야기하고, 이 영화가 나왔을 때 어떤 희망을 같이 이야기해볼 수 있을지도 상상해보는 시간을 가지고 나서 다시 한번 이 영화에 출연하는 의미를 스스로 가졌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명진 씨는 다 잠수 탔는데 왜 자기만 명확하게 잠수 탔다, 돌아왔다 명시적으로 드러냈는지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웃음).

관객 2

세 분 감독님들께 다 여쭤보고 싶은데, 다음 작품은 어떤 걸 생각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권은혜

제 마지막 질문이었는데 해주셨네요. 일단 김일란 감독님께서는 그 이후로 많은 작품을 만드셨고(웃음), 2008년 영화라서.

김일란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하고 18대 총선에 출마하신 분의 선거 과정을 담았던 <레즈비언정치도전기>라는 작품에 프로듀서로 참여했었고, <위켄즈>에 나오는 ‘친구사이’라는 단체와 함께 공동으로 제작한 <종로의 기적>이라고 하는 ‘커밍아웃 다큐 삼부작’이 있었습니다. 용산 참사를 다룬 2012년에 개봉했던 <두 개의 문>이라는 작품이 있었고 그 작품의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는 <공동정범>을 최근에 마무리해서 아직 어떤 걸 만들어야 할지 계획은 없습니다. 최근에 <3 X FTM>이 상영이 조금 되고 있어서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FTM에 대한 작품은 정말 꼭 하고 싶은 다큐예요. 왜냐하면 <3 X FTM>이라는 작품을 다시 생각해보니까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성전환자 남성들과 어떻게 대화를 시작할까 하는 고민 속에서 영화를 만든 것 같아요. <3 X FTM>의 FTM분들은 FTM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는 분들의 이야기라기보다 저의 질문과 고민, 여성주의자라는 틀에서 FTM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에 FTM에 대한 다큐를 만든다면 좀 다른 방향에서 FTM들이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다큐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고, 최근 들어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영

다른 작품을 설명하기 전에 이묵 선배님을 어떻게 만났는지를 이야기하겠습니다. 노년 성소수자 세대를 만나보기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렇게 재현된 미디어나 다큐도 별로 없고요. 이 영화가 최초의 시도가 아닌가 싶은데요. 선배들을 찾으면서 옛날 신문들을 펼쳐놓고 저랑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나, 운전하셨다거나 운동을 하신다든지, 아니면 혼자 사신다든지 그러면 무조건 찾아가서 문을 두드리고 “선배님, 제가 바지씨의 후배입니다.” 라고 말했어요. 그게 통하면 저의 선배님이고 아니면 선배님이 아닌 겁니다. 그렇게 2008년부터 찾아다녔고, 그래서 한 분 알게 되면 또 한 분 소개해주시고 하면서 5~60분의 선배님들을 만나 뵙게 되었습니다. 아시겠지만 커밍아웃은 용기가 필요한, 쉽지 않은 일입니다. 막연하게 생각했을 때는 2008년은 꽤 시간이 지났잖아요. 선배님들이 지금쯤 되면 사회생활을 은퇴하시니까 커밍아웃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최근에 갑자기 백세 시대가 돼서 사회 활동을 아직도 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커밍아웃이 좀 늦어지는 부분이 있어서, 선배님들 세대의 이야기를 선보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불온한 당신>은 2015년 9월에 완성이 되어 관객들을 만나 뵙고 있었는데 개봉을 해서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나면 어떠냐는 이야기가 나와서 올 7월에 개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영화가 좋으셨다면 많은 홍보 부탁드립니다.

이동하

<위켄즈> 관련해서는 자료를 기록 중이긴 한데, 바로 무언가를 만들 것 같지는 않아요. 단원들의 생각과 상관없이 15~20년 뒤에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 <위켄즈>를 다시 찍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여전할지, 어떻게 변할지.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위켄즈>를 찍으면서 단원들이 솔직하게 용기를 내주신 건 고마운데, 좀 더 욕심이 나서 가족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게이로서 커밍아웃해서 사는 사람들도 힘들지만, 커밍아웃하게 될 때 누나나 동생이나 어머니나 아버지도 고통과 갈등, 차별을 느끼게 될 것 같아요. 성소수자 주변의 친구나 가족들에 대한 극영화를 만들면 어떨까 하여 기획 중입니다.

관객 3

영화가 촬영된 시점이 짧게는 3~4년 된 것 같고, <3 X FTM>은 십 년 정도 되었는데 각각의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인물들이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일란

<3 X FTM>은 2008년에 영화제에서 상영되고, 2009년도에 아주 소규모로 개봉을 한 이후에 많은 영화처럼 상영 기회가 없어서 상영을 못 한 것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주 의도적으로 상영을 안 한 것도 있어요. 방금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난감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는데요. 주인공 세 분 모두 저와 연락이 되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 짐작은 하지만 정확히는 모르고요. 명진 씨 같은 경우는 영화가 끝나고 얼마 후 결혼을 하셨어요.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입양하시면서 성전환자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처가에서 잘 모르기 때문에 이 영화가 많이 상영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이 영화를 매개로 해서 알게 된 인연들이 무척 안타깝지만, 거리를 두고 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 친구와의 인연이 무척 아쉽지만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어서 잘 살기만을 바라게 되었고요. 고종우 씨 같은 경우에는 오랫동안 연락을 했었는데,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성전환 남성으로 살아가기에 고독했고 힘들었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자주 연락을 하다가 어느 순간 연락이 끊겼습니다. 여러 번 연락을 시도하고 친했던 분들과도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잘 안 되었어요. 무지 씨 같은 경우에는 스스로 생을 마감했기 때문에, 그 이후에 여러 가지 상황으로 비췄을 때 이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그때 당시 주인공분들과 합의했던 내용에 최대한 준하여 공개적으로 너무 많이 상영되지만 않는다면 상영해도 좋겠다는 수준에서 선별적으로 상영을 하고 있습니다. 10년 동안 FTM에 대한 영화가 많이 없기 때문에 FTM에 대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 이 영화가 필요하다면 상영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오늘도 상영하게 되었습니다.

이영

이묵 선배님은 영화에 나오듯이 여수와 용인을 오가면서 생활 중이십니다. 논과 텐의 경우에는 이 영화를 찍고 나서 힘을 얻어 일본 내에서 커밍아웃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어요. 2020년 도쿄올림픽에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만 명이 하는 프로젝트인데요. 이 영화에 참여한 계기로 더 큰 커밍아웃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왔고, 친구로 지내고 있습니다. 또 영화에 나왔던 혐오 세력들은 두 축으로 있는데, 보수 기독교 측과 어버이연합을 위시한 극우단체들입니다. 영화는 2012년에 기획이 되었고, 박근혜 정권이 집권하면서부터 촬영되어서 2015년 6월까지의 기록들인데요. 3년 정도의 제작 기간 동안 혐오세력들은 정부를 비판하는 모든 집회에 따라다니면서 반대의 목소리를 외쳤습니다. 위안부 합의라든지, 국정교과서라든지 따라다니면서 계속해서 이야기했어요. 2016년 4월에 극우단체의 대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어버이연합 같은 경우에는 자신들이 전경련의 돈을 받았고 청와대의 스피커 역할을 했다고 스스로 고백을 하더니 사라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태극기 집회, 선두에 서서 박근혜 퇴진을 반대하는 그런 집회에 여전히 나왔고 다시 들어간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보지 못했고요. 기독교 세력의 경우에는 최근에, <불온한 당신> 영화를 보시면 마지막에 “종북과 동성애가 어떻게 딱 맞나.”라고 하시면서 이야기하는 전광훈 목사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번 대선에서 범기독교계 는 홍준표 후보를 지지한다는 선언을 하는 등 지금까지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권은혜

정말 자세히 알고 계시네요(웃음). <위켄즈>에서는 훈훈한 커플들이 있었는데요. 관객 분 질문과 함께 질문을 하나 더 드리자면 <위켄즈> 보면서 딱 하나 불편한 점이 있었는데 샌더와 민의 연애사였어요. 커플이 한 번 헤어졌던 이야기가 영화에 등장하는데, 샌더 씨는 민 씨가 너무 순수해서 그렇다고 걱정하시는데 샌더 씨에게 너무 공개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싶었어요. 다른 분을 좋아하셨다가 돌아오셨다가 하셨는데, 두 분은 괜찮으실까. 두 분과 재우 씨 커플도 그렇고 다른 분들 이야기 들려주세요.

이동하

지보이스 단원들은 잘 있습니다. 지금도 열심히 성소수자의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노래를 못하지만 여러 군데 뛰어다니면서 노래하고 있고요. <위켄즈>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지보이스가 계속 그런 활동을 했기에 연대 공연이 조금 더 늘었어요. 단원들이 격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노래 연습할 시간도 없이 공연을 가야 할 상황이 많아요. 재우, 철호 형 커플은 여전히 사소한 거로 티격태격하면서 잘살고 있고, 샌더와 민은 다큐를 개봉했을 때쯤은 다시 만나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했었는데 그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고요. 친한 친구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권은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셨는데 대선 토론에서도 발언이 있었고 작년에도 거슬러 가면 <불온한 당신>과 <위켄즈>에도 나왔던 서울시민인권헌장선언 폐기 사건도 있었고, 육군 내 동성애 군인 색출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폭발적으로 가시화되고 있어요. 그만큼 여러 다양한 성적 지향의 사람들이 자신을 밝혀내고 페미니즘 이슈들도 SNS 등을 통해서 드러나고 있는 상황인데 요즘의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세 분 감독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김일란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여러 가지 사회적 변화가 있는데, 일간베스트 저장소의 게시판에서 ‘삭제를 요청합니다.’처럼 댓글을 지워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해요. 당대의 정권이 어떤 지향을 가지고 있는가가 차별과 혐오와 어떻게 관련이 되었는지 잘 드러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기회가 있어서 미국에 다녀왔는데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굉장히 불리한, 억압적이고 차별적인 법안들이 통과되고 보수기독교 세력과 함께 활동을 펼치는 것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얼마 전에 더 악화된 ‘HB2’라는 법인데요. 성전환자는 성별 변경을 하지 않은 경우에도 자신이 원하는 성에 가까운 외모를 할 수 있습니다. FTM의 경우에는 남자니까 남자 화장실을, MTF의 경우에는 여자 화장실을 갈 수 있는데, 성전환자가 자신의 기록된 성과 다른 성의 화장실을 갈 경우 처벌을 받는 법이 통과되었어요. 여성의 모습을 하고 남성 화장실을 가야 하는 것이죠. MTF의 분들이 여자 화장실을 사용하게 되면 여성들이 성폭력의 위협에 노출된다는 논리인데요. 주별로 선택적으로 법을 적용할 수 있었는데, 반드시 적용해야 한다는 법으로 통과되었습니다. 실제로 성전환자뿐 아니라 이주민들의 경우에도 상황이 더 악화되었는데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정권의 색깔에 따라 우리의 삶이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동성애자에 대해서 반대한다고 했던 발언은 실제로 공직자가 사회적으로 그러한 발언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혐오 발언을 대선 토론에서 할 수 있다고 보여주는 것이죠, 혐오를 드러내도 괜찮다는 것을 보여준 선명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하시는 분들은 그것에 대해서 저항을 했고 그 과정에서 연행이 되기도 했어요. 지금 벌어지는 많은 개혁과 변화들 사이에 과연 성소수자와 관련된 인권 사항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너무나 기대하고 싶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회의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영

영화에서 보면 박근혜 정권이 집권하면서 공공연하게 종북몰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사회 비판적인, 정부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종북으로 몰아가고, 성소수자를 종북으로 몰아가는 종북게이라는 신조어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이런 적대, 공포를 이용한 증오의 정치의 상황이 되면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것은 사회적 약자, 소수자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것이 소수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영화에서 보셨듯이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요. 노동자들이 생존권을 요구하면, 사회를 분열시킨다고 이야기하고 모든 학생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면 차별받아도 되는 학생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성소수자들의 인권이 보장받아야 된다고 이야기하면 또 그 상황에서 다수가 소수 때문에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 세월호 유가족들이,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했을 때 경제 파탄 낸다고 하면서 반대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제 이런 목소리들이 하고자 했던 것은 “가만히 있어라, 침묵하라”는 요구였다고 생각합니다. 극우 정권이라든가 이런 상황들, 공포와 증오를 이용하는 정치의 상황이 혐오를 배양하는 환경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촛불시민들의 힘으로 정권이 교체되었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는데, 이번 대선은 성소수자 인권이 대선의 의제로 떠오르는 역사적인 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그 안에서 가만히 있으라, 또는 성소수자의 인권은 나중에, 아니면 동성애자를 반대한다든지 성소수자에 대해 혐오적인 현실을 보게 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변화가 일어나지 않아요. 통렬한 반성과 성찰을 하지 않으면, 혐오의 논리와 프레임, 주장에 대한 고민 없이는 변화는 없다고 생각하고 현재 그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변화하지 않으면 혐오는 얼굴을 바꿔서 다시 돌아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동하

비슷한 얘기인데, 상당히 안타깝고 화가 났어요. 대선 국면이 게임에 가까운 수준인 것 같아요. 성소수자 인권 문제가 방송되었고, 소수자와 약자에 대해서 케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진 리더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것은 조금 이른 생각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성소수자 인권 운동 진영의 활동가들은 엄청나게 헌신하며 활동하고 있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좀 더 드러내고 좀 더 열심히 활동해야 할 것 같아요. 청와대에 들어가시고 나서 일거수일투족이 기사가 나는데, 오늘은 반려동물 기사가 났더라고요. ‘우리는 반려동물보다 존중받지 못하는 존재인가’하는 쓸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권은혜

세 감독님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올해 퀴어문화축제의 캐치프레이즈가 ‘나중은 없다. 지금 우리가 바꾼다.’인 게 생각납니다.

관객 4

작년에 <아가씨>랑 <연애담>을 비롯해서 레즈비언 극영화들이 개봉되었는데요. 이영 감독님과 김일란 감독님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시는 건 알지만 혹시나 다음에 레즈비언 극영화를 만드실 의향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영

극영화를 할 수 있을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레즈비언에 대한 이야기들은 꾸준히, 저와 친구들의 이야기이고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꾸준히 해보려고 합니다. 극영화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샤방샤방하고 위로가 되고 많이 웃고 기쁘고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없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불온한 당신 2>는 어떻게 되는 거냐, 찍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행복한 영화, 위로를 주는 영화, 힘을 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요. 노년 세대의 레즈비언들, 바지씨와 여성 퀴어들에 대한 이야기, 연대에 대한 이야기를 행복하게 만들 수 없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권은혜

관객분 질문과 함께 질문드리고 싶은데, 퀴어 영화들 많이 나왔잖아요. <비밀은 없다>도 그런 이야기가 있었고 <걱정 말아요> 같은 게이에 관련된 극영화도 있었고, 개봉을 앞둔 <꿈의 제인>, <분장> 같은 영화들도 있는데요. 이런 극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그 영화들의 재현에 대해서 세 분의 감독님들 같이 이야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영

최근의 많은 영화가 나오고 있는데, 한 명의 관객으로서 행복한 일이죠. 한국이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가장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나라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젊은 세대들의 퀴어 친화적인, 퀴어 문화를 향유하는 관객들이 많아진 것이 이런 영화들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관객들이 있어야 영화가 존재하니까. 영화가 많이 나오는 현상들이 너무 반갑죠. 이런 계기를 통해서 다양한 퀴어의 삶, 존재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김일란

저는 그런 영화가 나오면 볼 것 같아요. 상상해본 적은 있죠. 저 배우와 저 배우가 이렇게 하면 예쁘겠다, 멋있겠다. 레즈비언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무엇일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 저 배우라면 잘 해낼 수 있을까 상상을 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내가 그 영화를 만들게 되면 어떨까 생각하면 상상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다큐와 극영화가 달라서이기도 하지만, 일단 레즈비언의 모습에 대한 좋은 시나리오를 쓸 자신도 없고 그런 시나리오를 만날 자신도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하는 것이 <위켄즈>와 같은, 왜냐하면 <위켄즈> 나올 때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 많이 했어요. <위켄즈> 같은 레즈비언 영화 없냐. 밝고 따뜻하고 유쾌하고 사랑 얘기 거침없이 하는 그런 영화 보고 싶다, 질투 난다, 왜 게이는 가능한데 레즈비언 영화는 없냐.

권은혜

이영 감독님 다음 영화...

김일란

그 이야기 하려고 했어요(웃음). 이영 감독님이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그러한 영화들을 만드시면 좋겠고, 그런 영화들이 많았으면 좋겠고, 저도 할 수 있다면 그런 다큐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됩니다.

이영

저도 <위켄즈> 보러 가서 많이 울고 웃고 하며 봤어요. 되게 부러웠죠. 나는 왜 저렇게 행복한, 관객들도 많이 웃게 하고 위로를 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지 못하고 있나. 부럽다, 질투 난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이동하

저는 <불온한 당신>을 보면서, 그때는 몰랐지만 계속 비슷한 현장에 있었어요. 나는 무서워서 더 못 들어가겠는데, 카메라를 끝까지 밀고 들어가서 그들과 싸우는 게 너무 부러웠어요. 다큐는 저렇게 찍어야 하는데.

권은혜

두 영화를 엮어서 상영해서 두 가지가 잘 상쇄되었던 것 같아요.

관객 5

이영 감독님께 질문이 있습니다. 영화에서 나왔던 진보와 보수, 퀴어와 포비아가 완전히 대척점에 있는데요. 너무 달라서 문제가 되고 폭력이 돼서 아직 융화되기 어려운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면 점진적으로 나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촬영 당시에 밀쳐내시는 분들도 있었고, 신체적인 위협을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화가 많이 날 것 같아요. 그럴 때 어떻게 마음을 다잡고 넘기실 수 있었나요?

이영

열 받죠. 촬영을 못 하게 하고, 차별적으로 대하니까 매우 화가 났는데요. 거짓말을 유포하고 선동을 하기도 할 땐 정말로 항의하고 싶고 카메라를 던지고 얘기하고 싶은데, 제가 있음으로써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촬영해야 하고, 성소수자에게 카메라는 무기가 되기 때문에 일종의 사명감이 들었던 것 같아요. 술을 먹거나 친구들에게 하소연하며 스트레스를 풀었고요. 세월호 참사라든지 영화에 나오는 상황들은 예측하지 못한 너무 불행한 참사였죠. 이런 상황에서 더 절망한다는 것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 많이 오고 갔습니다. 좌절하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고 있었고요. 2015년 9월에 처음 상영을 했는데, 그때 당시만 해도 세월호 영화들을 상영하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들이 있었고 또 한 편에서는 지겹다고 말씀하시는 시민들을 만날 수 있는 시기였어요. 소수자에 대한 혐오의 공격도 여전했고요. 그런 부분들은 견디기 힘들었지만 좌절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를 많이 깨물었는데, 이번에 이가 부러졌습니다. 혹시 그것이 원인이 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관객 6

세 분 감독님 영화 모두 잘 봤습니다. 오랜만에 독립 영화 보고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는 게 좋았습니다. <불온한 당신>을 보면서 감독님이 당사자성을 가진 영화라면 더 폭력적일 거라고 기대했는데요. 폭력의 가시화에서 이미지가 약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감독님의 의도는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영

이 영화에서 보면 혐오 세력들의 공격, 논리, 프레임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심한 상황들도 더 많이 있었죠. 혐오의 프레임을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까, 개개인의 책임감을 묻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공공장소에서의 혐오의 공격, 혐오의 폭력을 다루려다 보니까 풀 샷들을 다루게 되었고 영화적으로 필요하지 않다면 클로즈업이나 미디엄 샷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고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것을 담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광장에 나와 있던 분들에게 화도 나고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사실 이웃, 어르신 같은 분들이고 청년 같은 분들이었어요. 저한테는 폭압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했지만, 어르신한테는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고요. 광장에서 혐오의 표현이, 어떤 폭력인지를 표현하고 싶었다는데 방점을 찍고 있는 영화입니다.

권은혜

감독님들께서 관객분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거나 가지고 계신 계획 이야기하면서 자리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일란

연분홍치마가 다섯 달 동안 박근혜정권 퇴진국민비상행동 미디어팀에서 활동했었는데, 초반에는 세월호 이야기를 거의 못 했어요. 세월호 이야기를 하게 되면 어떤 시민분들은 항의하셨어요. 지금 박근혜 정권 퇴진 이야기하는 것도 급한데 세월호를 이야기할 때냐는 거죠. 12월 3일에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이후로 세월호 이야기할 때 그런 항의가 거의 없었어요. 당연히 박근혜 정권 퇴진의 가장 핵심적인 것 중 하나는 대통령으로서 그가 했던 무책임과 국정농단이 무관하지 않으니 퇴진의 주요한 근거라고 생각을 할 텐데, 그것과 그것은 분리된 것,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이야기해야 하는 국정농단과 세월호 참사는 무관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것에 당황스러웠어요. 신기했던 것 중 하나는 여기 계신 분들은 촛불시위에 많이 나오셨을 거로 생각하는데, 상황실에서 촛불과 종이컵을 나눠드렸어요. 초와 컵을 들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시더라고요. 사실 컵이 있는 것은 촛농이 떨어지면 손이 뜨거울까 봐 받치는 용도인데, 해보신 적 없는 시민분들이 나오셔서 촛불을 들었던 거죠. 그분들 중 하나가 “광장에서 지금 세월호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고 하셨던 분들이었던데 계속 촛불을 들고 한 회차가 지나고 또 한 회차가 지나면서 당연히 세월호를 이야기하고, 세월호를 이야기할 뿐 아니라 사드를 이야기하고, 비정규직을 이야기하고, 2월에는 성소수자 차별금지법을 같이 이야기하는 것으로 점점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장으로 되는 다섯 달의 시간을 보내면서 변화라고 하는 것은 이 시간을 얼마나 공들여 같이 보내는 건가의 문제이구나, 한편으로는 기대하고 믿는 마음을 버리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장으로는 실망스럽다고 하더라도 끊임없이 설득하고 기대하고 믿고 하는 과정에서 인간에 대한 신뢰라고 하는 부분들을 잊지 않았을 때, 그러한 변화를 함께 하자고 끊임없이 목소리를 냈을 때 변화가 오는 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느꼈던 이러한 교훈을 많은 분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오늘 기회가 되어 마무리 발언으로 말씀드립니다.

이영

7월에 개봉하니 널리 널리 알려주시면 감사하겠고요. 2005년, 2007년에 <이반검열>, < OUT: 이반검열 두번째 이야기 >라는 작업을 했었는데요. 십 대 레즈비언들이 학교 내에서 겪고 있는 학교 폭력,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알려지거나 레즈비언으로 여겨져서 그런 친구들을 색출하고 리스트로 만들어서 학교에서 감시하고 관리하는 일들을 당시의 십 대 레즈비언들은 그것을 이반검열이라고 불렀습니다. 그 세대가 이제 서른이 되었는데요. 이반 검열 세대를 찾고 있습니다. 다음 작업을 하려고 준비 중이니 그런 취지를 알려주시면 좋겠고요. 또 그런 경험을 갖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연락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영화를 보고 함께 대화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동하

지보이스 단장을 했었던 ‘남웅’이라는 친구가 인터뷰 때 그런 말을 했어요. 부산에 희망버스 공연을 갔었는데, 밤새 물대포 맞고 씻지도 못하고 떡진 상황에서 오전에 지보이스 열 명 정도가 가서 노래했습니다. 공연하는 순간에 지쳤던 사람들이 자기가 뿜어내는 핑크빛 에너지를 맞으면서 힘을 받는 것을 보며 울컥했다는 거예요. 연대 공연 갈 때 그런 걸 느낀다는 거죠. 극장에서 관객분들을 볼 때마다 너무 고맙고 어떤 약점이 있고 뭐가 더 필요한지 이야기하는 시간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영화들 많이 찾아서 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녹취 및 정리 : 이지혜, 권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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