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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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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인디다큐페스티발은 총 10편의 해외 다큐멘터리 영화를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선보이는 이 해외작들은 어쩌면 ‘훌륭한’ 다큐멘터리를 기다리는 분들의 기대를 배신하는 영화들 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 말이 이번 해외작들이 훌륭하지 못한 다큐멘터리라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이 영화들이 형식면에서 우리가 본받을 만한 ‘걸작’이거나, 내용면에서 우리에게 큰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위대한 작품’들의 범주에서는 벗어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1년 내내 방송과 여러 영화제를 통해 다양한 다큐멘터리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만큼 많은 다큐멘터리들이 만들어지고 소비되고 있습니다. 해외의 유수 영화제들에서 받은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영화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올해 인디다큐페스티발은 ‘우리가 본 받을 영화들’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고민을 나누는’,그리고 ‘지금 우리와 같은 세계에서 만들어진’ 동시대의 영화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올해 해외초청작들은 크게 두 가지의 화두를 던집니다. 첫 번째는 ‘오늘의 아시아를 어떻게 다큐멘터리로 기록할 것인가?’라는 화두입니다. 최근 급격히 변하는 아시아는 전 세계의 많은 다큐멘터리 작가들에게 가장 흥미로운 소재입니다. 그리고 매해 서구에서 아시아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들이 엄청난 수로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선량하기 그지없는 그 다큐멘터리를 보다보면 불편한 마음이 슬며시 듭니다. 이들의 이 선량한 카메라로 그려낸 아시아는 어쩌면 그들이 소재를 찾아 여러 곳을 떠돌다가 마침내 도달한(그리고 곧 스쳐지나갈) 노다지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이죠. 어쩌면 아시아는 많은 다큐멘터리 작가들에게 그저 카메라만 들이대도 ‘그림이 되는’ 곳인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아시아를 바라보아야 할까요? 여기에서 두 번째 화두가 출발합니다. 그러면 카메라를 든 우리는 세계를 어떻게 기록할 수 있을까요?

올해 인디다큐페스티발의 해외작들은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해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있는 영화들입니다. 아시아라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그리고 그 대상을 바라보는 나, 올 해의 해외작들은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중국의 저우 하오 감독은 <고3>에서 (어쩌면 한국보다 몇 배는 치열한) 중국의 입시제도 속으로 들어가, 현재의 중국이 안고 있는 많은 아이러니를 고 3 교실에서 찾아냅니다. 그는 또 다른 작품 <약쟁이 아롱씨>에서 광저우 변두리의 마약중독자 아롱씨를 만납니다. 그를 카메라로 기록하려는 감독과 그것을 뻔히 알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감독을 이용하는 아롱씨. 이 둘의 관계는 다큐멘터리에서 흔히 나타나는 관찰자와 대상간의 끈끈한 연대가 아니라, <Using(마약을 복용하다/이용하다)>이라는 영어제목처럼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처럼 보입니다. 감독은 약에 취한 동시대 중국, 변두리 담벼락에서 카메라를 든 자신의 고민을 솔직히 드러냅니다. 폐막작으로 선정된 <모두들 안녕하십니까?>는 떠들썩한 새해맞이에 들뜬 홍콩, 정부보조금에 의지해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기록합니다. 그리고 <아슬아슬 마을재건>은 쓰나미 이후의 삶을 미시적으로 조명합니다. 이 외에도 단편 <마요미><돌아갈 수 없는...><버마, 평화를 위한 기도>는 아시아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을 보여줍니다.

<더치 코카인 팩토리>는 네덜란드가 한 때 양질의 코카인을 대량으로 생산하던 국가였다는 사실에서 출발하여, 실험적인 영상을 통해 합법적 세계이면으로 향합니다. 그와 함께 <우리의 일용할 양식>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식품 산업의 ‘이상한 나라’로 관객을 이끌며, 언어가 아닌 이미지만으로, 현재 식량의 문제를 도발적으로 되묻습니다.

  올해 인디다큐페스티발의 해외작들은 그래서 조금은 낯선 영화들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영화들은 매끈한 서사 대신,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오랫동안 논의되어 온, 그래서 이제는 낡은 듯 보이는 질문을 다시 우리에게 던집니다. 바로 카메라와 피사체, 그리고 세계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우리는 여러분들이 해외작품들에서 어떤 것을 ‘배우기를’ 원치 않습니다. 대신 그들의 고민을 공유하고, 우리의 고민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인디다큐페스티발의 모든 다큐멘터리들이 여러분에게 건네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SIDOF2008 프로그래머 김소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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